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vs 트럼프 리턴매치 美 대선 쟁점 된 금리 인하] "금리 내려야" vs "대선 전 금리 인하 민주당 돕는 조치" 공방

정원석 선임기자 2024. 5. 27.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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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블룸버그·국제금융센터

“순탄한 여정이 될 것이라 예상하진 않았지만 (1분기 인플레이션은) 예상했던 것보다 높았다. 이는 우리가 인내심을 갖고 제한적인 정책이 효과를 발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을 말해준다. 인플레이션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2%로 낮아질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려면 시간이 더 걸릴 것 같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은 5월 14일(이하 현지시각)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열린 대담에서 5월 초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6회 연속 금리 동결 배경을 설명했다. 지난 1월 3.0%까지 내려왔던 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2월 3.1%, 3월 3.5%로 오르며 인플레이션 재발 조짐을 보였다.

4월 물가 지표도 비슷한 흐름이다. 5월 14일 발표된 미국의 4월 생산자물가지수(PPI)상승률은 전월 대비 0.5%로 다우존스가 집계한 전망치(0.3%)를 웃돌았다. 5월 15일 발표된 4월 CPI 상승률은 전년 대비 3.4%로, 월가 예측치에 부합했다. 이런 흐름에 대해 파월 의장은 “현재 상황이 ‘뜨겁다’고 보기보다는 ‘혼조세’라고 부르고 싶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도 “우리가 가진 데이터에 따르면 다음 조치가 금리 인상이 될 가능성은 작다” 면서 금리 인하 기대감을 자극했다.

금리 인하 두고 바이든·트럼프 상반된 압박

인플레이션 둔화 속도가 더뎌지면서, 연준의 금리 인하 피벗(pivot·통화정책 기조 전환) 시기도 늦어지고 있다. 연초 전망됐던 ‘3월 금리 인하’가 무산된 이후, 피벗 시기 전망은 ‘빨라야 9월’로 물러서고 있다. 이에 대해 뉴욕타임스(NYT)는 5월 1일 금리 인하가 늦어지면서 연준이 대통령 선거 캠페인에서 정치적 논쟁에 휩싸일 위기에 처했다고 보도했다. 11월 5일 미국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열리는 6·7·9월 FOMC에서 기준금리 결정의 정치적 배경에 대한 의구심이 제기될 수 있다는 게 NYT의 시각이다.

이 같은 분석이 나오는 배경은 미국 민주당과 공화당 대선 주자인 조 바이든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금리 인하에 상반된 시각으로 대립하고 있기 때문이다.

바이든 대통령과 민주당은 노골적으로 연준에 금리 인하를 압박하는 듯한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3월 펜실베이니아주 선거 유세에서 “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믿는다”고 한 데 이어, 4월 10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정상회담 뒤 열린 공동 기자회견에서도 “올해 안에 금리가 내린다는 종전 전망을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민주당도 바이든 대통령의 금리 인하 압박을 거들었다. 미 하원 예산위원회의 브렌던 보일 민주당 간사는 5월 1일 FOMC 후 성명을 통해 “연준은 금리를 너무 오랫동안 높게 유지하는 것을 피해야 한다”고 했다.

반면, 공화당 대선 주자인 트럼프 전 대통령은 연준의 대선 전 금리 인하는 바이든 재선을 돕기 위한 행위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는 지난 2월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파월 의장은 정치적인 사람”이라며 “금리 인하를 추진하는 등 민주당을 도울 어떤 조치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대선 전에는 금리를 내리지 말라는 게 트럼프 전 대통령의 요구다.

