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UMN] K팝도 브로드웨이가 필요하다

윤덕룡 경기도 일자리재단 대표이사 2024. 5. 27. 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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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셔터스톡

세계적으로 유명한 뮤지컬 ‘브로드웨이 42번가’는 1930년대에 처음 영화로 제작됐다가 1980년 뮤지컬로 만들어졌다. 영화에서는제작자인 줄리언 마시가 뮤지컬을 어떻게 제작해 성공에 이르는지에 초점을 맞췄지만, 뮤지컬에서는 시골 처녀 페기 소여가 역경을 딛고 성공하는 ‘아메리칸드림’을 조명한다. 브로드웨이는 지리적으로는 맨해튼 최남단의 배터리 파크에서 북쪽으로 융커스 카를 애브뉴를 잇는 26㎞ 길이의 거리를 말한다. 그렇지만 뉴욕을 찾는 대부분의 사람이 생각하는 ‘뮤지컬과 연극의 성지’ 브로드웨이는 이 길과 맞닿는 42번가에서 53번가까지의극장 지역(Theater District)을 일컫는다. 이 지역은 뉴욕 교통의 요지이자 타임스스퀘어가 위치한 대표적인 번화가다.

윤덕룡 경기도 일자리재단 대표이사

이곳이 공연 문화의 중심지가 된 건 1899년 오스카 해머스타인이 빅토리아 극장을 세우면서다. 사람과 물류가 모이는 이곳엔 빅토리아 극장을 시작으로 연극·영화 극장이 지어지기 시작했고, 지금은 100개 이상의 극장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곳 극장은 세 종류로 구분된다. 첫째는 브로드웨이 극장이다. 500명 이상을 수용하는 대극장이면서 주로 브로드웨이 중심가에 위치한다. 상업성이 높은 작품들을 공연하는 것으로 평가된다. 둘째는 오프브로드웨이(Off-Broadway) 극장이다. 수용 인원 500명 이하의 중형 극장으로 중심가에서 벗어난 지역에 위치한다. 지나친 상업성을 비판하며 등장한 극장들로, 상대적으로 예술성이 강한 작품을 공연하는 경향이 있다. 최근에는 브로드웨이로 진출하기 전 단계의 작품이나 예술가들이 공연하는 곳이라는 평가도 받는다. 셋째는 오프오프브로드웨이(Off-Off-Broadway) 극장이다. 가장 작은 규모의 소극장으로 수용 인원이 100명 이하이며 정식 건물이 아닌 지하실 등에서 공연을 하는 경우도 있다. 독창적이고 실험적인 작품을 다루는 곳이 많다. 이처럼 규모나 내용 면에서 다양한 공연을 아우르는 브로드웨이는 오늘날까지도 전 세계의 예술가와 관광객을 불러 모으고 있다.

브로드웨이가 뉴욕시에 미치는 경제적 효과는 웬만한 산업을 넘어선다. 뮤지컬 매출만 연간 15억달러(약 2조원) 규모이며 약 2000만 명의 관객이 찾는다. 이 지역 공연 산업이 창출하는 일자리는 9만 개 이상으로 추정된다. 여기엔 배우와 스태프만이 아니라 무대, 조명 등 기술자와 서비스업 종사자까지 포함된다. 이 인력들은 전 세계에서 몰려드는 예술계 지망생들과 함께 브로드웨이의 생태계를 만들고 있다.

K팝이 세계적으로 유행하면서 한국을 찾는 외국 관광객이 늘고 있다. 한국관광공사에 의하면 K팝 팬 10명 중 9명이 한국 여행을 희망한다. 그렇지만 한국을 찾은 K팝 관광객 가운데 K팝 공연을 관람한 사람은 20%도 못 미친다. 뉴욕과 달리 상설 공연장이 없기 때문이다. 좋아하는 스타의 공연 스케줄을 미리 알고 예약해서 찾아오지 않는 한, 즉석에서 입장권을 구매해 공연을 관람하기는 어렵다. K팝 스타들은 대부분 서울올림픽주경기장이나 고척스카이돔, 서울종합운동장 등에서 공연을 펼쳐왔다. 스포츠 경기장을 빌려서 하는 대형 공연은 경기 일정에 영향을 받아, 1회 또는 단기 공연이고 가격이 비싸다. 상시 관람도 불가능하다. 그렇다 보니 K팝 관광객은 뮤직비디오 촬영장을 찾거나 굿즈 구매로 아쉬움을 달랜다. 전 세계에서 고객이 찾아와도 공연이라는 상품을 팔지 않아서 헛걸음하게 하는 셈이다.

2019년 기준 미국의 공연·음악 시장은 109억달러(약 15조원) 규모로 세계시장의 38%를 차지했다. 한국은 4억5000만달러(약 6200억원) 규모로 그 비중이 1.5%에 그쳤다. 세계인의 즐길 거리가 된 K팝의 산업화 전략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상설 공연장부터 설치해야 한다. 언제라도 소비할 수 있어야 고객이 몰리고 산업 생태계가 조성된다. K팝도 브로드웨이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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