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구칭양 싱가포르 국립대(NUS) 리콴유공공정책대학원 교수 | "한국, FDI 자석 되고 싶은가… 기업 환경 믿음 줄 정치 안정 필수"

이용성 국제전문기자 2024. 5. 27.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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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칭양 싱가포르 국립대(NUS) 리콴유공공정책대학원 교수싱가포르 국립대 경제학 석사, 난양공대(NTU) 경제학 박사, 현 싱가포르 학술 저널 ‘인프라, 정책과 개발’ 편집장, 전 난양공대 교수

“외국인직접투자(FDI) 유치를 위해서는 정치 안정이 가장 중요하다. 정치가 안정되면 한국의 기업 환경에 대한 외국인 투자자들의 확신도 커질 것이다.”

싱가포르 국립대(NUS) 리콴유공공정책대학원의 구칭양(顧清揚) 교수는 최근 이메일 인터뷰에서 한국의 FDI 성공 지속을 위한 조건으로 이같이 조언했다. 싱가포르는 FDI 유치 실적에서 일본과 홍콩을 제치고 중국에 이어 아시아 2위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한국은 FDI 유치액 규모가 아직 앞자리에 있지 않지만, 증가세가 가파르다. 2023년까지 3년 연속 역대 최대 기록을 갈아치운 데 이어 올 들어서도 최대 실적을 내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올해 1분기(1~3월) 우리나라로 들어온 FDI 규모는 70억5000만 달러(약 9조6726억원)로 역대 1분기 중 최대였다.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감염병 대유행) 초기였던 2020년 1분기 32억8000만달러(약 4조5000억원)까지 쪼그라들었던 투자액이 4년 만에 두 배 넘게 확대된 것이다.

싱가포르의 면적은 서울보다 조금 더 크고 인구는 약 570만 명에 불과하다. 하지만 6억5000만 인구의 아세안(ASEAN·동남아국가연합) 진출의 전진기지이자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세계 5위(8만8447달러·올해 IMF 기준)다.

구 교수는 싱가포르의 공공 정책과 도시개발 분야 권위자 중 한 명이다. NUS와 함께 싱가포르를 대표하는 난양공대(NTU)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았고, NUS에 합류하기 전인 2000~2009년 NTU에서 경제학과 정책 분석을 가르쳤다. 학교 밖에서는 싱가포르와 아시아 공공기관을 상대로 교육·컨설팅도 활발히 진행 중이다. 다음은 일문일답.

FDI 유치를 위한 한국 정부의 노력을 어떻게 보나.

“한국 기업은 세계를 무대로 중요한 투자를 집행하며 여러 산업 분야에서 이름을 떨치고 있다. 하지만 갈수록 격해지는 경쟁과 지정학적 도전 속에서 이 같은 움직임을 이어가면서 FDI 유치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결연한 노력과 전략적인 안목이 필요하다. FDI 유치에는 정치 안정이 가장 중요하다. 정치 안정이 외국인 투자자에게 한국의 기업 환경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기 때문이다.”

정책의 일관성과 지속성이 중요하다는 이야기도 될 수 있겠다.

“그렇다. 정책 일관성을 높이고 이를 효과적으로 이행하면 한국에 대한 투자 신뢰도를 높여 장기 투자 유치에 도움이 될 것이다. 급변하는 세계에서 FDI를 유치하기 위해 장기적인 산업 발전 계획을 마련하고 경제 분야의 구조 개혁을 효과적으로 추진하는 것은 필수다. 떠오르는 산업 분야를 선제적으로 찾아 연구개발(R&D)에 투자하고 혁신 역량을 강화하면 한국은 FDI를 끌어들이는 자석이 될 수 있다.”

한국의 FDI 유치, 어떤 분야가 유망할까.

“에너지와 생명공학, 인공지능(AI), 첨단 제조업 분야의 전략적 투자는 한국의 FDI 유치 경쟁력과 매력도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싱가포르의 FDI 매력도가 높은 이유는 뭘까.

“정치 안정, 지속성, 꾸준하고 예측 가능한 정책 방향, 탄탄한 법률 체계, 조화로운 노사 관계 등 다양한 측면을 포괄하는 통합적인 접근법을 취한 것이 싱가포르의 FDI 매력을 높인 원동력이다. 임금과 임대료, 세금 등과 달리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내재 비용을 줄이는 데 관심을 기울인 것도 성공 요인이다. 무역 장벽과 규제 장벽, 비효율적인 관리 방식 등 숨은 비용을 줄이는 데 우선순위를 뒀기 때문에 전반적인 사업 비용을 낮게 유지해 투자 매력을 높일 수 있었다. 글로벌 금융 허브로서 싱가포르의 위상도 FDI 매력을 한층 더 끌어올렸다.”

