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은 ‘용산’과 ‘여의도’의 그물을 찢을 수 있을까

김현지 기자 2024. 5. 27. 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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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건희·이재명·이화영·文 전 사위 수사 등 뇌관 줄줄이
‘여사 구하기’ 대통령실·‘수사·사법방해’ 거야, 전방위 압박

(시사저널=김현지 기자)

검찰이 코너에 몰린 형국이다. 22대 국회의원 총선거에서 압승한 거대 야당뿐 아니라, 검찰을 '친정'으로 둔 용산 대통령실과 대립 구도가 형성되면서다. 법무부가 이원석 검찰총장(55·사법연수원 27기)의 의견을 묵살하고 검찰 고위 간부 인사를 단행했다는, 이른바 '패싱 논란'이 첫째다. 이는 대통령의 의중이라는 이야기까지 흘러나오며 논란이 확산했다. 김건희 여사의 수사를 둘러싼 '대통령실-검찰 갈등설'이 재점화한 모습이다.

이원석 검찰총장 ⓒ시사저널 이종현

이원석 총장 '중도 사임설' 일축…6월 김 여사 소환이 고비

기세등등한 거대 야당도 검찰로선 난제다. '검찰 술판'을 주장한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에 이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검찰 압박에 가세했다. 쌍방울그룹의 불법 대북 송금 의혹에 연루된 이 전 부지사는 급기야 재판부 압박에 나섰다. 대북 송금은 차기 대권주자 이재명 대표와도 연결되는 만큼, 자신의 유죄 판단 시 사유를 구체적으로 밝히라고 요구한 것이다. 이는 공소 유지(재판에서의 공소사실 입증)를 하는 검찰에도 악재다. 당선 무효형 위기에 처한 조국·황운하 조국혁신당 지도부도 판을 키우고 있다. 22대 국회를 장악한 야권은 검찰의 직접수사 폐지도 예고했다.

이중고에 놓인 이원석 검찰총장은 "인사는 인사, 수사는 수사"라며 성역 없는 수사 방침을 천명했다. 실제 이 총장은 시중에 떠도는 '중도 사임설'을 일축하고 정치권에서 발생한 주요 사건들을 챙기며 흔들림 없는 철저 수사를 강조하고 있다고 한다. 다만 9월에 만료될 임기가 부담이다. 그 많은 수사를 마무리 짓기 위해 속전속결 신속 수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이유다.

성역 없는 검찰 수사의 바로미터는 김건희 여사의 소환 문제다. 22대 국회가 개원되면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의 '김건희 특검법안' 표결이 7월에 예상되는 만큼 검찰은 6월 중 김 여사를 소환해 철저하게 수사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게 이원석 총장 주변에서 나오는 얘기다. 이럴 경우, 대통령실과 검찰의 정면충돌이 불가피해 보인다. 현재 법조계 초미의 관심사는 검찰 중간 간부급 인사다.

관건은 서울중앙지검 1~4차장검사 인사다. 차장은 서울중앙지검에 4명이 있다. 1~4차장검사 자리는 5월23일 현재 모두 공석이다. 법무부의 5월13일자 대검 검사(검사장)급 고위 간부 인사에 따라, 김창진 전 1차장(48·31기)은 법무연수원 기획부장으로 보임됐다. 1차장 산하엔 형사1부(명예·개인정보범죄전담부)가 있는데, 형사1부가 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수수 의혹을 들여다보고 있다. 김 여사가 연루된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을 맡은 반부패수사2부의 지휘권자인 고형곤 전 4차장(53·31기)은 수원고검 차장으로 이동했다.

동시에 박현철 전 2차장(52·31기)과 김태은 전 3차장(51·31기)도 각각 서울고검 차장과 대검 공공수사부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로써 전국 최대 검찰청인 서울중앙지검의 수사 지휘권자가 모두 자리를 비운 상황이 됐다. 이례적이다. 이 때문에 이곳엔 이창수 신임 서울중앙지검장(53·30기)과 손발이 맞는 인사가 올 것이라는 법조계 시각이 강하다.

