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승곡선 그린 서울 아파트 시장, ‘좋은 동네’만 숨통 트여 [비즈니스포커스]

2024. 5. 27. 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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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마용성 등 상급지 갈아타기 수요가 대부분, ‘대세 반등’ 어려워
서울 마포구 아현동 소재 '마포 래미안 푸르지오' 단지 전경. 사진=민보름 기자



“쌓여 있던 급매물이 다 빠졌다. 거래가 많다기보다는 이제 좀 숨통이 트이는 정도다.”

초여름 날씨가 이어지던 5월 20일 서울 마포구 소재 A 공인중개사무소 대표가 말했다. 이날 일명 ‘마용성’이라 불리는 마포구, 용산구, 성동구 부동산 현장 곳곳에선 비슷한 얘기를 들을 수 있었다. 이제 거래가 좀 생기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쌓여 있던 급매물이 빠지면서 호가도 소폭 올랐다.

최근 주요 기관들이 내놓은 부동산 통계는 일제히 서울 아파트 가격 상승을 가리키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2024년 5월 2주 주간 아파트가격 동향’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8주째 완만한 상승을 이어가고 있다. 5월 둘째 주(5월 13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 변동률은 0.03%로 전세가격(0.07%)에 비해 오름세는 약했지만 부동산 하락기에도 상승추세가 지속되고 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이 같은 흐름은 서울 안에서도 주거 선호도가 높은 지역이 이끌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은 “선호지역·단지 위주로 저점 인식에 따른 간헐적 거래가 발생해 매물 적체에도 불구하고 매도희망가격 수준 유지되는 시장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마포, 용산, 성동은 최근 타 지역 대비 높은 변동률을 나타내고 있다. 주춤했던 강남3구(강남·서초·송파)도 상승세를 회복하는 분위기다.

반면 상대적으로 선호도가 떨어지는 일부 외곽지역은 아직 상승 전환을 못 한 상태다. 서울 핵심지를 제외한 전국 대다수 지역이 여전한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를 두고 현재 서울 아파트 값 상승세가 ‘갈아타기’ 수요에 따른 현상에 지나지 않는다는 분석이 나온다. 요즘 아파트 매수인 대부분은 기존 1주택에서 교육 인프라가 갖춰졌거나 삶의 질이 더 높은 지역으로 이동하고 있다. 이처럼 일명 ‘상급지’로 꼽히는 지역에서 아파트를 매수하면 해당 지역에선 수요가 증가해 주택가격을 높이는 반면 기존 아파트를 처분하면서 원래 살던 지역에선 공급을 늘려 가격을 하락시킨다.

주택시장이 대세 상승기에 진입하기 위해선 투자수요나 전세에서 매매로 전환되는 신규 수요가 이 같은 서울 외곽지역을 적극적으로 매수해야 한다. 그리고 수도권, 지방까지 도미노식으로 그 온기가 퍼지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지금의 집값 상승은 지역 간 가격 양극화를 심화시키는 데 그칠 가능성이 높다. 몇 년간 이어졌던 지난 상승기와 2023년 특례보금자리론 시행의 영향으로 비교적 저렴한 아파트를 원하는 실수요는 이미 대부분 내집 마련을 마쳤다. 주택 취득세, 양도세 중과 등 지난 정부에서 시행한 다주택자에 대한 규제 역시 남아 있어 투자수요가 진입을 하기도 어려운 상태다.


 2024년엔 ‘좋은 동네’만 올라


한국부동산원 집계에 따르면 서울에서 올해(5월 13일 기준) 누적 매매가격 상승률이 높은 지역은 용산(0.42%), 마포(0.38%), 성동(0.29%) 순으로 나타났다.

반면 노도강(노원·도봉·강북), 금관구(금천·관악·구로)는 큰 폭의 하락을 기록했다. 누적 하락률이 높은 지역은 노도강이었는데 도봉(-0.91%), 강북(-0.71%), 노원(-0.63) 순으로 집값이 크게 떨어졌다. 관악과 구로의 아파트 가격 누적 변동률은 –0.51%, 금천은 –0.45%를 기록했다. 특히 노도강은 5월 2주째에도 유일하게 가격이 떨어진 지역으로 남았다.


기존 실거래보다 높은 가격에 계약이 된 ‘상승거래’ 비중은 연초보다 높아지는 추세다. 다만 이 또한 지역별 격차를 보이고 있다.

직방에 따르면 올해 4월 서울 아파트 상승거래 비중은 45%로 3월 42% 대비 3%포인트 올랐다. 같은 기간 하락거래 비중은 40%에서 37%로 3%포인트 낮아졌다. 대부분 지역에서 상승거래 비중은 높아지고 하락거래 비중은 낮아지는 가운데 강북(35%), 관악(33%), 금천(34%)에선 상승거래가 30%대에 그쳤다. 3개 지역의 하락거래는 모두 40%를 넘겨 상승보다 하락거래가 많았다.

