稅규제에 가로막힌 ‘공익법인 주식 기부’… 면세 한도 ‘5% 룰’ 상향해야[기고]

2024. 5. 2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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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는 기부에 대해 다양한 세제혜택을 주고 있지만, 2023년 영국 자선지원재단(CAF)에서 발표한 세계기부지수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기부 참여지수는 142개국 중 79위로 중하위권 수준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5% 한도 제한 규정은 왜 생겼을까? 1990년까지는 주식 기부에 대해 세법상 아무런 제한이 없었다.

위 사례에서 얻어야 할 교훈은 공익법인 주식 기부를 제한하고 있는 현 세제가 우리 사회의 기부 활성화를 저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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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고 - 박훈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

우리나라는 기부에 대해 다양한 세제혜택을 주고 있지만, 2023년 영국 자선지원재단(CAF)에서 발표한 세계기부지수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기부 참여지수는 142개국 중 79위로 중하위권 수준이다. 기부라는 것이 그 나라의 종교적, 문화적 요인의 영향을 많이 받지만, 기부와 관련된 법·제도 등 국가의 기부자를 대하는 태도도 중요하다. 기부와 공익법인이 갖는 긍정적인 의미에도 불구하고, 공익법인에 대한 주식 기부와 관련해 대법원까지 갈 정도의 법적 다툼이 발생한 사례를 소개하고자 한다.

2003년 4월, 황모 씨는 6촌 동생과 함께 자신이 창업한 A 신문사 주식의 90%를 이들이 세운 장학재단에 기부(출연)하였다. 이에 대해 2008년, 세무서는 공익법인인 장학재단이 내국법인의 의결권 있는 발행주식 총수의 5%를 초과해 출연받았다고 판단, 가산세까지 포함해 140억 상당의 증여세를 부과한 바 있다. 장학재단은 해당 과세처분이 부당하다며 소송을 제기했는데, 1심(2010년)에서는 이기고 2심(2011년)은 졌다가 2017년에 대법원에서 결국 승소하게 된다. 공익법인에 주식 출연을 하는 선의의 기부행위에 대해 과도한 과세 논란을 불러일으켰던 대표적 사례이다.

왜 이러한 일이 일어났을까? 그 당시 상속·증여세법은 공익법인이 출연받는 주식이 내국법인의 의결권 있는 발행주식 총수의 5%(성실공익법인은 10%)를 초과하면 증여세를 과세하나, 출연자가 내국법인과 특수관계가 아닐 경우에는 과세하지 않도록 규정했다. 위 사례에서 장학재단은 황 씨 형제의 주식 기부가 과세 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했지만, 세무서는 황 씨와 A 신문사가 특수관계(최대주주)에 해당한다고 본 것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5% 한도 제한 규정은 왜 생겼을까? 1990년까지는 주식 기부에 대해 세법상 아무런 제한이 없었다. 그런데 이후 대기업들이 문화재단 등을 설립해 지주회사처럼 계열회사를 지배하는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을 막기 위해 20% 한도 제한 규정이 신설되었고, 1994년에는 20%도 부족하다고 판단하여 5%로 법이 강화된 것이다.

한편, 1999년부터는 공정거래법 개정으로 기존에 불가능하던 순수지주회사 설립이 허용되는 등 규제가 완화되었으며, 2008년부터는 공익법인에 대한 주식 출연을 활성화하기 위해 성실공익법인 출연 시에는 한도를 10%로 올려주었다. 위 사례는 이러한 법체계 하에서 발생한 사건이다. 이 사건을 계기로 상증세법이 개정되면서 2018년부터는 주식출연 한도가 20%까지 상향되며, 현재는 주식 기부에 대해 유형별로 5%, 10%, 20%로 한도가 세분화돼 있는 상황이다. 미국이 20% 한도만을 두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위 사례에서 얻어야 할 교훈은 공익법인 주식 기부를 제한하고 있는 현 세제가 우리 사회의 기부 활성화를 저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 공익법인이 경영권 우회 수단으로 이용될 수 있다는 우려는, 2020년 공정거래법에 공시대상기업집단 소속 공익법인의 의결권을 15%로 제한하는 규정이 생기면서 해소가 가능해졌다. 따라서 현재 5% 최저한도를 15%로 상향 조정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주식 기부 관련 법적 분쟁으로 위축된 국민·기업의 기부 활동에 대해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입법 조치가 필요하다. 재산을 무조건 자녀들에게 물려주기보다는 공익법인에 기부할 수 있는 길을 세제가 만들어주어야 한다. 몇몇 부적절한 공익법인 때문에 법이 기부 활동을 저해하도록 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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