주목할 만한 건 이뿐만이 아니다. 부장검사의 교체 여부다. 부장검사는 주임검사와 함께 직접 수사를 담당한다. 김건희 여사 사건을 맡은 김승호 형사1부장(49·33기)과 최재훈 반부패수사2부장(49·34기)은 2023년 9월 부임했다. 이들이 8개월 만에 교체되면 수사 차질은 불가피하다. 차장검사에 이어 실무진인 부장까지 교체된다면, 이는 사실상 기존 수사팀이 해체되는 것이다. 이 밖에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돈봉투 살포 의혹(반부패수사2부) 등 권력형 비리 사건은 서울중앙지검에 몰려있다. 특별수사팀까지 만든 '대장동 일당' 김만배씨의 대선 여론조작 개입 의혹 사건도 마무리되지 못했다.

인사철이면 검찰을 떠나는 이들이 나왔듯, 이번에도 간부들의 사의 소식이 나왔다. 법조계에 따르면 최경규 부산고검장(61·25기), 검찰 최초 여성 고검장인 노정연 대구고검장(57·25기) 등 고위직에 이어 박승환 창원지검 중요경제범죄조사단장(58·27기), 김형수 부산동부지청장(49·30기), 최재민 서울고검 감찰부장(54·30기)과 박상진 부산지검 1차장검사(52·31기), 장일희 인천지검 여성아동범죄조사부장(46·35기) 등이 사의를 표명했다.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연합뉴스
여의도 국회의사당 ⓒ시사저널 박은숙

대통령실과의 갈등설…'윤석열-이성윤' 사태 재현?

이에 대한 법조계 시선은 예사롭지 않다. 이번 검찰 인사가 '김건희 여사 구하기'의 일환이라는 우려가 짙어지고 있어서다. '대통령실-검찰 갈등설'도 재점화했다. 이를 보여주듯, 김주현 민정수석(61·18기) 임명 직후 인사 단행 과정에서 '검찰총장 패싱' 논란이 불거졌다. 이는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의 인사 배경으로도 거론됐다(시사저널 5월16일 기사 참조).

자연스레 이원석 검찰총장의 거취에도 관심이 쏠렸다. 이미 이 총장은 검찰 인사에 대한 불만을 간접적으로 드러내기도 했다. 법무부 인사 발표 다음 날(5월14일) '검찰총장 패싱' 논란과 관련한 기자들의 질문에 침묵하다 "더 말씀드리지 않겠다"고 한 것이다. 이 총장은 다만 확전은 피했다. 그는 "어느 검사장이 오더라도 수사팀과 뜻을 모아 일체의 다른 고려 없이 오로지 증거와 법리에 따라서만 원칙대로 수사할 것"이라고 했다. 우선 검찰 조직을 다잡고 수사에 집중한다는 의지를 피력한 것으로 풀이됐다.

그러나 갈등의 불씨가 아직 꺼지지 않았다는 시각이 팽배하다. 최악의 상황은 후속 인사를 통한 수사팀의 사실상 해체 수순이다. 법조계 일각에선 이때 이원석 검찰총장이 사퇴할 수 있다는 관측도 일부 제기됐다. 이 총장이 9월 임기까지 책임을 다한다 해도 후임 인사들과 대립할 가능성도 점쳐졌다.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은 "어떤 사건이든 오직 정도와 법리에 따라서 좌고우면하지 않고 사건의 실체에 대해 합리적인 결론을 낼 수 있도록 하겠다(5월16일 출근길)"며 원론적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김건희 여사 수사 등을 둘러싸고 이견이 노출될 가능성은 존재한다.

