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車 세라믹 ‘베어링 볼’ 국산화한 NBG 문두성 대표 | "일본 기술력 따라잡고 테슬라에도 납품… 전기차, 로봇 시장 공략"

밀양(경남)=박용선 조선비즈 기자 2024. 5. 27.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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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두성 NBG 대표서울대 경영학과, 전 삼일회계법인 한국공인회계사, 전 LG전자 멕시코 레이노사 TV 공장 재무팀장, 전 베어링포인트 선임 컨설턴트,전 KPF CFO, 전 ㈜나노 CFO 및 부사장

“글로벌 (자동차 부품) ‘베어링 볼’ 시장은 높은 품질 경쟁력을 내세운 일본이 주도하고 있다. 최근 일본과 기술 격차를 좁혀 테슬라 납품이라는 가시적인 성과를 거뒀다. 테슬라 전기차 ‘모델Y’와 ‘사이버트럭’에 들어가는 베어링에 NBG가 만든 초정밀 스틸(강철)볼이 사용되고 있다.”

최근 베어링 볼 제조 업체 NBG 본사가 있는 경남 밀양에서 만난 문두성 대표는 2025년 매출 800억원을 돌파할 계획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NBG의 지난해 매출은 680억원으로, 2020년(276억원) 대비 약 2.5배 늘었다. 폴크스바겐, 포드 등 글로벌 완성차 업체에 베어링 볼을 공급했고, 지난해부터는 테슬라에 전기차 감속기용 베어링 스틸볼을 납품하며 해외 매출 증가에 속도가 붙었기 때문이다.

NBG는 1982년 출범한 한화베어링을 모태로 한 기업으로, 2018년 문 대표와 그가 부사장으로 근무했던 ㈜나노가 인수했다. NBG는 새 베어링 볼 그룹(New Bearing Ball Group)이란 의미다.

일본서 전량 수입 세라믹볼 국산화⋯ 전기차 시대 대비

NBG 주력 상품인 베어링 볼은 자동차 필수 부품으로, 구동 과정 중 부품 간 마찰을 최소화하기 위해 삽입하는 구형의 물체다. 주로 바퀴나 조향장치, 감속기 등에 탑재된다.

감속기용 베어링 볼은 내연기관차와 전기차 모두 스틸을 재료로 사용한다. 하지만 최근 전기차의 경우 스틸볼이 강하게 회전하면 모터에서 나오는 자기장 등의 영향으로 스틸볼이 마모되는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는 단점 때문에 전기차 감속기용 베어링 볼 소재로 세라믹이 선호되고 있다. 세라믹볼은 스틸볼 대비 50배 정도 가격이 비싸, 현재는 고급 전기차 중심으로 탑재되고 있다. 그러나 전기차 보급이 늘고 규모의 경제가 가능해지면 점차 사용이 확대될 전망이다.

특히 세라믹볼은 일본 등으로부터 100% 수입했기 때문에 국산화가 절실했다. NBG가 세라믹볼을 미래 회사 매출을 견인할 신성장동력으로 보고, 올해 세라믹볼 국산화에 성공한 배경이다.

문 대표는 “올해를 기점으로 스틸볼뿐만 아니라, 세라믹볼 ‘투트랙’ 양산 체제를 갖추게 됐다”며 “스틸볼에 이어 세라믹볼도 테슬라 전기차 감속기용으로 납품되면 NBG 매출 증가에 가속도가 붙을 것”이라고 했다. NBG의 전기차·로봇 등의 감속기용 베어링 볼(스틸볼+세라믹볼) 매출은 2023년 17억원이었지만, 2026년에는 약 150억원으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일본의 소부장 수출 규제가 국산화 자극

“2019년 촉발된 일본의 소재·부품·장비(소부장) 한국 수출 규제 사태로 최고급 사양의 베어링 볼(세라믹볼) 수급 문제에 대한 우려가 커진 적이 있다.” 문 대표는 “2020년부터 산업통상자원부가 전기차 감속기에 사용될 세라믹볼의 국산화 과제를 NBG에 맡겼다”며 배경을 이같이 전했다.

