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北욕설에 "스스로를 해치는 일" 혼밥 논란에 "외교 후지게 만들어"

조현호 기자 2024. 5. 27.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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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고록서 처음 밝힌 심경들 "남북연락사무소 폭파? 깡패국가 면모" 분노

[미디어오늘 조현호 기자]

▲ 5월19일 서울 종로구 교보문고 광화문점에 문재인 전 대통령의 재임 기간 이야기를 담은 회고록 '변방에서 중심으로'가 진열돼 있다. ⓒ 연합뉴스

문재인 전 대통령이 회고록에서 북한 매체와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의 욕설과 비방, 혼밥 외교 비판 등 논란에 대한 심경을 밝혔다. 북한의 욕설에 문 전 대통령은 “품격없고 수준낮은 나라, 상대하지 못할 나라가 된다”, “스스로를 해치는 일”이라고 비판했고, 남북연락사무소 폭파 행위에는 “깡패국가의 면모”라고 분노했다. 중국 방문시 '혼밥' 비판에 문 전 대통령은 “외교를 후지게 만드는 일”이라고 반박했다. 각각 5~6년 만에 내놓은 심경이다.

27일 문재인 전 대통령이 최근 출간한 '변방에서 중심으로' (문재인 회고록 : 외교안보 편-문재인 지음, 최종건 대담, 김영사, 2024년 5월)를 보면, 김정은 위원장과 북한에 대한 이중적인 심경을 드러냈다. 김정은 위원장이 만났을 때 핵에 대해 뭐라고 이야기했는지를 묻자 문 전 대통령은 “자기에게도 딸이 있는데 딸 세대까지 핵을 머리에 이고 살게 하고 싶지 않다… 그렇게 비핵화 의지를 나름대로 절실하게 설명했다”고 썼다.

최종건 전 차관은 그런데 상황이 나빠지면 북한은 고약한 메시지를 내놓고, 문 전 대통령에 대한 인신공격도 있었으며, 북한 매체가 대남비방을 할 때는 완전히 표변한 모습이라고 평가했다. 이에 문 전 대통령은 “상황이 악화되면 북한은 반감과 실망감을 매우 거칠게 표출했다”며 “북한은 독설과 험한 말 습관을 고쳐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지난 2019년 하노이 북미정상회담의 노딜 이후 북한과 김여정 부부장의 표현은 가장 거칠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 2019년 4월12일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 우리 정부를 향해 “오지랖 넓은 '중재자', '촉진자' 행세를 할 것이 아니라 민족의 일원으로서 제정신을 가지고 제가 할 소리는 당당히” 하라고 했다. 조선평화통일위원회 대변인은 그해 8월16일 문 대통령 경축사를 두고 “남조선 당국자의 말대로라면 저들이 … 평화체제를 구축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소리인데 삶은 소대가리도 앙천대소할 노릇”이라고 비방했다.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은 2020년 3월2일 명의 담화에서 같은날 청와대가 북한의 합동타격훈련에 강한 우려를 표명하자 “청와대의 비논리적이고 저능한 사고에 '강한 유감'을 표명해야 할 것은 바로 우리”라며 “겁을 먹은 개가 더 요란하게 짖는다고 했다. 딱 누구처럼…”이라고 욕설과 비아냥을 담아 비방했다. 여지껏 문 전 대통령은 본인 육성으로 반박이나 비판을 한 적이 없었다.

문 전 대통령은 회고록에서 입을 열었다. 그는 “험한 말과 욕설 같은 것은 상대를 해치기 전에 자기 자신을 해치게 된다”며 “스스로 품격 없는 나라가 되고, 수준 낮은 나라가 되는 것 아니냐. 상대하지 못할 나라라는 느낌을 주게 된다”고 비판했다. 문 전 대통령은 “북한은 그처럼 저열한 말로 비방하는 습관에서 하루빨리 벗어나야 한다”고 촉구했다.

2020년 6월16일 남북연락사무소 폭파한 데 대해서는 분노를 쏟아냈다. 문 전 대통령은 “진짜 끔찍한 일이었죠. 그 일은 나중에 언젠가 다른 정부가 북한하고 대화를 하게 된다면 반드시 사과받아야 할 일”이라며 “그 장면을 영상으로 보며 우리 국민들이 받을 충격을 생각하니 더욱 가슴이 아팠다. 북한이 깡패국가 같은 면모를 보인 것”이라고 비판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회고록 329쪽에서 북한의 잦은 욕설과 비방을 두고 스스로 품격없고 수준 낮은 나라가 되고 상대하지 못할 나라가 되는 것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사진=조현호 기자

김정은 위원장의 연내 답방 무산과 관련된 언급을 하던 문 전 대통령은 “언젠가 연평도를 방문해서 연평도 포격사건으로 고통을 겪은 주민들을 위로하고 싶다는 김 위원장의 이야기가 뜻밖이었다”고 소개했다. 그는 “당장 할 수 있는 일은 아니었지만, 말이라도 그렇게 하는 것이 놀라웠다”고 소개했다.

문 전 대통령이 방중 시 베이징에서 아침 식사를 한 것을 두고 '혼밥'(혼자 밥 먹는 것)이라는 공격과 비판이 끊이지 않았으나 한번도 입장을 내놓은 적이 없었다. 문 전 대통령은 회고록에서 “우리 스스로 수준을 떨어뜨리는 이야기”라며 “외교는 상대 국가와 그 국민들의 마음을 얻는 것이라는 면에서 보자면, 관광 명소를 방문하는 것 보다 대중적인 시장을 찾아간다든지 또는 서민들의 식당을 방문해서 그들과 같은 음식을 먹는 행보만큼 효과적인 것이 없다”고 설명했다. 아침은 원래 숙소에서 따로 먹는 건데도 자신은 그 시간에 서민식당을 이용하는 비공식 외교를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 전 대통령은 “그때 내가 먹은 음식이 '문재인 대통령 아침세트'라는 메뉴로 만들어져 많이 팔리고 있고, 내가 앉았던 좌석도 표시해놓고 있다고 들었다”며 “그런데 그것을 혼밥 논란으로 만들어버리니까, 우리 외교를 굉장히 후지게 전락시키는 거다. 기본적으로 공부가 부족하고, 상상력이 부족한 것이라고 본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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