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방심위, ‘KBS 장악 문건’ MBC 보도 “신속심의”로 결정 번복…“자의적 심의” 비판

박채연 기자 2024. 5. 27. 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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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희림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 위원장(가운데)과 방심위 위원들이 지난 3월11일 서울 양천구 방심위에서 제 6차 정기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권도현 기자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가 ‘KBS 대외비 문건’을 보도한 MBC <스트레이트>에 대해 신속심의를 하기로 했다. 지난달 신속심의 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한 결정을 번복한 것이다. 방심위가 정부·여당 비판 보도들에 대해 선택적으로 신속심의를 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27일 취재 결과 방심위 여권 위원들(김우석·이정옥·허연회 위원)은 지난 23일 MBC <스트레이트> 지난 3월31일 방송분인 ‘공영방송과 신보도지침’에 대해 기존 결정을 번복하고 신속심의 안건으로 부의했다. 다음달 중 심의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해당 방송분은 KBS가 ‘우파’ 임원 등용, 단체협약 무력화 등의 내용이 담긴 ‘KBS 대외비 문건’에 따라 박민 KBS 사장 취임 뒤 공영방송 장악을 시도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방심위는 통상 민원이 접수된 순서대로 심의를 진행해왔다. 신속심의는 긴급재난·중대공익침해 등 심각한 사회적 혼란을 일으키는 중대 사항에 대해 제한적으로 이뤄졌다. 하지만 방심위는 지난해 9월 류희림 방심위원장 부임 이후 ‘가짜뉴스 신속심의센터’를 출범시켰다. 신속심의센터는 3개월 만에 운영이 종료됐지만 신속심의는 올해부터 상설화됐다. 신속심의의 근거로 활용되는 규칙은 ‘위원 3분의 1 이상의 찬성, 혹은 위원장 단독으로 의안을 제의할 수 있다’로, 이 부분 이외엔 명문화된 규정이 없다.

여권 위원들이 신속심의 제도를 자의적으로 이용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방심위의 한 직원은 “신속심의 절차가 미비한 상황이며 제도 정당성도 부족하다”며 “이런데도 야권 위원들과 논의 없이 이미 결정된 사항을 번복한 것은 합의제 기구의 취지를 무색하게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간 신속심의 제도를 활용해온 것은 여권 위원들이었다. 조승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방심위로부터 받은 ‘방송심의소위원회 신속심의 회부 안건 목록’을 보면, 류 위원장이 부임한 지난해 9월부터 현재까지 신속심의로 이뤄진 안건 23건 모두 류 위원장을 비롯한 여권 위원들이 신속심의를 제의했다. 신속심의 대상은 뉴스타파 ‘김만배-신학림 인용 보도’에 대한 방심위 법정제재, 강성희 진보당 의원 과잉 제압 논란,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개입 의혹, MBC의 ‘바이든-날리면’ 관련 후속 보도 등이었다.

윤성옥 야권 추천 위원은 지난 13일 방심위 전체회의에서 “순차적으로 심의하는 것이 원칙이었는데 신속심의 절차를 도입해 자의적으로 심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방심위는 기존 결정 번복 이유에 대한 질의에 “특정 심의신청 민원의 내용에 대해서는 알릴 수 없다. 아울러 신속심의 제의 여부는 방심위원의 고유 권한”이라고 했다.

KBS도 MBC에 대한 대응을 이어가고 있다. KBS는 이달 초 MBC <스트레이트> 방송분이 공정성 및 객관성 조항을 위반했다며 방심위에 민원을 제기했다. 지난 17일엔 MBC와 <스트레이트> 제작진을 상대로 정정보도 및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 [단독] 방심위, 결국 가짜뉴스센터 종료···‘신속심의’는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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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영방송 장악에 시나리오 있었나···‘KBS 대외비 문건’ 나왔다
     https://www.khan.co.kr/national/media/article/202404011653001

박채연 기자 applau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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