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 절반 충전에 8976원 '만족'…완속 7시간 걸려 '불만'

김재후 2024. 5. 28. 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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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브리드카 오너의 전기차 폴스타2 한달 생활기
1회 충전 거리 440㎞ 안팎
불편 없었지만 장거리 '불안감'
충전구역 방치 땐 과태료 물어
신속 이동해야 한다는 '압박감'
유지비·부품 소모비 덜 들어
택시기사 "월 10분의 1로 줄어"
폴스타2 /폴스타 제공


한국자동차기자협회는 지난달 자동차 기자들을 대상으로 전기자동차 한달 타기 캠페인을 진행했다. 스웨덴의 전기차 회사인 폴스타의 폴스타2 차종을 추첨을 통해 4명에게 빌려주고, 한 달 간 체험을 하는 행사다. 전기차 캐즘(대중화 직전 일시적 수요 둔화) 시대에 전기차 보급을 늘려보자는 취지로, 막연하게 전기차는 위험하거나 불편하다는 생각하는 자동차 기자들의 편견을 어느정도 씻어내자는 차원이었다. 기아의 K8하이브리드를 소유하고 있는 기자도 추첨을 통해 선정된 4명 중 한 명으로 행사에 참여했다.

○한 달 간 두 번 충전

기자가 지금까지 운행한 승용차는 아반떼XD, 스포티지R, 재규어XE, BMW4 등이었다. 첫 차와 K8하이브리드를 제외하곤 모두 경유차였다. 당시 디젤차들이 연비가 무척 우수했다. 기자가 몰아본 모든 경유차량들의 연비는 15㎞/L를 넘었다. K8하이브리드의 공식 연비는 타이어의 크기에 따라 다르지만 17㎞/L를 넘는다. 실제로 기자의 차량도 2년간 누적 연비가 현재 17.5㎞/L로 기록돼 있다. 기자는 차를 고를 때 연비를 우선적으로 여기는 것 같다.

폴스타2 내부 /폴스타 제공


이런 상황에서 기름과 전혀 상관이 없는 전기차 폴스타2(롱레인지 싱글모터)를 지난달 15일 서울 한남동 폴스타 매장에서 받았다. 폴스타2의 공식 전비(電比)는 4.8㎞/kWh다. 국내에 출시된 전기차 중 가장 전비가 높은 현대자동차의 아이오닉6(6.2㎞/kWh)보단 낮지만, 실제로 주행을 해보면 에어컨을 켠 상태에서도 배터리가 크게 달지 않는 느낌이었다. 이유 중 하나는 한국산(LG에너지솔루션)의 삼원계 배터리를 장착한 것도 있을 것이다.

기자가 실제로 몰아본 한달 동안 충전은 두 번에 그쳤다. 모두 남아있는 충전량이 50%일 때 이뤄졌다. 배터리가 방전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 때문이다.

충전거리는 ‘당장 불만은 없지만, 한 대만 있다면 불만이 생길 것 같다’는 느낌이었다. 폴스타2의 1회 충전 거리는 공식적으로 449㎞ 안팎이었으나 실제로 주행해보면 500㎞ 이상도 가능할 것으로 계산돼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혹서기·혹한기 등이나 강원도나 부산, 여수 등으로 가야 하는 상황이면, 문제가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실제로 전기차 타는 시기 가족들과 여수로 하이브리드카를 타고 왕복했는데, 주유하지 않고 100㎞를 더 달릴 수 있다는 계기판을 보니 전기차의 충전 문제가 다시 상기됐다.

○충전 ‘스트레스까진 아니지만’

예상과 달리 충전 작업은 크게 불편하진 않았다. 다만 차를 받은 처음에 아파트 단지 사무소에 들러 전기차를 등록하고, 충전카드를 만드는 일은 내연기관이나 하이브리드카 오너로선 다소 성가신 일이었다.

기자의 아파트 단지는 두 곳의 전기차 충전회사와 거래를 하고 있었다. 하이브리드카를 소유하고 있어 급히 충전할 일은 필요치 않기 때문에 완속충전기가 많은 한 곳의 앱을 깔아 회원 가입을 하고 카드를 신청했다. 카드는 3일 만에 우편으로 도착했다.

완속 충전기로 50%를 충전하는 데 걸린 시간은 7시간이 넘었다. 완속이라고는 했지만 절반을 충전하는데 7시간이라는 시간은 다소 충격이었다. 앱을 통해 완충이 되면 알람이 오지만, 불안한 마음에 수시로 앱에 들어가 남은 시간을 체크했다. 완충 후에 충전구역에서 이동을 해야 한다는 부담감 때문이었다. 법으론 ‘완속 충전기는 14시간, 급속 충전기는 1시간 이상 주차했을 때만 과태료가 부과’되지만, 누구나 싼 심야시간에 충전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면, 완충 후 신속하게 이동해 줘야 한다는 압박감이 전기차주들에겐 있을 것이다.

다만 이런 성가심은 충전이 완료되자 해소됐다. 절반을 충전(40.8kWh)한 요금은 8976원이었다.(사진) 공교롭게도 이날 이란이 이스라엘을 공격할 지도 모른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국제유가가 130달러까지 오를 것이란 분석이 쏟아졌다. 전국 보통휘발유 가격이 리터당 1760원 안팎이니 이를 고려하면 5L의 기름값으로 게이지 절반을 채운 셈이다.

○“택시는 확실히 좋다”

차(폴스타2)는 만족스러웠다. 조용하고 미래지향적이다. 행사차량이어서 가장 높은 옵션들로 구성돼 있어 만족감은 더 컸다. 특히 네비게이션이 T맵으로 돼 있어 고질적이었던 수입차 내비게이션에 대한 불만도 더 이상 할 수 없게 됐다. 다만 타이어가 폭이 245㎜, 19인치 휠이 들어가 차가 통통 튀는 건 가족들이 불편해 했다.

전기차를 산다면 유지비는 당연히 좋을 것 같았다. 저렴한 충전비에 엔진오일 등도 갈 필요가 없고, 부품 소모비는 확실히 줄 것이다. 아이오닉5를 모는 한 개인택시기사와 얘기를 나눴는데 “휘발유 택시보다 유지비가 월 10분의 1로 줄었다”며 “남는 건 모두 수입이 되기 때문에 너무 만족한다”고 했다. 해당 기사는 서울의 단독주택에 살면서 집에 완속 충전기가 있다고 했다.

그럼에도 하이브리드카 오너로서 다음 차량 구매시 전기차를 살 의향이 있냐고 질문한다면 아직은 대답을 머뭇거릴 것 같다. 싸고 깨끗하지만, 편하게 이동하려고 구매한 차의 상태를 계속 신경써야 한다는 점이 아직은 마음에 걸렸다. 최근 자동차 시장조사업체 JD파워가 발표한 '2024 미국 전기차 구매의향'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전기차 구매를 고려할 가능성이 '매우 있다'(very likely)고 답한 소비자는 24%로, 1년 전(26%)보다 줄었다. 주택 차고와 마을 ‘몰’ 지상 주차장에 충전기들이 상시 구비돼 있는 미국도 아직은 이런 상황이다.

김재후 기자 h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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