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급 206만원’ 필리핀 가사노동자 도입… 3040 부모들 반응 “글쎄”

2024. 5. 27.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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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9월부터 필리핀 가사노동자 근무 시작
최저임금 적용에 젊은 부부들 “굳이 이용할까” 회의적 반응
13일 서울의 한 고용복지플러스센터에 2024년 최저임금 입간판이 설치돼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이용경 기자] 정부가 저출생 대책의 일환으로 오는 9월부터 시범적으로 배치하겠다고 밝힌 필리핀 가사노동자들의 월급이 최저임금 적용을 받은 월 206만원에 이르면서 젊은 부부들 사이에선 실질적 양육 부담이 해소되지 않을 거라는 반응이 나온다.

27일 고용노동부와 서울시에 따르면 필리핀 정부는 다음달 21일까지 한국에서 근무할 가사도우미 선발 절차를 완료할 예정이다. 서울시는 만 24~38세의 지원자 중 경력과 어학 능력(한국어·영어), 범죄 이력, 마약류 검사 등을 검증한 뒤 최종 100명을 선발한다는 방침이다.

선발된 이들은 오는 7월 말부터 고용허가제(E-9) 비자를 통해 입국한 뒤 4주간 문화 교육을 거쳐 9월부터 2025년 2월까지 6개월 간 근무한다. 이들의 근무 형태는 정부 인증기관이 고용한 뒤 가정에 출퇴근하는 방식으로, 20~40대 맞벌이 부부와 한부모, 다자녀 가정 등에 우선 배치될 전망이다. 서울시는 이번 시범사업이 끝난 뒤 내년에는 500명, 2028년까지 1000명으로 확대 도입한다는 계획이다.

그동안 외국인 가사노동자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은 끊이지 않았다. 공급이 수요에 비해 한참 미치지 못했기 때문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가사 및 육아도우미 취업자 수는 2014년 하반기 22만6000명에서 지난해 하반기 10만5000명으로 절반 이상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정부에서 제공하는 아이돌봄서비스도 경쟁률이 높아 평균 대기 기간이 1주일에서 3개월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공급이 줄어든 만큼 이용료도 함께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가사도우미 이용료는 전년 대비 5.7% 상승했다. 현재 돌봄서비스 비용은 통근형이 시간당 1만5000원 이상, 입주형은 월 350만~450만원(중국 동포 월 250~350만원)선으로 알려졌다.

당초 외국인 가사노동자 도입 논의는 홍콩과 싱가포르처럼 상대적으로 저렴한 월 100만원 수준의 이용료를 책정해 가계 부담을 덜자는 취지에서 활성화됐다. 하지만 한국은 이들 국가와 달리 국제노동기구(ILO) ‘차별금지 조약’에 비준한 국가로 ILO 협약 111호(고용 및 직업에서의 차별금지 협약) 적용을 받는다. 이 협약에 따르면 인종이나 피부색, 출신국에 따라 고용제도를 구분하지 못하게 돼 있다.

이에 정부는 최저임금을 적용해 필리핀 가사노동자들의 월급을 책정했다. 이들은 6개월 시범사업 기간 동안 주당 최소 30시간의 근로를 보장받으며 급여는 최저임금이 적용돼 시간당 9860원이다. 하루 8시간씩 주당 40시간을 근무했을 경우 월 206만원을 받게 된다.

하지만 실제로 젊은 부부들 사이에선 이번 필리핀 가사노동자 도입이 실질적 양육 부담을 해소하기에는 다소 부족하다는 반응이 나온다. 이들에게 돌봄서비스를 받겠다는 의향을 밝힌 경우도 상대적으로 적었다.

인천시에 거주하며 초등학교 1학년 자녀를 키우는 김모씨(41·여성)는 “가사 및 돌봄에 도움을 주기 위한 시범 사업인 만큼 큰 틀에서는 반대하지 않는다”며 “다만 필리핀의 임금 수준과 비교해 국내에서 월 206만원의 월급을 받는 건 조금 높다고 생각해 선뜻 이용할 마음이 생기진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3살 자녀를 키우는 A씨(33·남성)도 “최저임금 적용은 당연한 일이지만, 월 206만원씩 든다면 굳이 필리핀 가사노동자를 쓸 이유가 있을까 싶다”며 “일단 언어적인 부분이나 문화적인 차원도 다 다를텐데, 크게 이용할 필요성은 못 느낀다”고 밝혔다.

이 밖에도 미취학 자녀 2명을 키우는 최모씨(34·남성)는 “필리핀 가사노동자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은 정말 소수의 부모이고, 대부분은 별로 쓸 의향이 없을 것 같다”며 “전제부터 잘못됐다고 느끼는 게 대부분의 부모들은 아침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8시간 근무자가 필요한 게 아니기 때문”이라고 의견을 밝혔다.

그는 “맞벌이의 경우 아침 9시에 출근할 수 있게, 오후 6시에 퇴근하며 아이를 찾을 수 있는 정도로 필요한 것일 뿐 아이가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에 가 있는 시간에 무엇을 할 사람이 필요한 게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초등학교 저학년을 둔 부모의 경우에는 206만원이면 차라리 학원을 보내는 것이 효율적일 것”이라며 “차라리 등·하원 도우미나 학원 픽업서비스 같은 비용을 정부에서 지원해 주는 방안들이 부모 입장에서는 더 나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신혼인 B(29·여성)씨는 “말 그대로 최저임금이 적용되는 것”이라며 “당초 도입 취지대로 100여만원이나 절감된 비용이라면 충분히 이용할 사람도 나올 거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가사노동은 3D 직업군이라 기피 현상도 있고, 기존에 임금이 높게 측정된 측면이 있었다”며 “이를 해소하기 위해 도입하는 외국인 가사노동자를 현지 임금과 비교해 반대하는 경우가 더러 있는데 이는 잘못됐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필리핀 가사노동자들을 아무나 데려오는 것도 아니고 교육을 통해 각 가정에 배치하는 건데, 현 저출생 상황에서 가장 합리적인 방법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했다.

최근 노동계에선 외국인 가사노동자를 비롯한 돌봄서비스 분야에 최저임금을 차등 적용하겠다는 정부 움직임에 강하게 비판해 왔다.

yk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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