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車 12만대분 C0₂줄인 유럽 시멘트공장…"폐콘크리트도 원료로"

김희선 2024. 5. 27.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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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년 탄소제로' 도전하는 세계 최대 시멘트 기업 오스트리아 홀심
"석회석 줄이고 건축폐기물 등 대체 원료 확대…화석연료 90%를 순환자원으로 대체"
오스트리아 홀심의 마너스도르프 공장 전경 [홀심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마너스도르프<오스트리아>=연합뉴스) 김희선 기자 = 오스트리아 북동부 니더외스터라이히주의 마너스도르프에 위치한 시멘트 공장. 세계 최대 시멘트 기업 홀심이 운영 중인 이곳은 1894년부터 시멘트를 생산해 온 공장이다.

지난 23일 찾은 마너스도르프 공장은 하지만 130년의 역사를 지닌 공장이라고는 믿기 힘들 정도로 현대적인 모습이었다.

폐비닐 등 순환자원으로 원료 대체…화석연료 사용은 단 10%

공장 한가운데 우뚝 솟아있는 예열탑은 화석연료를 순환자원으로 대체하기 위해 2017년 새로 건설한 최신 설비다.

석탄을 주로 썼던 기존 예열탑과 달리 폐비닐, 폐플라스틱 등 화석연료를 대체하는 순환자원이 완전히 연소할 수 있는 충분한 공간을 제공한다.

현재 이 예열탑은 화석연료 없이 100% 대체연료로만 가동된다.

마너스도르프 공장의 예열탑 [홀심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예열탑과 연결된 지름 4m, 길이 60m의 거대한 킬른(소성로)은 쉴 새 없이 회전하면서 열기를 뿜어내고 있었다. 킬른은 시멘트의 주원료인 석회석을 잘게 부숴 섭씨 1천450도 이상의 고열로 굽는 일종의 가마다.

시멘트 공장의 핵심 설비인 이 킬른 역시 화석연료를 순환자원으로 100% 대체할 수 있도록 2010년 개조했다.

이처럼 설비를 끊임없이 현대화한 덕분에 현재 이 공장에서 사용되는 연료 중 화석연료는 10%가량에 불과하다. 나머지 90%는 가연성 폐기물 등 순환자원으로 충당하고 있다. 이는 한국 시멘트업계 평균치(35%)는 물론 유럽 평균치(53%)를 훨씬 넘어서는 수치다.

마너스도르프 공장의 킬른 [촬영 김희선]

마너스도르프 공장은 연간 130만t의 시멘트를 생산하고 있다. 시멘트 1t을 만들 때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는 작년 기준 495㎏. 전 세계 시멘트 업계 평균치(611㎏)를 훨씬 밑도는 수치다.

지난 3년간 이산화탄소 감축에 1억3천만유로(약 2천억원)의 예산을 투자한 마너스도르프 공장은 2030년까지 탄소제로를 달성한다는 목표를 추진하고 있다.

한국 취재진과 만난 베르톨트 크렌 최고경영자(CEO)는 "마너스도르프 공장의 연간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2020년에 비해 7만t 줄었으며, 오스트리아 내 홀심의 시멘트 공장 세 곳을 합하면 이산화탄소 감축량은 연간 21만t에 달한다"면서 이는 12만대의 자동차를 없앤 것과 같은 효과라고 말했다.

오스트리아 시멘트협회장이기도 한 그는 "운전사부터 청소부까지 모든 직원이 이런 과정에 동참하고 있다"면서 "공장 내 한 사람 한 사람이 해마다 300t의 이산화탄소를 줄이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홀심의 베르톨트 크렌 최고경영자 [촬영 김희선]

석회석·클링커 줄이고 폐콘크리트 등 대체 원료 확대

킬른과 연료 저장고를 거쳐 원료 저장고에 들어서니 뿌연 먼지가 가득했다. 분쇄기에서 잘게 부서진 가루가 저장고 안으로 쏟아져 들어오고 있었다.

이 가루는 시멘트의 주원료인 석회석을 분쇄한 것이 아니라 폐콘크리트와 폐벽돌 등 건축 폐기물을 분쇄한 가루다.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석회석을 대체하는 원료로 사용된다.

시멘트는 주원료인 석회석과 점토 등의 부원료를 잘게 부숴 혼합한 뒤 킬른에서 섭씨 1천450도 이상의 고열로 굽는 '소성 공정'을 거쳐 만들어진다. 소성 공정을 거친 석회석을 식힌 시멘트 반제품 클링커에 석고와 각종 혼합재를 섞어 다시 분쇄하면 미세한 분말인 시멘트가 탄생한다.

소성 공정은 시멘트 제조 과정 중 이산화탄소가 가장 많이 배출되는 공정이다.

소성 공정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의 3분의 1가량은 연료를 태우는 과정에서 발생하며, 3분의 2는 석회석이 소성 공정을 거치며 산화칼슘(CaO)과 이산화탄소로 분해되는 과정에서 나온다.

따라서 시멘트 제조 과정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이려면 화석연료를 순환자원으로 대체하는 한편, 클링커 제조에 들어가는 석회석을 다른 원료로 대체하거나 클링커를 줄이고 혼합재 사용을 확대하는 등의 방법으로 석회석과 클링커의 비중을 줄여야 한다.

마너스도르프 공장의 원료 저장고 원료 저장고 안으로 건축 폐기물 가루가 쏟아져 들어오고 있다. [촬영 김희선]

베른하르트 쾨크 품질 및 환경 담당 매니저는 "우리가 가장 중점을 두는 것은 클링커의 비중을 낮추고 혼합재 사용을 늘리는 것"이라며 "아울러 클링커 제조 시 투입되는 석회석을 줄이기 위해 건축 폐기물 같은 대체 원료 사용을 확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마너스도르프 공장은 다양한 혼합재 사용을 확대해 시멘트에 들어가는 클링커의 비중을 66%가량으로 낮췄다. 현재 이 공장에서 생산되는 10가지 제품 중에는 클링커의 비중을 50%까지 낮춘 제품도 있다.

아울러 대체 원료 사용을 통해 클링커 제조에 들어가는 석회석의 비중도 80%에서 70∼75% 수준으로 감축했다.

쾨크 매니저는 "대체 원료로 가장 많이 사용하는 것은 건축물을 철거할 때 나오는 폐콘크리트와 폐벽돌 등 건축 폐기물"이라며 "50∼150년 전 건축재료로 사용됐던 시멘트가 다시 돌아와 재활용되는 셈"이라고 말했다.

이어 "시멘트 품질을 보장하기 위해 건축 폐기물과 같은 대체 원료를 분쇄하기 전 분리기를 사용해 불순물을 걸러내고 분석기를 통해 성분을 분석한다"고 덧붙였다.

홀심을 비롯한 유럽 선진 시멘트 기업들은 다양한 혼합재를 활용해 클링커 비중을 최대한 줄인 저탄소시멘트를 생산하는 데 주력하고 있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혼합재를 활용한 저탄소 시멘트 생산이 활발하게 이뤄지지 않고 있다.

KS 규격은 시멘트에 사용할 수 있는 혼합재를 4종으로 제한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지 취재에 동행한 김진만 시멘트그린뉴딜위원회 위원장(공주대 건축학부 교수)은 "국내 시멘트 업계의 탄소 중립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혼합재 사용 기준 완화를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마너스도르프 공장의 연료 저장고 트럭에 실려온 폐비닐 등 대체연료가 저장고로 옮겨지고 있다. [촬영 김희선]

hisunn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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