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상식에서 애국가 듣겠다”…‘세계 최강’ 태극 검객들의 출사표

장필수 기자 2024. 5. 27.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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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남자 사브르 대표팀의 오상욱(왼쪽부터), 도경동, 구본길, 박상원이 27일 오전 충북 진천선수촌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펜싱 국가대표 미디어데이 행사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1등하고 시상식에서 애국가를 들으며 태극기 보는 장면을 떠올리고 싶다.” (남자 사브르 국가대표 도경동)

“3년간 함께 많은 시합을 뛰었고 좋은 성적을 냈기에 이제는 ‘척’하면 ‘척’이다. 더 단단해지고 강해졌다.” (여자 에페 국가대표 최인정)

세계 최강이라는 왕좌를 지켜야 한다는 부담감에도 검객들의 표정은 밝았다. 올림픽 3연패를 노리는 남자 사브르 대표팀, 2020 도쿄올림픽(2021년 개최)에서 은메달을 합작했던 여자 에페 대표팀 등 국가대표 펜싱 선수 14명은 27일 충북 진천선수촌에서 올림픽 출전 각오를 밝혔다. 검객들은 한목소리로 “남은 기간 최선을 다해 좋은 결과를 가지고 오겠다”고 약속했다.

펜싱 종주국인 파리에서 열리는 이번 대회에서 남자 사브르 대표팀(세계 1위)은 왕좌 수성을 노린다. 단체전이 정식 종목에서 빠졌던 2016 리우 대회를 제외하고, 남자 사브르 대표팀은 2012 런던 대회와 2020 도쿄 대회에서 연이어 금메달을 따냈다.

남자 사브르 대표팀은 이번 대회에서 세대교체를 꾀한다. 남자 사브르의 황금기를 이끌었던 김정환과 김준호가 빠지는 대신 ‘젊은 피’ 박상원(23)과 도경동(24)이 합류했다. 도쿄 대회 막내였던 오상욱은 맏형인 구본길과 함께 후배들을 이끌어야 하는 위치에 올라섰다. 오상욱은 “후배들을 챙겨야 한다는 생각에 부담스럽기도 했지만, 함께 시합을 뛰면서 부담감이 많이 줄었다”며 “(1등을) 지켜야 한다는 생각보다는, 초심으로 돌아가 똑같은 위치에서 (경쟁자들과) 싸운다고 생각하려 한다”고 말했다.

런던 대회 단체전 금메달리스트였던 원우영 코치는 “파리에서 금메달을 따 3연패를 하게 되면 이는 세계 최초다. 대한민국 펜싱의 역사를 쓰는 일이기에 정말 잘 준비하려고 선수와 지도자 모두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여자 에페 대표팀(세계 2위)은 2020 도쿄 대회 은메달을 합작했던 선수들이 다시 한 번 의기투합해 정상을 노린다. 2022 항저우아시안게임(2023년 개최)을 끝으로 태극 마크를 반납했다 다시 대표팀에 합류한 최인정을 포함해 송세라, 이혜인, 강영미는 도쿄 대회부터 지금까지 3년간 맞춰온 찰떡같은 호흡을 선보일 예정이다. 송세라는 “오랜 기간 팀워크를 맞춰왔기 때문에 다른 나라보다 단합력에서는 우위에 있고 전혀 뒤처지지 않는다”며 힘주어 말했다.

27일 오전 충북 진천선수촌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펜싱 국가대표 미디어데이 행사에서 국가대표 선수 및 코치들이 기념촬영하고 있다. 연합뉴스

여자 에페 대표팀은 도쿄 대회에서 이루지 못한 금메달의 한을 이번 대회에서 반드시 풀겠다는 각오도 드러냈다. 최인정은 “(은퇴하고) 밖에 나오니 ‘이게 사람 사는 세상이구나’ 싶었다. (대표팀 복귀 뒤) 고강도 훈련을 하면서 힘들 때도 있지만, 힘들수록 금메달을 딸 수 있다는 생각에 기분이 좋아지기도 한다. 이대로 버티면 금메달을 딸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단체전 외에 개인전에서도 메달을 노리는 송세라(개인 순위 세계 3위)는 “지난 대회에서는 아쉽게 은메달을 땄지만, 이번에는 서로 꼭 금메달을 따자고 말하면서 훈련하고 있기에 이 목표를 그대로 파리까지 가지고 가려고 한다”고 강조했다.

여자 사브르 대표팀(세계 3위)은 맏언니 윤지수를 제외한 나머지 팀원 3명을 전원 신예로 채워 올림픽에서 역대 최고 성적을 노린다. 팀 내 유일한 올림픽 유경험자인 윤지수와 전하영, 최세빈, 전은혜는 도쿄 대회 성적(동메달)을 넘어서기 위해 막판 담금질에 돌입했다.

윤지수는 “후배들이 모두 올림픽 첫 출전이라 부담이 되겠지만, 지금은 뭉쳐야 할 때라고 말하고 싶다. 4강까지만 간다면 메달 색은 얼마든지 바뀔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세대교체가 잘 된 만큼 후배들이 올림픽 무대에서 겁 없이 무서움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구기 종목의 탈락으로 한국 선수단 규모가 150여명대로 쪼그라든 상황에서 금메달 유력 종목인 펜싱을 향한 기대감은 점차 커지고 있다. 펜싱 대표팀은 빠른 현지 적응을 위해 올림픽 개최 전 파리 인근에 마련된 훈련 캠프에서 막판 담금질에 들어갈 예정이다. 구교동 여자 에페 대표팀 코치는 “목표를 크게 잡고 싶다. 목표를 크게 잡아야만 목표를 이룰 수 있다”며 “금메달 몇 개라고 직접 말하기보단 최선을 다해 준비하고 있고, 좋은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믿고 있다”고 말했다.

진천/장필수 기자 fee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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