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조선일보와 전면전이야?" 방심위 기자석에서 나온 실소

박재령 기자 2024. 5. 27. 1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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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조선·문화일보 유튜브 심의했지만 '해당없음'
법적 근거 없다는 반발에도 계속되는 신문심의 시도
의도, 정치적 목적 아래 수단화되는 방심위

[미디어오늘 박재령 기자]

▲통신소위 심의대상에 오른 1월11일자 조선일보 영상. 사진=조선일보 유튜브 갈무리

“이번엔 조선일보와 전면전이야?”

지난 4월25일 서울 목동 방송회관 19층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 기자석에선 실소가 터져 나왔다. 여당 추천 방심위원이 가짜뉴스 규제를 긍정적으로 생각한다며 유튜브 차단을 요구하는 동시에 기자석 모니터엔 안건으로 조선일보 유튜브 내용이 올라왔다. 신문사인 조선일보까지 가짜뉴스로 규정하는 '무소불위' 방심위 권력을 목도한 순간이었다.

해당 조선일보 영상분은 이재명 대표 피습 이후 경찰이 의도적으로 현장을 보존하지 않았다는 주장에 반박하는 내용이었다. 허위조작에 해당하는 '가짜뉴스'로 볼 여지는 적었다. 문화일보 유튜브도 이날 안건에 포함됐는데 역시 단순 논평으로 '가짜뉴스'라 할 순 없었다. 5기 방심위 이전엔 인터넷 게시물을 심의하는 통신심의를 통해 신문사의 유튜브 콘텐츠를 방심위가 심의한 전례도 없다.

그러나 김우석 위원은 이날 회의에서 “여야를 떠나 정치 지도자의 위험한 상황에 대해 근거 없이 폄훼하거나 조롱하는 건 있어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며 “국민들을 양분하는 이런 부분들은 사회질서를 확실하게 위반하는 것이라 봐 시정요구를 하는 게 합당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3대2로 접속차단 의결이 나온 뒤 일부 위원이 아차 싶었는지 회의 말미 차단 전 제작진 의견진술을 듣는 것으로 합의했다.

▲통신소위 심의대상에 오른 2월13일자 문화일보 영상. 사진=문화일보 유튜브 갈무리

여권 다수로 구성된 방심위다. 이들은 왜 조선·문화일보를 제재하려 했을까. 발언 내용을 보면 이들은 조선·문화일보가 심의 안건에 포함된 줄 몰랐을 가능성이 높다. 통신심의소위원회는 보통 온라인상의 마약 등 불법·유해정보를 심의해 많게는 하루 수천 건을 심의한다. 위원들이 내용을 확인하지 못한 채 사무처 의견대로 의결하는 경우가 많아 2022년 국정감사에서 허은아 당시 국민의힘 의원이 '요식행위'라고 비판했다.

이날 조선·문화일보 심의에 앞서 위원들은 언론사의 인터넷 콘텐츠를 심의할 수 없어 답답하다고 했다. 그렇게 제도 개선을 촉구한 지 몇십 분 지나지 않아 조선일보 유튜브를 심의한 셈이다. 이 모순은 언론사 콘텐츠가 포함된 줄 몰랐다고 해야지만 이해가 가능하다.

그렇게 역사상 최초로 신문사인 조선·문화일보 유튜브 담당자들이 방심위에 출석하는 초유의 일이 발생했다. 예상했던 대로 제작진 의견진술을 들은 뒤 방심위는 태도를 바꿔 이들에 '해당없음' 의견을 냈다. '시정요구가 합당하다'고 했던 김우석 위원은 “(서면) 진술서를 보니 납득이 된다”고 입장을 바꿨다.

▲ 지난해 서울 양천구 목동 방송회관에서 열린 통신심의소위원회 회의 모습. 사진=금준경 기자.

무지보다 나쁜 건 '의도'다. 4월25일 첫 심의 이후 5월23일 최종 의결까지, 조선일보 심의를 위해 행정력을 낭비한 건 '정치적 목적'이라는 의도 아래 방심위가 수단으로 놓였기 때문이다. 그 수단화 과정에서 심의에 필요한 전문성은 덜 중요시되고 있다.

똑같이 '사회혼란'으로 인터넷 신문 제재를 시도했던 뉴스타파 심의 때로 돌아가 보자. 방심위는 지난해 11월 '방심위 명운이 걸렸다'거나 '엄중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하던 뉴스타파 '김만배-신학림' 녹취록 보도를 심의했지만 아무 제재를 내리지 못했다. '가짜뉴스'를 운운하다가 '해당없음' 의결한 조선·문화일보 심의 때와 유사하다.

즉 '가짜뉴스'를 방심위가 규제해야 한다며 무리수를 두다 스텝이 꼬이는 상황의 반복이다. 지난해 방심위의 가짜뉴스 규제 문제를 짚는 토론회에서 한 교수는 법적 근거가 없다는 걸 모두가 아는 데도 뉴스타파 심의를 강행했다며 “웃지 못할 촌극”이라고 했다. 최근 방심위 관련 다른 교수들에 입장을 구할 때면 '너무 어처구니 없어 멘트를 얹기 싫다'는 답변이 돌아오곤 한다.

▲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연합뉴스

이 창피함은 누구의 몫일까. 방심위 직원들의 몫일까 아니면 대중들의 몫일까. 방심위 내부에서 처음 반발 목소리를 냈던 탁동삼 팀장은 5기 방심위가 시작 때부터 이러한 정치적 의도를 드러냈다고 지적했다. 탁 팀장은 지난해 미디어오늘 인터뷰에서 류희림 위원장이 호선 전부터 '김어준의 뉴스공장'을 어떻게 하면 심의할 수 있냐고 물었고, 현행법으로 심의할 수 없다는 답변에도 '어떻게든 우리가 할 거 하면 되는 거 아니냐'고 답했다고 전했다.

조선·문화일보 심의는 단순 해프닝이 아니다. 어떻게든 방송을 넘어 인터넷까지 심의 영역을 넓히고픈 정치적 의도 아래 행해진 '미필적 고의'다. 디테일이 중요하지 않다는 듯 방심위를 수단화시키는 방심위원들의 스탠스가 바뀌지 않는다면 임기 말(7월)까지 촌극이 반복될 것이다. 그 책임은 결코 가볍지 않다. 지켜보는 눈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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