지난해 같은 기간만 해도 분위기는 이와 달랐다. 특히 지난해 4월 금천구에선 전체 아파트 매매거래의 53%가 상승거래로 서울에서 가장 비중이 높게 나타났다. 노원구의 상승거래도 49%를 차지했고 하락거래는 이보다 10%포인트 낮은 39%에 불과했다.

이는 지난해 상반기 특례보금자리론 영향으로 영끌족들이 선호하는 저가 아파트 거래가 활발했던 영향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초 시행된 특례보금자리론은 일반형 상품은 9억원 이하 주택, 우대형 상품은 6억원 이하 주택에 대해 저리에 주택담보대출을 제공하는 정책금융상품으로 1년간 43조4000억원 신청을 받은 뒤 1년 만에 판매를 종료했다. 이에 앞선 지난해 9월 말 정부는 일반형 상품 판매를 중단하기도 했다.

한편 2022년 12월부터 무주택자나 1주택자(기존 주택 처분 조건)에 대해서는 15억원 초과 아파트에 대해서도 담보인정비율(LTV) 50% 한도 내에서 주택담보대출이 가능하도록 정책이 바뀌었다. 2019년 문재인 정부 당시 ‘12·16 대책’에 따라 투기지역 및 투기과열지구에서 15억원이 넘는 초고가 아파트에 대한 주택담보대출을 제한한 지 3년 만이다.


더 중심으로 모이는 실수요

성동구 금호동 'e편한세상 금호파크힐스' 아파트 전경. 사진=민보름 기자


집값이 상승한 지역에서도 일명 ‘대장주’ 역할을 하는 역세권 신축 유명 아파트에 수요가 집중됐다. 5월 22일 기준 국토교통부 실거래에 등록된 올해 4월 아파트 매매 거래 중 아현동 소재 마포래미안푸르지오 1~4단지 실거래는 총 21건으로 마포구 전체(232건)의 9.1%에 달했다. 올해 1월 7.6%에서 2월 5.8%까지 떨어진 뒤 3월 6.3%에서 상승한 것이다.

아파트 단지가 많은 성동구 금호동에선 5호선 신금호역 초역세권 단지인 ‘e편한세상 금호파크힐스’와 ‘신금호파크자이’ 2개 단지의 거래가 꾸준히 활발한 편이다. 이들 단지의 올해 4월 매매 거래는 19건으로 금호동 전체의 28.8%를 차지했다.

인근 공인중개사무소에 따르면 대부분이 실거주 목적으로 아파트를 매수했다. 마포구 애오개역 인근 한 부동산 관계자는 “실거주와 갭투자가 반반인데 갭투자도 당장은 실거주할 여건이 안 돼서 일단 다른 곳에 살면서 마포에 전세를 끼고 집을 사두겠다는 손님이 많다”며 “소형인 전용면적 59㎡ 타입 거래가 많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신금호역 인근 부동산에서도 “다른 지역에서 갈아타기를 하는 실거주용 거래가 많다”며 “최근 매수문의가 다소 늘면서 급매가 다 빠졌고 일반적인 매물의 호가가 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마용성뿐 아니라 아직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여 있는 양천구 목동에서도 학군 수요가 몰리고 있다. 목동 지역 부동산 관계자는 “목동은 토지거래허가구역이라 실거주를 못 하면 매매가 불가능한 데도 학군이 좋은 단지 위주로 상승거래가 나오고 있다”며 “강서, 구로, 영등포 등 서울 서남권 지역에선 자녀가 학령기가 되면 모두 기존 집을 팔고 목동에 진입하려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강영훈 부동산스터디 대표는 “최근 상급지 갈아타기 매수가 증가한 데는 15억원 초과 주택에 대한 대출 제한이 풀리며 상승기 동안 규제에 눌려 있던 실수요가 시장에 참여하게 된 영향이 있다”며 “올해 상반기에 저렴한 급매가 팔리며 가격 반등의 기미가 보이자 이 같은 상급지 진입 수요가 강남부터 마용성까지 단계적으로 확산되며 실제 거래로 연결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강 대표는 “반면 저렴한 주택 수요는 정책대출 등이 공급되며 지속적으로 해소돼 잠재수요가 적은 편”이라며 “다주택자 취득세 중과가 여전히 남아 있어 투자수요가 생기기도 어려운 데다 지난해 특례보금자리론 일반형 상품 판매 중단 사례에서 보듯 외곽지역까지 상승의 불씨가 커질 기미가 보이면 정부 차원에서 조치를 취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민보름 기자 brm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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