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소추 남용 우려와 ‘무고죄’ 법리[포럼]

2024. 5. 27.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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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나라의 헌법에는 제(개)정 당시의 정치 상황, 시대 가치와 국민적 염원 등이 담겨 있다.

대한민국 헌법은 1948년 제헌 이후 9차에 걸쳐 개정됐다.

헌법 제65조에 따라, 국회에서 탄핵을 의결하면 헌재의 결정이 있을 때까지 최소 수개월 간 공직 수행이 정지된다.

미국의 경우 1787년 헌법 제정 때부터 하원에서 탄핵소추안이 결의되더라도 상원의 최종 의결이 있을 때까지 권한 행사가 정지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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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성우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한 나라의 헌법에는 제(개)정 당시의 정치 상황, 시대 가치와 국민적 염원 등이 담겨 있다. 대한민국 헌법은 1948년 제헌 이후 9차에 걸쳐 개정됐다. 때로는 권력자의 권한 강화를 위한 일방적이고 자의적인 개헌도 있었다. 하지만 1987년 6·10민주화운동을 계기로 개정된 현행 9차 개정헌법(1987년 체제)은 자유민주주의 이념을 가장 굳건히 확립한 가장 민주적인 헌법으로 평가된다.

현행 헌법은 미국식 대통령제를 기본으로 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만의 다양하고 독특한 제도들이 담겨 있다. 그중 탄핵제도와 관련해서는 몇 가지 특징과 생각해 봐야 할 문제점이 있다.

첫째, 현행 탄핵제도의 가장 큰 특징은, 의원내각제에 있는 의회의 내각불신임 제도와 유사한 기능을 한다는 것이다. 의원내각제에서는 총선 결과 의회에서 다수파가 달라지면 곧 단독 또는 연합정권(연정)을 창출해 총리가 교체되고 권력이 이양된다. 반면, 대통령제 국가에서는 야당이 다수당이 되더라도(여소야대) 곧바로 행정부가 교체되지는 않는다. 그래서 여소야대 상황에서는 대통령과 야당의 대립은 불가피하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미국도 마찬가지다. 대통령과 국회 간에 심각한 의견 대립이 있는 경우 의원내각제 국가라면 총리가 의회해산권을 행사할 수 있지만, 현행 우리나라 헌법에서는 대통령의 권력을 축소하기 위해 국회해산권을 삭제했다. 따라서 현 여소야대 상황에서 대통령이 거대 야당의 입법 독주를 피할 유일한 방법은 거부권 행사뿐이다.

둘째, 절대다수 야당의 무분별한 탄핵 남발로부터 장관이나 검사 등 국정 운영에 필수불가결한 직위의 직무정지를 피할 방법이 없다. 헌법 제65조에 따라, 국회에서 탄핵을 의결하면 헌재의 결정이 있을 때까지 최소 수개월 간 공직 수행이 정지된다. 미국의 경우 1787년 헌법 제정 때부터 하원에서 탄핵소추안이 결의되더라도 상원의 최종 의결이 있을 때까지 권한 행사가 정지되지 않는다. 빌 클린턴 등 몇몇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하원을 통과했지만, 상원에서 모두 부결됐다. 따라서 현재까지 하원의 탄핵소추결의안 통과 후 권한 행사가 정지된 대통령도, 상원에서 의결돼 탄핵 된 대통령도 없다. 반면, 우리는 국회의 탄핵소추안 의결 이후 곧바로 권한 행사가 정지되므로, 자칫 탄핵 당사자의 ‘위헌·위법’ 행위 때문이 아니라 직무정지 그 자체를 목적으로 야당이 탄핵 권한을 남용할 위험성이 매우 크다.

셋째, 현행 헌법에는 야당이 탄핵권을 남용하는 경우 어떠한 법적 처벌이나 불이익 조항도 없다. 최근 더불어민주당 당선인들이 제22대 국회에서 탄핵 권한을 적극 행사하기로 했다고 한다. 형법에는 일반인이 죄 없는 사람에 대한 허위의 사실을 공무소 또는 공무원에게 신고하면 ‘무고죄’로 처벌받는다. 반면, 국가의 주요 권한을 행사하는 대통령, 장관 등에 대한 무고한 탄핵에 대해서는 정치적 책임 외에는 전혀 법적 책임을 지지 않는다. 탄핵의 남발과 이로 인한 국정 혼란이 크게 우려된다.

오는 30일부터 임기가 시작되는 제22대 국회는 탄핵을 남발해 국민의 삶을 어렵게 하지 말고, 복잡다기한 국제 정세에 잘 대처하고 국민의 삶을 향상시킬 수 있는 미래 지향적인 정책을 만드는 공간이 되기 바란다.

지성우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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