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당이 보호 못하면 탈당? 역대 대통령 탈당 배경 어땠나

구민주 기자 2024. 5. 27. 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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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 “여당이 지리멸렬하면 중대결심” 尹 탈당 가능성 언급
민주화 이후 대통령 7명 중 5명 임기 중 당과 ‘이별’
대부분 임기 말…“탈당은 대통령이 당 보호 못할 때”

(시사저널=구민주 기자)

윤석열 대통령과 홍준표 대구시장은 지난 4월16일 비공개 만찬 회동을 했다. 사진은 지난해 대구 엑스코에서 열린 한 행사에서 두 사람이 대화하는 장면 ⓒ연합뉴스

한동훈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당대표 출마설과 맞물려 정치권에선 윤석열 대통령과 친윤(親윤석열)계 탈당설이 계속해서 흘러나오고 있다. 친윤계는 강하게 손사래를 치고 있지만 홍준표 대구시장이 '대통령의 중대결심'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탈당설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임기를 절반 이상 남겨둔 대통령의 탈당은 전례가 없는 일이기에, 여권 내에서도 당‧정 간 분열을 차단하기 위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용산 대통령실과 여의도 정치권 안팎에서 조심스레 새어나오던 '대통령 탈당설'에 기름을 부은 건 홍준표 대구시장이다. 여당의 총선 참패 후 윤 대통령과 거리를 바짝 좁히며 '엄호' 발언을 쏟아내고 있는 홍 시장이 여당의 '대통령 보호' 필요성을 강조하면서다.

홍 시장은 26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6월 국회가 개원되면 압도적 다수의 야당 의원과 강성 야당들이 윤 정권을 표적으로 집중 공격을 할 것"이라며 "여당으로서 국민의힘이 윤 대통령과 한 몸이 되어 윤 대통령을 보호하지 못하고 중구난방으로 제각각일 때 윤 대통령은 중대결심을 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중대결심'은 곧 대통령의 '탈당'으로 해석된다.

대통령 탈당이 당장 이뤄질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관측이 우세하지만, 정치권에선 '아니 땐 굴뚝에 연기 날 리 없다'는 시각이 적지 않다. 특히 총선 후 윤 대통령과 가장 먼저 수 시간 독대하는 등 싱크로율을 맞춰가고 있는 홍 시장의 '탈당 시사' 발언이 그냥 나왔을 리 없다는 분석이다. 앞서 복수의 보도를 통해 '대통령이 최근 참모들에게 자주 탈당 얘기를 한다' '일부 친윤 의원들이 한동훈 전 위원장이 대표가 되면 같이 갈 수 없다며 탈당을 시사했다'는 등 이야기가 전해지기도 했다.

윤 대통령과 친윤계의 탈당설은 출마 초읽기에 나선 한 전 위원장 '견제용' 메시지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쉽게 말해 몇 차례 윤 대통령과 각을 세워 온 '미래권력' 한 전 위원장이 당 대표가 되면 대통령과 당 주류가 떠날 수 있다는 경고라는 해석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3월22일 경기도 평택에서 거행된 제9회 서해수호의날 기념식을 마친 후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과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br>

역대 대통령 탈당의 공통점…임기 말, 당에 피해 줄 때

과거에도 대통령의 여당 탈당 사례는 드물지 않았다. 민주화 이후 7명의 대통령 가운데 4명(노태우‧김영삼‧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이 임기 중 탈당했다. 성격은 다르지만 박근혜 전 대통령의 경우에도 탄핵 이후 출당 조치되며 당과 이별했다. 따라서 5년 임기를 마칠 때까지 당적을 유지한 대통령은 이명박·문재인 전 대통령 둘 뿐이다.

대통령의 구체적인 탈당 이유는 제각각이었지만 근본은 비슷했다. 대통령이 당의 지지율 상승과 정권 재창출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노태우 전 대통령은 당의 차기 대선 주자이자 '대세'였던 김영삼 당시 후보와의 거듭된 충돌로 당적을 포기했다. 김영삼‧김대중 전 대통령은 아들 문제가 당‧정 여론을 악화한 탓에 탈당 요구를 받았고 노무현 전 대통령도 지지율 추락으로 당을 떠났다.

다만 대통령의 임기 중 탈당은 흔해도, 지금처럼 임기를 절반 이상 남겨둔 상황에서 탈당 이야기가 나오는 건 흔치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을 떠난 네 명의 대통령 모두 탈당 시기는 취임 후 4~5년이 지난 '임기 말'이었다. 이 때문에 갓 임기 3년차에 접어든 윤 대통령의 탈당설이 조기에 흘러나오는 데 대해 당내에서도 정권 레임덕을 재촉할까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지금 대통령 탈당설이 새어나오는 건 대통령과 당 모두에 '마이너스'라며 홍 시장의 '대통령 중대결심' 발언 같은 건 당 분열만 부추길 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홍 시장은 '당이 대통령을 보호 못하면 대통령이 탈당할 수 있다'는 식으로 경고했는데, 그 전제부터 적절치 않다"며 "역대 대통령들은 자신의 지지율이나 주변 문제가 당을 보호해주지 못하고 당의 미래에 피해를 주고 있을 때 탈당했다는 걸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친윤계에서도 탈당설은 가당치 않다며 빠르게 선을 긋고 있다. 여소야대 국면에서 분열은 곧 공멸이라는 인식에서다. 일각에선 친윤이 여전히 주류를 이루는 상황에서 스스로 당을 '나가줄' 이유가 없지 않겠느냐는 얘기도 전해진다. 최근 윤 대통령이 초선 당선인들과의 만찬 자리에서 "대통령이 당의 호위무사가 될 것"이라고 말한 데에도 세간에 떠도는 탈당설을 일축하고 당‧정 간의 일체감을 강조한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이러한 윤 대통령‧친윤 탈당설 부상의 배경에 친한(親한동훈) 세력의 '한동훈 띄우기'가 있다는 일부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실제 친윤 내에선 대통령과의 '분리'를 시도하는 한 전 위원장 측의 움직임이 '대통령 레임덕'을 부추기고 있다며 불편한 기색을 내비치고 있다. 윤 대통령의 멘토로 알려진 신평 변호사는 24일 YTN라디오에 나와 최근 한 전 위원장 일부 지지자들이 윤 대통령의 탈당을 공개 요구한 것을 언급하며 "한 전 위원장이 전당대회서 승리했을 때 윤 대통령이 당에 있으면 하나의 걸림돌로 인식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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