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열댓명씩 찾는다” 북한 국경서 입소문난 ‘파묘’... 인기 요인은?

이혜진 기자 2024. 5. 28. 1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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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10일 서울의 한 영화관에 ‘파묘’ 홍보물 앞으로 시민들이 지나가고 있다. /뉴스1

북한 국경 지역에서 올해 2월 개봉한 한국 영화 ‘파묘’에 대한 관심이 급증하고 있다. 미신에 크게 의존하는 북한 주민들에게 무속신앙을 다룬 이 영화가 호기심을 자극하면서 특히 청년사이에서 수요가 늘고 있다.

27일 데일리NK는 함경북도 소식통을 인용해 “이달 들어 국경 지역에서 중국 휴대전화를 사용하는 주민들을 통해 ‘파묘’에 대한 입소문이 빠르게 퍼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특히 청년들 사이에서 이 영화를 찾는 이들이 늘고 있다고 한다.

북한 국경 지역 주민들은 주로 중국 휴대전화를 사용해 외부와 연락을 취하는데, 이렇다 보니 외부의 큰 사건이나 뉴스, 정보를 비교적 빠르게 접하고 북한 내에 외부 문물을 전파하는 매개체 역할도 한다. 실제 주민들 중 일부는 한국과 중국에서 새로 개봉한 영화나 드라마 등 문화 콘텐츠에 대한 정보를 내부 주민들에게 소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소식통에 따르면 최근 회령시 등 함경북도 국경 지역에서 ‘파묘’에 대한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는데 이 현상 역시 중국 휴대전화로 외부와 연락하는 일부 주민들로부터 시작됐다. 현재 회령시에서는 영화 ‘파묘’를 두고 “유능한 무당이 한 가문에서 대대로 내려오는 기이한 병이 조상의 묫자리와 관련 있음을 발견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묘를 옮기는 과정에 겪는 일들을 그린 짜릿한 영화”라고 입소문 나고 있다고 한다.

북한 주민들이 무속신앙에 관심이 많은 점도 인기 요인으로 보인다. 소식통은 “북한 주민들은 집안일이 잘 풀리지 않거나 병이 낫지 않을 때 점쟁이들을 찾아 조상 묘에 대해 묻곤 한다”며 “조상의 묫자리가 나쁘거나 조상을 잘 모시지 못해 불행이 이어진다는 미신 때문”이라고 했다.

북한은 미신행위를 큰 죄로 여기고 형법에 처벌 규정을 명시하고 있다. 형법 제256조(미신행위죄)에 따르면 돈 또는 물건을 받고 미신행위를 한 자는 1년 이하의 노동단련형에 처하며, 죄가 무거운 경우에는 3년 이하의 노동교화형에 처한다. 그럼에도 북한 주민들은 미신에 크게 의존하고 있으며, 이런 주제의 영화가 관심을 끌 수밖에 없다는 게 소식통의 분석이다.

북한은 2020년 말 ‘반동사상문화배격법’을 제정해 한국 등 외부 영상물 시청·유포 행위를 강력히 처벌하고 있지만, 한국 영화나 드라마 등 한류 문화 콘텐츠에 대한 소비 욕구는 줄어들지 않고 있다. 소식통은 “여기 사람들은 한국 영화, 드라마라고 하면 어떻게 해서라도 보기 위해 기를 쓰는데 ‘파묘’도 마찬가지”라며 “겉으로 내색하지 않는 부모 세대와 달리 청년들은 한국 영화나 드라마를 유통하는 사람을 찾아 적극적으로 구한다”고 했다.

회령시에서 이른바 ‘불순녹화물’을 취급하는 한 주민은 “그렇게 단속하고 공포를 주는데도 남조선 영화에 대한 열풍은 꺾을 수 없다”며 “하루에도 열댓명이 파묘를 찾는데, 이 영화를 가지고 있었다면 돈을 많이 벌었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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