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안데르탈인·현생 인류 첫 짝짓기 4만7천년 전에

곽노필 기자 2024. 5. 27.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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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노필의 미래창
멸종 때까지 7천년 간 지속
현대인에 1~2% 게놈 남겨
네안데르탈인 유전자를 보유한 4만5천년 전의 현생 인류 유골이 발굴된 불가리아 바초키로동굴. 당시의 생활상을 재현한 조각품이 전시돼 있다. wikimapia.org

네안데르탈인(호모 네안데르탈렌시스)은 서유라시아 일대에 걸쳐 살다가 4만년 전 사라진 현생 인류(호모 사피엔스)의 사촌이다.

네안데르탈인과 현생 인류의 조상은 40만~50만년 전 갈라져 네안데르탈인은 유라시아에, 현생 인류는 아프리카에 둥지를 틀었다. 이후 네안데르탈인은 약 6만~7만년 전 아프리카를 떠난 현생 인류 집단과 조우해 오늘날 우리에게 일부 유전자를 남겨줬다.

두 집단이 처음 만난 지역은 중동이나 유럽이었을 것으로 과학자들은 추정한다. 오늘날 토착 아프리카 조상의 후손을 제외한 대부분의 인류는 1~2%의 네안데르탈인 유전자를 갖고 있다. 이유는 아직 알 수 없지만 동아시아인은 서유라시아인에 비해 네안데르탈인 게놈이 약 20% 더 많다.

과학자들은 갑상선 기능 저하를 초래하는 그레이브스병, 류마티스관절염 같은 자가면역질환 관련 유전자, 혈액 응고 관련 유전자 등을 네안데르탈인한테서 물려받은 것으로 추정한다. 네안데르탈인 유전자는 또 피부색, 머리색, 통증 민감도에도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코로나19와 관련해선 중증을 유발 또는 억제하는 유전자를 물려줬다는 상반된 연구 결과가 나온 바 있다.

그러나 네안데르탈인과 호모 사피엔스의 이종교배가 언제 어떻게 이뤄졌는지에 대해선 여러가지 추측만 있을 뿐 명확히 규명되지 못한 상태다.

루마니아의 페슈테라 쿠 오아세 동굴에서 발견된 이 아래턱 유골의 주인공은 DNA의 10분의 1을 네안데르탈인한테서 물려받았다. 5대조가 네안데르탈인이다. EMIL RACOVIȚĂ/MIRCEA GHERASE/사이언스

독일 막스플랑크진화인류학연구소와 미국 버클리 캘리포니아대 연구진이 300여명의 고대 인류 게놈을 분석한 결과를 토대로, 두 인간 종의 이종교배가 이뤄진 시기를 특정해 사전출판 논문 공유집 바이오아카이브에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네안데르탈인과 현생 인류의 첫 이종교배는 과학자들이 예상했던 5만~6만년 전보다 늦은 약 4만7천년 전 시작됐으며, 이후 네안데르탈인이 멸종할 때까지 약 6800년 동안 지속적으로 이뤄졌다.

물론 그 이전에도 두 그룹 사이의 이종교배가 있을 수 있으나 이때의 흔적은 시간이 흐르면서 대부분 사라졌을 것으로 과학자들은 본다.

현대인 조상 20명 중 1명은 네안데르탈인

연구진은 서유럽과 아시아 일대에서 발굴한 58명의 4만5천년~2200년 전 현생 인류 유골 게놈을 분석해 비아프리카 현대인 231명의 디엔에이(DNA)와 비교했다. 그런 다음 컴퓨터 모델을 이용해 네안데르탈인 유전자의 유입 및 진화 과정을 역추적해 두 종의 이종교배 시기를 추정했다.

예컨대 불가리아의 바초키로 동굴에서 발굴된 3만5천년~4만5천년 전 현생 인류의 게놈 중 가장 오래된 것은 12세대 전의 네안데르탈인 조상 게놈을 갖고 있었다. 4만년 전의 현생 인류 게놈에선 현대인에게는 없는 네안데르탈인 디엔에이가 발견됐다.

연구진에 따르면 이종교배가 이뤄진 초기에는 네안데르탈인의 유전자 비율이 약 5%였다. 콜로라도 볼더대 페르난도 빌라네아 교수(인구유전학)는 사이언스에 “이는 오늘날 비아프리카 현대인의 조상이 된 인류 20명 가운데 1명은 네안데르탈인이었다는 걸 뜻한다”고 말했다.

네안데르탈인 게놈을 가진 3만7천~4만2천년 전 네안데르탈인의 게놈을 보유한 현생 인류의 유골이 발굴된 루마니아의 페슈테라 쿠 오아세동굴. OASE PROJECT/사이언스

네안데르탈인 유전자 비중이 급감한 이유

주목할 만한 점은 현생 인류에게 전해진 네안데르탈인의 게놈이 빠른 속도로 줄었다는 점이다.

브라운대 에밀리아 우레르타-산체스 교수(진화생물학)는 그 이유에 대해 “네안데르탈인 유전자 중 다수가 현생 인류에게 해로운 것이어서 진화의 자연선택 과정에서 빠르게 사라졌을 수 있다”고 네이처에 말했다.

이종교배 시기는 현생 인류가 다른 대륙으로 이동한 시기를 파악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런던자연사박물관의 크리스 스트링거 박사(인류학)는 사이언스에 “오늘날 오스트레일리아 원주민은 다른 모든 비아프리카인들과 똑같은 비율의 네안데르탈인 게놈을 갖고 있다”며 “따라서 이들의 조상은 아무리 일러봤자 4만7천년 전 이후에 오스트레일리아로 이주해왔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현생 인류가 오스트레일리아에 훨씬 더 일찍 정착했음을 알려주는 6만5천년 전의 바위그늘(Madjedbebe 2) 같은 고고학적 증거와는 상충한다. 스트링거 박사는 “이는 초기에 왔던 사람들은 멸종됐거나 나중에 온 다른 더 큰 집단에 묻혀버렸음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에서는 네안데르탈인과 현생 인류의 이종교배가 얼마나 활발하게 이뤄졌는지는 다뤄지지 않았다.

*논문 정보
https://doi.org/10.1101/2024.05.13.593955
Neandertal ancestry through time: Insights from genomes of ancient and present-day humans.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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