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교통 사각 누빈다… 안양 자율주행버스 타보니

성유진 기자 2024. 5. 27.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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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율주행버스 '주야로' 내부에는 현재 차량이 어떻게 운행되고 있는지 보여주는 화면이 설치돼 있다. /성유진 기자

27일 오전 경기도 안양시 동안구의 한 도로. 편도 4차로에서 인도 바로 옆 4차선을 달리던 버스가 불법 주정차 차량을 발견하고는 잠시 멈춰 섰다. 버스는 잠시 옆 3차선을 지켜보며 다른 차들이 더이상 지나가지 않을 때까지 기다리고는 옆으로 노선을 바꾼 후 다시 주행을 시작했다.

이런 판단을 내린 건 사람 운전자가 아닌 자율주행 시스템. 지난 4월부터 안양 도로 위를 달리고 있는 레벨3(비상시 등 일부 상황에서만 운전자 개입) 수준 자율주행버스 ‘주야로’다. 사람 운전자가 있긴 했지만 차고지를 출발할 때와 종점에서 회차할 때 등을 제외한 대부분 구간을 자율주행으로 운행했다. 이날 언론 공개 행사에서 15분 정도 타보니 운행 과정이나 승차감은 일반 버스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다만 일반 시민이 타는 대중교통인 만큼 안전을 최우선으로 설계한 점이 눈에 띄었다. 도로 제한 속도(시속 50km)보다 느린 시속 40km 이하로 운행했고, 위험하게 끼어들거나 신호가 바뀔 때 무리하게 운행하는 일도 없었다. 입석은 금지돼 있고 출입문 개폐도 혹시 모를 안전사고를 대비해 수동으로 했다.

◇라이다·카메라부터 초정밀측위까지

주야로 운영을 맡은 KT컨소시엄은 다양한 기술을 자율주행에 적용했다. 기존 25인승 전기버스를 18인승 차량으로 개조하고, 라이다 4대와 카메라 5대, 레이더 1대를 장착했다. 이들 장치가 주변 차량과 장애물, 지형, 보행자, 신호등 같은 상황을 인식해 자율주행이 제대로 이뤄지도록 돕는다.

안양시 자율주행버스 '주야로'에서 운전자가 손을 떼고 있는 모습. /KT

KT가 보유한 초정밀측위 기술인 ‘RTK-GPS’도 활용했다. GPS(위성항법시스템) 오차를 RTK(실시간이동측위)로 보정하는 기술로, 실시간 위치 정보를 센티미터(cm) 단위로 정밀하게 알 수 있게 해준다. KT 측은 “위치 정보가 정확할수록 자율주행 차량이 잘못된 차선을 달리다든지, 우회전·좌회전 진입 지점을 놓친다든지 하는 경우를 방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재작년 4월부터 KT와 안양시가 구축해온 지능형교통체계(ITS) 데이터도 활용된다. ITS는 도로 감시카메라(CCTV) 등으로 도로상황을 파악하고 보행자 무단횡단이나 불법유턴·역주행, 낙하물 같은 돌발상황을 감지할 수 있다. 이를 주야로에 탑승하고 있는 안전관리자에게 실시간으로 전달한다.

KT 측은 “차량 자체에 달린 센서 외에도 ITS 데이터를 함께 활용해 운행 안전성이 높아졌다”고 했다. 주야로 테스트 과정에서 접촉사고가 발생하기도 했지만 보험사를 통해 산정받은 결과 주야로의 과실은 0%(상대차량 과실 100%)로 나왔다고 한다.

인공지능(AI) 기술도 적용했다. 최강림 KT 모빌리티사업단장은 “안양시 정류소 주변에는 불법 주차 차량이 꽤 있어서 자율주행 차량이 이를 피해 차선을 바꾸고 최적의 정차 장소를 찾아야 한다”며 “이런 과정을 AI 기반으로 학습해 지속적으로 (경로를) 개선해 나간다”고 말했다.

◇야간·교통소외지역에 도움될까

주야로는 주간 노선(오전 10시~오후 5시)과 야간 노선(자정~새벽 2시)으로 나눠 운영된다. 둘 다 기존에는 없던 노선이다. 안양시 관계자는 “노선·시간대 설계에서 대중교통 사각지역과 취약 시간대를 우선으로 고려했다”고 말했다. 노선 수익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버스 운수회사들도 자율주행버스 시스템 구축에 호의적이었다고 한다.

안양시 자율주행버스 '주야로'가 도로 위를 달리고 있다. /KT

실제 업계에선 자율주행버스를 교통사각지대를 줄일 수 있는 주요 해법으로 보고 있다. 야간 시간대만 자율주행으로 운행해 인력난을 덜 수도 있고, 시골 지역 같은 경우 수요응답형 대중교통(승객 수요에 따라 노선과 운행 시간을 유연하게 조정) 수단으로 활용할 수도 있다. 서울시도 작년 말부터 합정역~동대문역 구간에서 밤 11시30분~새벽 5시10분 심야 시간대에 자율주행버스를 운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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