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푸틴 전기영화→성전환 배우 여우주연상...올해도 뜨거웠던 '칸'

이유나 2024. 5. 27. 1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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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프렌티스'

올해에도 온갖 논란과 이슈를 다양하게 양산한 제77회 칸 영화제가 지난 25일 뜨거운 관심 속에서 폐막했다.

이번 칸 영화제 심사위원단은 심사위원장인 그레타 거위그(영화 '바비' '작은 아씨들')를 필두로, 칸 황금종려상 수상작 '어느 가족'의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안데스 설원의 생존자들' 후안 안토니오 바요나 감독, 칸 심사위원상 수상작 '가버나움'의 나딘 라바키 감독, '몽상가들' 등 작품들로 유명한 배우 에바 그린, 골든 글로브 여우주연상 수상 배우 릴리 글래드스톤, 베니스 국제영화제 남우주연상 수상 배우 피에르프란체스코 파비노, '뤼팽' 등 작품으로 유명한 배우 오마 사이, 칸 황금종려상 수상작 '윈터 슬립' 각본가 에브루 세일란 등으로 꾸려졌다.

올해는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전기영화 '어프렌티스'(The Apprentice)가 공개되자마자 칸의 가장 뜨거운 화제작으로 부상했다. 이 영화는 1970∼80년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젊은 시절 뉴욕에서 부동산 거물이 되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을 그린 작품이다. 이란계 덴마크 감독인 알리 압바시가 연출하고, 부동산 분야를 다뤄온 언론인이자 작가인 가브리엘 셔먼이 각본을 썼다.

특히 논란이 된 장면은 극 중 트럼프가 그의 외모를 비하하는 아내를 상대로 강제 성관계를 갖는 장면이다. 실제로 트럼프 전 대통령과 1992년 이혼한 첫 부인 이반나 트럼프는 1990년 이혼 소송 과정에서 이런 주장을 제기했다가 나중에 이 주장을 철회했다.

칸에서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압바시 감독은 논란의 장면에 대한 질문을 받고 "실제로 이바나 트럼프는 (법원에서) 선서 하에 증언했다"며 "이 장면은 어떻게 (트럼프가) 조금씩 자신을 여러 인간관계에서 멀어지게 하는지 보여준다"고 답했다.

또 영화에는 극 중 트럼프가 외모 관리를 위해 지방 흡입 시술을 하고 탈모를 고치려고 두피 시술을 받는 장면 등도 포함돼 있다고 뉴욕타임스 등 언론은 전했다.

미 공화당 대선 후보인 트럼프 전 대통령의 선거 캠페인 대변인 스티븐 청은 칸에서 공개된 '어프렌티스'를 두고 "이 쓰레기는 오랫동안 틀렸음이 밝혀진 거짓말들을 선정적으로 다룬 순수한 허구이자 악의적인 명예훼손"이라고 주장하며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이와 관련 압바시 감독은 "도널드(트럼프)의 팀은 우리를 제소하기 전에 영화를 보기 위해 기다려야 한다"며 "나는 꼭 이것이 그가 싫어할 만한 영화라고 생각하지 않고, 그가 (영화를 보면) 놀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푸틴'
트럼프 전 대통령 외에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전기영화도 칸에서 나란히 공개되면서 문제작으로 떠올랐다. 폴란드 영화 제작사 AIO에서 선보인 '푸틴'은 인공지능(AI)을 이용한 딥페이크 기술을 적용해 만든 작품이다. 아직까지 배급사를 찾지 못한 '어프렌티스'와 달리, 오는 9월 26일 미국과 인도 등 전 세계 35개국에서 동시 개봉을 확정지었다.

칸 영화제 상영과 함께 공개된 2분 30초 분량의 예고편에는 AI 기술로 만든 가상의 푸틴 대통령이 기저귀를 차고 있는 장면이 등장해 논란이 됐다. 이 외에도 푸틴 대통령이 무술을 선보이거나, 고(故) 보리스 옐친 초대 러시아 대통령과 대립하는 모습도 함께 그려졌다. 푸틴 대통령은 1999년 옐친 당시 대통령이 전격 사임한 뒤 대통령직을 승계한 바 있다.

영어로 제작된 이 영화에는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당시의 장면들도 삽입됐다. 영화의 메가폰을 잡은 폴란드 감독 패트릭 베가는 "'푸틴'은 단순한 영화가 아니다"라며 "현대 정치에서 가장 논란이 되는 인물 중 한 명인 그의 동기와 행동을 이해하려는 세계적 관심에 대한 응답"이라며 제작 의도를 밝혔다.

카를라 소피아 가스콘 = AFP/연합뉴스
올해 칸 본선 경쟁 부문에 오른 22편 중 최고상인 황금종려상은 숀 베이커 감독의 '아노라'에 돌아갔다. 트랜스젠더, 위기 가정 아동 등 사회적 약자를 다룬 영화를 선보여온 베이커 감독은 '아노라'에서 젊은 여성 스트리퍼를 주인공으로 내세워, 러시아 갑부와 결혼한 그가 시부모로부터 동화 같은 결혼 생활을 위협당하기 시작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렸다.

'아노라'는 전 세계 영화 매체가 매긴 평점을 바탕으로 산정하는 스크린데일리 별점이 최고점에 가까운 3.3점을 받는 등 현지에서 폭발적인 호평을 이끌어냈다. 황금종려상을 수상하기 위해 무대에 오른 베이커 감독은 "이 상을 과거, 현재, 미래의 모든 성매매업 종사자에게 바친다"는 수상 소감으로 화제가 됐다.

올해 칸 여우주연상은 이례적으로 4명이 공동수상하는 풍경이 펼쳐졌다. 특히 성전환 여배우인 카를라 소피아 가스콘이 셀레나 고매즈, 조 샐다나, 아드리안나 피즈 등과 함께 수상자 중 한 명으로 이름을 올려 뜨거운 주목을 받았다. 성전환 배우가 칸 영화제서 수상한 건 가스콘이 최초다.

가스콘이 출연한 영화 '에밀리아 페레스'(감독 자크 오디아르)는 심사위원상과 여우주연상을 동시에 가져가는 쾌거를 달성했다. 극중 여성으로 성전환하고 싶어하는 멕시코 카르텔 보스 역을 맡아 열연을 펼친 가스콘은 이날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후 "세상에는 성전환 여성의 존재 자체를 혐오하는 사람들이 있다"며 "이 상을 모든 성전환 여성에게 바친다"고 전했다.

디지털뉴스팀 이유나 기자

YTN 이유나 (lyn@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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