4월 25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최근 트럼프 측 참모 등은 ‘연준 정책 비전 초안’에서, 트럼프 재집권 후 연준이 금리를 결정하기 전 대통령과 비공식적으로 협의하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파월 “대선은 연준이 고려하는 변수 아니다”

이런 압박에 대해 파월 의장은 5월 1일 FOMC 후 기자회견에서 “대선은 연준이 고려하는 변수가 아니다”라면서 “우리는 (금리를) 데이터를 기반으로 결정하며 다른 건 보지 않는다”고 맞섰다. 실제로 1970년대 이후 50여 년 동안 연준의 금리 결정은 ‘데이터 기반’ 정책 결정이었던 것으로 파악된다. 국제금융센터는 최근 보고서에서 “1970년대 이후 시행된 13차례의 대선에서 연준은 금리를 7회 인상, 4회 인하, 2회 동결했으며 대통령 당선인과 정당 및 연준 의장의 정치적 성향과 금리 변화 간에 뚜렷한 패턴은 없다는 게 중론”이라고 분석했다.

‘공화당→민주당’ ‘민주당→공화당’으로 정권 교체가 일어난 1976년(지미 카터 당선)과 1980년(로널드 레이건 당선) 대선 전 각각 1.13%포인트, 4%포인트 금리 인상이 있었는데, 당시는 스태그플레이션(stagflation·경기 침체를 동반한 물가 상승)으로 최근 50년 동안 미국 경제가 가장 어려움을 겪었던 시기였다. 빌 클린턴이 대통령으로 당선되며 공화당에서 민주당으로 정권이 바뀐 1992년에는 경기 침체로 연준이 금리를 1%포인트 인하했다. 반면 조지 W. 부시가 당선되면서 민주당에서 공화당으로 정권이 교체된 2000년에는 IT 버블 등으로 1%포인트 금리 인상이 있었다. 버락 오바마와 바이든이 당선되며 공화당에서 민주당으로 정권이 바뀐 2008년과 2020년 대선 전에서는 글로벌 금융 위기와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감염병 대유행)으로 기준금리를 4%포인트와 1.5%포인트 인하했다. 트럼프가 당선되며 민주당에서 공화당으로 정권이 바뀐 2016년에는 0.25%포인트 금리 인상이 있었는데, 재닛 옐런 당시 연준 의장은 대선 등을 의식해 선거 후인 12월 금리 인상을 단행했다. 대선이 있는 해에 금리 동결을 지속한 경우는 1996년, 2012년 두 차례였는데, 민주당 소속 클린턴과 오바마의 재선이 성공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2025년 이후 금리 경로에 영향 가능”

전문가들은 대체로 연준의 금리 정책이 경제 상황에 따라 결정됐다고 평가한다. 1972년 대선을 앞두고 아서 번스 당시 연준 의장이 자신을 지명한 리처드 닉슨 대통령의 재임을 위해 베트남전 전비 지출로 치솟은 물가 수준보다 낮은 4~5%대로 정책 금리를 유지한 것이 예외로 분류된다.

그러나 대선 캠페인에서 연준에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압박은 항상 존재했다. 폴 볼커 전 연준 의장이 1984년 선거 당시 레이건 대통령이 동석한 상황에서 제임스 베이커 백악관 비서실장이 금리를 인상하지 말 것을 종용했다고 자신의 회고록에서 밝힌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승리한 2000년 대선 당시 앨런 그린스펀 전 연준 의장이 선거 6개월 전인 5월 금리 인상 주기를 마무리한 것도 정치적 일정을 고려한 사례로 평가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대선 후인 2016년 12월부터 금리 인상을 시작한 옐런 당시 연준 의장의 연임을 거부하고, 경제학 학위가 없는 변호사 출신 파월을 연준 의장으로 지명했다. 그러나 파월 의장이 2018년 2월 취임 이후 금리 인상 기조를 이어가자, 트럼프는 공개적으로 ‘파월 해고’ 등을 언급하며 연준을 압박했다.

뉴욕 월가에서는 대통령 선거 결과가 연준뉴욕 월가에서는 대통령 선거 결과가 연준의 통화정책에 미치는 영향 등을 주시하고 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는 “금리 인하 주기가 지연되는 상황에서 어느 당이든 백악관 및 양원 다수당을 차지할 경우 확장적인 재정 정책이 예상되기 때문에 (인플레이션 억제를 위해) 긴축적인 통화정책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윤인구 국제금융센터 글로벌 경제부장은 “11월 미국 대선 구도는 올해보다는 2025년 이후 미국의 금리 경로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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