코로나19 팬데믹과 미·중 갈등 등 도전도 만만치 않았을 듯한데.

“싱가포르는 경제 개방도가 높고, 세계 여러 나라와 (교역 등으로) 긴밀히 연결되어 있다. 코로나19 팬데믹과 미·중 갈등 여파로 세계경제에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싱가포르도 심각한 도전에 직면할 수밖에 없었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역으로 그런 위기는 회복 탄력성과 적응력의 중요성을 새롭게 부각시켰다. 싱가포르는 리스크를 줄이고 새로운 기회를 최대로 활용하기 위해 FDI 전략을 다각화했다. 국제 무역과 투자, 연결을 위한 허브로서 위상을 더욱 강화하고 강조한 것이 핵심이었다.”

투자 매력을 높이기 위한 싱가포르 정부의 노력, 구체적인 예를 든다면.

“싱가포르 정부는 핵심 분야의 기업 활동을 돕고, 혁신 역량을 강화하며, 경제성장을 촉진하기 위한 다양한 보조금과 지원 프로그램을 시행 중이다. 예를 들어 싱가포르 경제개발청(EDB)은 기업의 새로운 기술 접목과 해외시장 진출을 돕기 위해 다양한 보조금을 지급한다. 싱가포르 기업청(ESG·En-terprise Singapore)은 R&D, 국제화, 경쟁력 강화 등 다양한 목적으로 자금을 지원한다. 싱가포르는 법인세율이 17%로 전 세계에서 낮은 국가 중 하나이기도 하다.”

싱가포르에 투자를 원하는 한국 기업은 어떤 도움을 받을 수 있을까.

“싱가포르 정부 산하 여러 위원회는 서로 협력해 기업 활동을 돕고, 외국 투자자를 지원한다. 한국 기업은 EDB, ESG, 싱가포르 통화청(MAS) 등 기관의 도움과 지도를 받을 수 있다. 이들 기관을 통해 규제를 다루고 투자 기회를 포착하며, 싱가포르에서 성장을가속하기 위한 맞춤형 지원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싱가포르 정부는 특정 기술 분야 인력을 유치하기 위해 2022년 8월에 ‘원 패스’ 신규 취업 비자를 도입했고, 앞서 2021년에는 ‘싱가포르 제조 연합(Singapore Manu-facturing Alliance)’을 발족했다. 예를 들어 동남아에서 물류·산업 부지를 찾는다면, 이 연합이 싱가포르 인근에서 적절한 지역을 찾아 투자가 이뤄지도록 도울 수 있다.”

투자 유치 발표와 그것이 실제 결실로 이어지는 것은 다른 이야기일 수도 있다. FDI 결실 극대화를 위해 싱가포르 정부는 어떤 노력을 하고 있나.

“싱가포르 정부는 FDI 유치에 앞서 외국인 투자를 산업 개발의 큰 그림에 맞게 조율하기 위한 세밀한 계획을 세운다. FDI 프로젝트가 전반적인 경제성장 계획에 녹아들도록 하기 위해서다. 산업 전반의 우선순위와 시장의 기회, 투자 전략을 세심하게 계획해 FDI 투자가 성공과 성장의 결실을 볼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가고 있다.”

첨단 기술 발전으로 지난 20년 동안 산업 지형이 급격히 변했다. FDI 관련 전략도 산업별로 다를 수 있을 것 같다.

“전통적인 제조업과 서비스업에서는 물리적인 인프라와 세제 혜택에 우선순위를 둘 수밖에 없다. 하지만 정보통신기술(ICT)과 AI 산업의 경우 우선순위가 다를 수 있다. 예를 들어 AI 관련 투자를 유치하려면 혁신 역량을 강화하고 관련 규정을 잘 정비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실험과 창의성을 고취하기 위한 규제 샌드박스(새로운 제품이나 서비스가 출시될 때 일정 기간 기존 규제를 면제, 유예시켜주는 제도)가 대표적이다.”

한국과 싱가포르가 서로 윈윈(win-win)하는 파트너가 될 수 있을까.

“한국과 싱가포르는 역동적인 수출 중심의 경제구조이므로 해외시장에서 경험이 풍부하다는 점에서 비슷하다. 서로 협력해 FDI 유치 관련 좋은 사례를 공유하면 두 나라 모두에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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