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이나 빠진 체중, 마인드컨트롤은 명상으로…선발로 성장하는 KT 원상현 “오늘이 마지막이란 생각으로”

김하진 기자 2024. 5. 27. 12:00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KT 원상현이 수원구장에서 인터뷰하고 있다. 수원 | 김하진 기자



KT 루키 원상현(20)의 공식 프로필에 등록된 체중은 83㎏이다. 그러나 최근에는 73㎏까지 빠졌다.

최근 수원구장에서 만난 원상현은 “정말 살이 많이 빠졌다”라며 “75㎏까지 힘들게 올려놨는데 다시 빠졌다”며 혀를 내둘렀다.

1군 무대의 무게감이 생각보다 더 심했다.

부산고를 졸업한뒤 2024년 신인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7순위로 KT 유니폼을 입은 원상현은 데뷔 첫 해부터 선발의 기회를 받았다. 명투수 출신 이강철 KT 감독의 눈에 들었고 개막 때부터 선발 로테이션에 합류해 지금까지 1군의 한 자리를 꿰차고 있다. 올시즌 성적은 10경기 2승4패 평균자책 7.30이다.

4월 25일 한화전에서 6이닝 무실점으로 시즌 첫 승리를 올린 원상현은 5월 들어 개인 3연패에 빠졌다. 그러다 최근 경기인 지난 23일 삼성전에서 5이닝 1실점으로 팀의 승리를 이끌었다. 여러모로 1군 마운드의 한 자리를 지키기란 쉽지 않다.

KT 원상현. 연합뉴스



원상현은 “선배들이 여름에는 무조건 체력이 빠진다고 해서 그 때는 와닿지 않았는데 정말로 살이 많이 빠진다. 구속도 가볍게 150㎞까지 나왔는데 이제는 쉽지 않다. 그런걸 스스로 느끼니까 정말 많이 먹고 하는데에도 어렵다. 형들이 유지하는게 제일 어렵다고 했는데 정말 많이 와닿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많은 경험 하고 있다. 진짜 살도 빠지고 체력이 빠지는구나라고 느낀다”고 했다.

원상현은 이렇게 실제로 몸으로 체감하면서 프로 데뷔 첫 시즌을 보내고 있다. 그는 “하나하나 모든 경험들이 다 새롭게 느껴져서 많은 경험을 하고 있다”고 했다.

KT는 올시즌 에이스 고영표와 소형준이 빠지면서 선발진을 새 얼굴들로 메우고 있다. 그 중 하나가 원상현이다. 그래서 원상현은 자신의 선발 등판이 ‘시한부’라는 걸 잘 안다. 돌아올 사람이 돌아오면 자신의 자리가 없어지기 때문이다.

원상현은 “요즘 결과가 조금씩 좋아지고 있는데 선발로 나갈 수 있는 날도 얼마 안 남았다는 걸 알고 있다”며 “‘마지막이다’라는 생각을 계속 한다. ‘오늘 올라가는게 진짜 마지막’이라는 생각을 계속 하니까 아쉬울게 없고 잃을 게 없다. 욕심을 부리지도 않고 기회가 있으니 최선을 다하자라는 생각 뿐”이라고 했다.

입단 동기이자 함께 선발 로테이션을 채우고 있는 육청명도 적지 않은 자극제가 된다. 원상현은 “청명이가 자기는 선발진에 계속 있을 거라는 생각을 안 하더라. 저도 청명이가 와서 좋은 시너지도 받았고 좀 더 집중하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청명이는 저와 다르게 조용하고 무덤덤하다. 나는 약간 성격이 극단적이다. 서로 가진 장점이 달라서 나도 지켜보게 된다”라고 밝혔다.

KT 원상현. 연합뉴스



다신 없을 기회라는 걸 알 기 때문에 후회를 남기고 싶지 않다. 원상현은 “내가 아무리 1라운드에서 선택되었다고 해도 당연히 잘 해야하고 경기에 나가는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선수 입장에서는 감독, 코치님들이 기회를 주면 잘 해서 신뢰를 쌓아나가야한다고 본다”라며 느낀 점을 말했다.

그래서 마인드 컨트롤을 통해 마운드에서 든든한 모습을 보이려고 노력 중이다. 안영명 투수코치의 전담 코칭을 받고 있는 그는 “내가 선발로 나가기 전에 긴장을 너무 많이 한다. 그런데 코치님이 안 좋은 거라고 하더라. 우리 팀이 홈런을 치든 안타를 치든 여유롭게 마운드에 올라가라고 말해주신다”고 했다.

최근에는 명상도 시작했다. 원상현은 “최근 2경기 선발 등판하기 전에 명상을 시작했다. 20분 정도 눈을 감고 힘을 뺀 상태에서 있어보니까 평정심이 유지되는 것 같다”라고 했다. 주변에서 책도 많이 추천해줬다. 원상현은 “조금씩 읽어보고 있다”고 말했다.

당초 원상현은 소형준을 보면서 선발 투수로서의 꿈을 키웠다. 원상현은 “원래 강속구 투수로서의 모습만 고집하다가 고등학교 2학년부터 선발로 보직이 바뀌었는데 선발 투수의 매력을 느끼게 해 준 게 형준이 형이었다”라고 돌이켜봤다.

그러면서 “선발 투수가 스피드보다는 이닝을 잘 끌고 변화구 구사 능력이 좋아야한다. 그래서 나도 몇 실점해도 상관없으니까 불펜 투수들 체력 아끼게 5~6이닝만이라도 책임지고 던지자라는 생각으로 버티게 된다”고 했다.

KT가 현재는 선발진을 꾸리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신예들이 이 자리를 채우면서 귀한 경험을 쌓게 하며 미래를 대비하는 효과를 보고 있다. 원상현도 하루하루 경험을 통해서 성장 중이다. 1군에서의 경험은 그 누구도 쉽게 누리지 못할 값진 재산이라는 걸 잘 알기에 원상현은 모든걸 자신의 것으로 소화하려 하고 있다.

김하진 기자 hjkim@kyunghyang.com

Copyright © 스포츠경향.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