'전기차 메카' 군산 키운다더니 … 생산목표 고작 1% 달성

양연호 기자(yeonho8902@mk.co.kr) 2024. 5. 28. 1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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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한 군산형 일자리 사업
값싼 중국산 맞설 체력 부족
일감 못따내고 공장건설 지연
中企들 부품조립 명맥만 유지
고용도 당초 계획 30% 그쳐
재계 "산업 발전 비전 없이
광주형 일자리 베끼기 급급"

문재인 정부가 추진한 '군산형 일자리' 사업은 2017년 7월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 가동 중단, 2018년 5월 한국GM 군산공장 폐쇄를 계기로 시작했다. 지금까지 대기업이 주도한 완성차 생산에서 탈피해 중견·중소기업이 완성차 제조부터 판매까지 맡은 국내 첫 사례로 주목받았다. 당시 정부는 군산에 전기차 클러스터를 조성하겠다는 야심 찬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전기차 사업에 뛰어든 중견·중소기업 가운데 현재까지 제대로 사업을 하는 곳은 거의 없다. 명신, 대창모터스, 에디슨모터스, 코스텍을 비롯해 전기차 중견기업 4곳이 참여한 군산형 일자리 사업은 지난 3월 말 1차 3개년 계획도 초라한 성적으로 종료됐다.

코로나19 팬데믹에 따른 반도체 공급 차질 같은 외부 요인도 있었지만 가장 큰 이유는 중국산 저가 전기차 공습을 견딜 체력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28일 매일경제 취재 결과 명신은 2019년 한국GM 공장을 인수한 이후 수년째 제대로 된 일감을 받지 못했다. 중국 전기차 업체 바이텅과 2021년부터 연간 5만대 위탁생산 계약을 맺었지만 바이텅이 자금난에 파산하면서 두 회사 간 거래는 무산됐다. 이어 위탁생산을 맡기기로 했던 중국 전기차 스타트업 패러데이퓨처가 사전계약 물량을 부풀렸다는 사기 논란에 휩싸이며 결국 계약이 흐지부지됐다.

명신은 군산형 일자리 사업에서 전체 고용의 70% 이상을 담당하는 핵심 기업이다. 그러나 투자와 고용 계획을 제대로 이행하지 못하면서 정부와 전라북도, 군산시에서 받은 보조금 87억원을 반납하기도 했다. 중국 기업과 체결한 위탁생산 계약이 잇따라 틀어지면서 위기를 맞은 게 결정타였다. 이후 미국과 이집트 기업에서 계약을 따냈지만 규모는 당초 목표치에 훨씬 못 미쳤다.

명신을 포함해 5개 기업이 참여했던 군산형 일자리 사업은 시작부터 삐걱거렸다. 2022년 5월 전동 모빌리티 중소기업 MPS코리아가 임대용지 매입 문제로 이견을 보이며 투자를 철회했다. 남은 4개 기업 중 가장 먼저 뇌관이 터진 곳은 에디슨모터스였다. 전기버스를 생산하는 에디슨모터스는 주가 조작 사건과 경영난으로 2022년 11월 기업회생 절차에 들어갔고, 지난해 11월 KGM커머셜로 인수됐다. 대창모터스 역시 투자계획에 차질이 발생하면서 군산공장 건설이 늦어져 준공이 사업 만료 이후로 밀렸다. 그나마 계획대로 사업이 진행된 곳은 부품업체인 코스텍밖에 없지만 본사업이 아닌 시범사업 수준이다.

당초 정부는 군산형 일자리 사업을 통해 11조4671억원에 달하는 생산효과와 부가가치 2조8149억원, 3만9899명 규모 취업유발계수를 예상했다. 정부·전북도·군산시는 3년간 인건비와 연구개발(R&D) 지원금, 인력 양성 등 16개 관련 사업에 5000억원 가까이 투입했다. 그러나 참여기업의 총투자액은 목표치 대비 절반 수준인 3045억원에 그쳤다. 일자리(530개)는 30.9%, 위탁생산량(4292대)은 고작 1.3%에 불과했다.

군산형 일자리 사업을 통해 국내 전기차 산업 생태계가 조성될 것이라는 기대와 달리 중국산 차량을 반조립 형태로 국내에 들여와 조립 판매하는 사업 모델에 머물렀다는 비판이 나온다. 업계에서는 '중국산 전기차가 국산으로 변신하는 마법을 보여준 사업' '중국 전기차의 한국 진출 교두보를 깔아준 셈'이라는 비아냥도 나온다.

군산형 일자리 사업은 중견·중소기업이 주도하는 전기차 생태계의 한계를 보여준 일단면에 불과하다는 목소리도 있다. 군산 외 지역의 기업들도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충남 천안의 마스타전기차는 초소형 전기차 시장에 도전했지만 만년적자와 재무구조 악화에 시달리고 있다. 지난해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마스타전기차는 완전자본잠식에 빠져 있다. 스마트폰 카메라 모듈 생산기업 캠시스는 자회사 쎄보모빌리티를 설립해 전기차 시장에 도전장을 냈지만 매년 적자를 기록했고 결국 지난해 7월 지분 60%를 처분하며 퇴장을 준비하고 있다. 초소형 전기차를 만드는 중소기업 디피코는 2022년 하반기 레고랜드발 금융위기로 자금난을 겪으면서 기업회생 절차를 밟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당시 문재인 정부 기조에 맞춰 지자체마다 구체적인 산업 발전 비전 없이 너도나도 광주형 일자리를 따라하며 나선 탓"이라고 비판했다.

[양연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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