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스 스터디] 미래 車 부품사로 가는 성우하이텍 | 범퍼 등 차체로 수익 창출 지속… 배터리 케이스로 확대

고성민 기자 2024. 5. 27.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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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 제네시스 G90에 적용된 클램셸 후드 (오른쪽) 위쪽부터 성우하이텍이 생산하는 배터리 케이스, 차 문, 자동차 후드 /성우하이텍

철판·알루미늄을 성형해 자동차 차체를 만드는 성우하이텍이 전기차에 필수로 들어가는 배터리 케이스(BCA·Battery Case As-sembly)를 통해 전기차 부품사로 변신을 꾀하고 있다. 전기차는 내연기관차보다 부품 수가 30% 이상 적어, 자동차 부품사들은 산업 전환에 대응해야 한다는 과제를 안고 있다. 성우하이텍은 전기차에도 꼭 필요한 차체를 제조·공급하는 것을 캐시카우(수익 창출원)로 삼고, 배터리 케이스를 미래 먹거리로 겨냥한다. 전기차, 수소차,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 등 다양한 친환경 차에 들어가는 배터리 케이스를 통해 전동화 전환의 흐름을 따라가겠다는 계획이다.

현대차·기아 호실적에 ‘매출 4조원’ 껑충

성우하이텍은 1977년 이명근(80) 회장이 부산에서 창립한 기업이다. 농기구와 주방 기구를 만드는 성우금속공업사로 시작했다. 1980년대 현대차 중형 세단 스텔라에 몰딩(외관 손상을 방지하기 위한 장식품)을 납품하며 자동차 부품업에 뛰어들었다. 이후 현대차와 함께 중국, 인도, 유럽 등 해외시장에 동반 진출하며 외형을 확대했다. 알루미늄, 기가스틸(Giga Steel) 등 신소재를 활용한 차체 경량화에 집중하며 대형 부품사로 성장했다. 코스닥 시장에는 1995년 상장했다.

성우하이텍이 생산하는 주요 제품은 자동차 차체다. 두루마리 휴지처럼 둘둘 말린 상태의 철판·알루미늄 원자재(coil)를 공급받아, 이를 잘라내고 압착해 차체 모양으로 만든다. 차 문, 후드(엔진룸을 덮고 있는 철판), 테일게이트(트렁크 문), 바닥 등 다양한 부품을 생산한다. 특히 범퍼 레일은 국내에 마땅한 경쟁사가 없어 현대차그룹에 사실상 독점 공급한다. 범퍼 레일은 범퍼의 뼈대 역할을 하는 부품으로, 충돌 시 충격을 줄이는 역할을 한다. 국내 자동차 차체 부품 시장에서 성우하이텍의 점유율은 약 20% 이상으로 추산된다.

성우하이텍의 강점은 알루미늄, 마그네슘, 탄소섬유 등 다양한 소재를 차체 형태로 정교하게 성형한다는 점이다. 이 같은 신소재를 적용해 차를 가볍게 만들면 연비를 끌어올릴 수 있다. 세계적으로 자동차 연비 규제가 강화되는 흐름이고, 전기차는 무거운 배터리를 탑재하기 때문에 차체 경량화가 내연기관차보다 더 중요하다. 차가 무거울수록 1회 충전으로 달릴 수 있는 최대 주행거리가 감소하기 때문이다.

성우하이텍은 가볍지만, 비싼 알루미늄 소재의 차 문을 제조해 2020년부터 제네시스 G80·GV80에 납품하고 있다. 또 현대차 아이오닉5·아이오닉6, 기아 EV6, 제네시스 G90 등에 알루미늄 소재 클램셸 후드(clamshell hood)를 공급한다. 클램셸 후드는 엔진룸을 덮는 후드와 차체 옆 부분을 감싸는 펜더를 일체화시켜 하나의 패널로 구성한 부품을 말한다.

