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레스타인 자치정부 “가자지구 통치할 것”···EU의 PA 띄우기
국제사회가 가자지구 전쟁 이후의 통치 체제를 고민하는 상황에서 요르단강 서안지구를 통치 중인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가 가자지구로 되돌아가겠다는 의사를 내비쳤다. 유럽연합(EU)은 무함마드 무스타파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총리를 초청해 지원 방안을 논의했다. 무능과 부패로 민심을 잃은 자치정부를 개혁하고 팔레스타인 평화 해법을 도출하려는 노력으로 풀이된다.
26일(현지시간) 엘파이스 등 스페인 언론에 따르면 이날 무스타파 총리는 호세 마누엘 알바레스 스페인 외교장관과 벨기에 브뤼셀 EU 본부에서 회담을 마친 후 취재진에게 “PA는 향후 가자지구를 포함해 모든 팔레스타인 영토를 통치할 것”이라고 밝혔다.
무스타파 총리는 “우리는 가자지구에서 정권 잡을 날을 준비해야 한다”며 유럽을 향해 팔레스타인을 국가로 인정할 것을 촉구했다.
현재 요르단강 서안지구는 자치정부가, 가자지구는 무장정파 하마스가 각각 통치하고 있다. 이스라엘은 지난해 10월7일 자국에서 인질을 납치해간 하마스를 소탕하겠다는 명분을 대며 가자지구에 폭격을 가하고 있다.
이날 EU는 무스타파 총리를 초대해 브뤼셀 본부에서 고위급 회의를 열고, 지난 3월 새로 출범한 자치정부 내각 지원 방안을 논의했다. 회의에는 유엔·국제통화기금(IMF) 관계자와 사우디아라비아·이집트·요르단·카타르·아랍에미리트·튀니지 등 중동국가 외교장관, 호주, 영국, 캐나다, 일본 등 고위 관리들도 참석했다.
호세프 보렐 EU 외교안보 고위대표는 이 자리에서 “EU와 모든 국제 공동체는 (가자지구 전쟁이) 즉시 중단될 수 있도록 모든 수단을 동원해야 한다”며 “중동 평화 달성을 위해선 강력한 자치정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에스펜 바르트 에이데 노르웨이 외교장관도 “우리는 자치정부가 개혁하고, 향후 가자지구로 복귀할 수 있도록 확실히 해야 한다”고 했다.
이날 EU는 세금으로 자치정부에 자금 압박을 하는 이스라엘을 비판하기도 했다.
이스라엘은 1994년 오슬로 협정에 따라 팔레스타인 역내에서 세금을 징수하고, 징수한 금액 중 일부를 자치정부에 전달하는 식으로 세수를 운영해왔다. 가자지구 전쟁 이후 이스라엘은 노르웨이의 중재로 팔레스타인에서 걷은 세금을 노르웨이로 보내고, 노르웨이가 해당 금액을 자치정부로 이체하는 안이 담긴 협정을 맺었다. 하지만 노르웨이, 스페인, 아일랜드 등 유럽 3국이 팔레스타인 독립을 지지한다고 발표한 지난 22일, 베잘렐 스모트리히 이스라엘 재무장관은 이 협정을 파기해야 한다고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에게 서한을 보냈다.
다만 자치정부가 가자지구를 통치하기까지 이스라엘의 반대 등 넘어야 할 산이 만만치 않다는 전망이 나온다. 자치정부는 2007년 하마스와 권력다툼 끝에 가자지구 통치권을 잃었다.
현지 주민들에게 하마스 지지율이 더 높다는 것도 걸림돌이다. 지난달 15일 팔레스타인 정책조사연구센터가 발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가자지구를 누가 통치해야 하느냐’는 질문에 서안 주민의 64%, 가자지구 주민의 52%가 하마스라고 답했다. 자치정부라고 답한 응답자는 각각 6~8%, 19~21%에 그쳤다.
윤기은 기자 energye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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