NBG는 주력 상품인 스틸볼 기술 고도화에도 나섰다. 2023년 글로벌 베어링 제조사인 독일 셰플러그룹으로부터 업계에서 통용되는 상위 품질 등급인 그레이드 5(Grade 5) 제품 인증을 받았다. 문 대표는 “NBG는 그레이드5 스틸볼 제품을 개발, 양산을 앞둔 국내 최초 기업”이라며 “세계 시장을 주도하는 일본 제품 인증도 그레이드5로, NBG와 일본 제품의 품질 격차가 확 좁혀졌다”고 했다. NBG는 독일, 일본 등 해외 시장으로 스틸볼 양산 제품 수출 확대에 나설 계획이다.

앞서 NBG는 2021년 국내 유일하게 베어링 롤러를 생산하는 셰플러코리아 창원공장 롤러 생산라인 사용권을 획득하며 사업 확장에 나섰다. 베어링 롤러는 베어링 볼과 같은 역할을 하는데, 접촉 면적이 볼보다 넓어 더 큰 하중을 지탱할 수 있다. 주로 픽업트럭 등에 탑재된다. 문 대표는 “2021년 셰플러코리아의 롤러 생산라인 사용권 획득 후 밀양 공장(베어링 볼)과 창원 공장(베어링 롤러) 생산 체제를 구축했다”고 말했다. 물론 생산라인 확보 후 어려움도 있었다. 문 대표는 “약 2년간 조직 안정화 기간을 거친 후 경영 정상화를 할 수 있었다”고 했다.

문 대표는 철강 산업이 발전한 한국에 공장이 있어 가격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포스코로부터 베어링 볼 원소재인 고탄소크롬 합금강을 곧바로 싼 가격으로 공급받을 수 있어, NBG의 베어링 볼 제품은 일본 경쟁사 대비 약 30% 저렴하다”고 말했다.

문 대표는 테슬라에 제품을 납품하며 NBG 기술 개발 능력을 한 단계 높였다고도 했다. 그는 “고객사와 함께 제품 연구개발(R&D)을 한다”며 “고객사가 원하는 품질에 맞게 제품을 개발하고, 시제품을 테스트하고, 그들이 요구하는 대로 성능을 개선하고, 또 완제품으로 테스트하는 등의 과정을 거친다”고 했다. 그러면서 “테슬라는 이런 제품 개발, 테스트 과정이 굉장히 까다로운데, NBG가 이를 맞췄고 덕분에 R&D 역량을 키울 수 있었다”고 말했다.

내년 IPO 계획, 로봇 감속기 시장 공략 박차

NBG는 2025년 기업공개(IPO)도 준비 중이다. 문 대표는 “상장 자금을 활용해 설비 및 개발 투자를 확대, 로봇 감속기 베어링 볼 사업을 강화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로봇 감속기 베어링 볼은 NBG의 또 다른 신성장동력이다. NBG는 굴지의 일본 로봇 감속기 전문 업체 나부테스코에 지난해부터 베어링 볼을 공급하고 있고, 앞으로 이 시장 확대에 나설 계획이다. 문 대표는 “전기차, 로봇 등 산업 패러다임 변화에 맞춰 NBG도 변신하며 새로운 성장을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Plus Point
"상상 초월하는 꼼꼼함과 완벽한 집중… 日 장인정신 배워야"

문두성 NBG 대표는 세계 베어링 볼 시장을 이끄는 일본 기업들의 장인정신을 강조했다. 문 대표는 “그동안 일본 베어링 업체와 함께 일했는데, 그 과정에서 장인정신을 배울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일본이 왜 부품을 잘 만드는지 궁금했다”며 “실제로 같이 일하면서 부품 하나를 만들어도 상상을 초월하는꼼꼼함과 완벽한 집중, 끊임없이 기술 개발에 도전하는 정신이 그 바탕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고 했다. 그러면서 “한 분야에 빠지면 다른 건 보지 않고 그 분야에만 열중하는 사람을 뜻하는 오타쿠와 비슷하다”며 “일본의 장인정신은 한국 기업이 배워야 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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