성우하이텍은 자동차 산업의 성장세를 타고 지난해 역대 최고 매출과 영업이익을 거뒀다. 성우하이텍의 지난해 매출은 4조3220억원으로 전년 대비 8.7%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같은 기간 2567억원으로, 158.8% 증가했다. 2022~2023년은 자동차용 반도체 공급난이 해소되며 완성차 기업들이 생산을 늘리고, 백오더(밀려있는 주문)를 해소하는 시기였다. 성우하이텍이 자동차 제조사인 KG모빌리티(3조7800억원), 르노코리아(3조2914억원)보다 연 매출이 높다는 점도 눈에 띈다. 이는 성우하이텍의 주력 고객사인 현대차· 기아가 기록적인 실적을 낸 것이 배경이다. 현대차·기아는 합산 기준 지난해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262조4720억원, 26조7348억원으로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갈아치웠다. 성우하이텍 매출에서 현대차·기아가 차지하는 비중은 작년 기준 약 57%다.

배터리 케이스로 전동화 대응

성우하이텍은 미래 먹거리로 배터리 케이스를 정조준하고 있다. 자동차용 배터리 케이스는 주로 알루미늄으로 제조돼 성우하이텍의 기존 사업과 연관성이 높다. 성우하이텍은 2019년 EV(전기차) 사업부를 신설하며 전동화 대응에 나섰고, 완성차에 배터리 케이스를 납품하는 성과를 냈다. 삼성증권에 따르면, 성우하이텍은 현대차 코나 일렉트릭과 기아 니로EV에 배터리 케이스를 공급하고 있다. 향후 출시될 현대차의 인도 전략 차종 크레타EV에도 성우하이텍의 배터리 케이스가 공급될 예정이다.

업계는 향후 배터리를 차체에 통합하는 셀투보디(CTB·Cell-to-Body) 기술이 보편화하면, 성우하이텍의 차체 제조 노하우가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일반적인 전기차 배터리는 셀-모듈-팩 공정으로 제작된 후, 하나의 배터리 팩이 전기차 하부에 탑재된다. 반면 셀투보디는 모듈과 팩 과정을 생략하고 배터리 셀을 차체에 통합하는 방식이다. 테슬라, 비야디(BYD), 샤오미가 이미 채택했거나 도입을 예고한 기술로, 무게를 줄이고 실내 공간을 넓힌다는 장점이 있다. 성우하이텍은 앞서 2022년 현대차·기아 협력사 연구개발(R&D) 테크 데이에서 ‘차체·배터리 일체형 구조 언더 보디’ 기술을 선보여 우수상을 받았다.

성우하이텍은 배터리 케이스뿐 아니라 배터리 시스템(BSA·Battery System Assem-bly) 사업까지 바라보고 있다. 배터리 시스템은 배터리가 전기차에서 안전하고 효율적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배터리 팩에 전장품과 배터리 관리 장치(BMS·Battery Manage-ment System) 등을 합친 완제품을 의미한다. 차체 제조에서 나아가 전장 부품사로 성장을 도모하는 것이다. 이 회사의 R&D센터는 배터리 충·방전 최적화 솔루션, 자율주행차의 주행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한 야간 운전 지원 시스템 등을 연구한다.

맏사위 조성현, 유력한 승계 후보

성우하이텍의 최대 주주는 성우홀딩스(32.7%)다. 성우홀딩스는 창업주 이명근 회장이 지분 83.6%를 보유한 기업이다. 이명근 회장의 차녀 이아람씨가 최대 주주인 오너 일가의 가족 회사 리앤한이 성우홀딩스의 나머지 지분 16.4%를 보유하고 있다.

이 회장은 성우하이텍의 지분도 5.8% 갖고 있다. 이 회장의 장녀 이보람씨가 성우하이텍 지분 3.3%, 이 회장의 부인 민미라씨가 성우하이텍 지분 1.9%를 각각 들고 있다.

이 회장의 맏사위 조성현(48)씨는 이 회장등과 함께 성우하이텍의 각자대표사장을 맡고 있다. 조 대표는 2007년 중앙대 의과대학원을 졸업했으며, 이보람씨와 결혼한 후 성우하이텍에 입사해 품질사업부장(이사), 개발사업본부장(상무), 경영기획본부장(부사장)을 거쳤다. 이보람씨는 성우하이텍 재경총괄사업부 부사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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