이와 관련된 법조계 관계자는 "이번 검찰 인사는 풍문처럼 윤석열 대통령이 믿었던 이원석 검찰총장의 '배신'에서가 아닌, 지난해 하반기 예정된 검찰 인사가 대형 이벤트인 4·10 총선 이후로 미뤄진 것"이라고 일축했다. 그러면서도 "검찰을 향한 대통령실의 불만은 쌓여있는 것으로 안다"며 "검찰이 김건희 여사 사건의 수사 속도와 방향을 정치적으로 결정한다는 의구심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대표적인 사건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이다. 약 1년 반 동안 수사가 이뤄지지 않다가 4·10 총선 직전 김건희 여사 소환조사 필요성이 검찰 내에서 제기된 게 한 단면이다. 명품백 의혹도 마찬가지다. 이는 지난해 11월 불거졌고, 12월 고발장이 접수됐다. 고발인 조사는 기본적으로 선행돼야 할 수사 절차다. 그런데 당시 이를 하지 않아 야권의 비판을 받다가, 4·10 총선 패배 이후 총장이 '엄정 수사'를 지시하고 최재영 목사를 불렀다는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과 영부인 김건희 여사 ⓒ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부 인 김혜경씨 ⓒ연합뉴스
문재인 전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위부터) ⓒ연합뉴스

'검찰 수사 조작론' 내세우는 巨野의 사법 방해도 난관

실제로 검찰총장과 서울중앙지검장 간 대립의 역사도 있다. 멀리 갈 것도 없이 윤석열 대통령의 검찰총장 시절 서울중앙지검장을 지낸 이성윤 민주당 당선자(전주을)가 대표적이다. 이 당선자는 문재인 정부에서 이른바 검찰 요직(서울중앙지검장, 대검 반부패강력부장, 법무부 검찰국장)을 모두 거쳤다. 그런 그는 사법연수원 23기 동기인 윤석열 당시 총장과 청와대 울산시장 선거개입, 채널A 기자 강요미수,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 등 여러 의혹마다 대립각을 세워왔다.

검찰은 이러한 상황에서 거대 야당이 몰아세우는 '조작론'에도 직면했다. 운을 뗀 건 '쌍방울그룹 불법 대북 송금 의혹'을 받는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다. 그는 총선 직전인 4월4일 법정에서 '이재명 대표도 대북 송금 의혹을 알았다'는 취지의 검찰 진술(2023년 6월)을 번복했다. 그러면서 '검찰 술판 회유' 주장을 펼쳤다. 검찰의 용인하에 핵심 피고인인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 등과 수원지검 청사에서 술을 마셨는데, 이때 김 전 회장 등의 회유가 있었다는 취지다.

사건 당사자이기도 한 이재명 민주당 대표도 가세했다. "'검찰 술판 주장'은 심각하게 처벌해야 할 중범죄이자 국기 문란 사건"(4월15일)이라고 지적한 데 이어, 자신의 재판에서도 조작론을 제기했다. 이 대표는 5월13일 검찰이 '2015년 호주·뉴질랜드 출장 참석자 명단' 공문서 2건을 짜깁기했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그러나 5월17일 "두 문서를 구분하며 법정에서 제시했다"며 이를 반박했다. 이 대표는 지난 대선 과정에서 '고(故) 김문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1처장을 시장 재직 때 알지 못했다'고 말해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을 공표한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해당 공문서엔 이 대표와 김 전 처장 등의 출장 동행 사실이 담겼다. 대장동 개발사업의 실무자로 알려진 김 전 처장은 대선 국면에서 숨졌다.

조국혁신당의 공세도 만만치 않다. 황운하 원내대표는 5월21일 울산시장 선거개입 사건과 관련해 조작론을 펼쳤다. 사건의 골자는 문재인 정부 청와대가 송철호 전 울산시장의 당선을 위해 경쟁 후보와 관련한 수사 지시를 내리는 등 조직적인 선거개입을 했다는 의혹이다. 황 원내대표는 당시 울산지방경찰청장으로서 이에 관여한 것으로 지목됐다. 이에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1심에서 당선 무효형인 징역 3년을 선고받았다. 그런 그는 "검찰이 마피아 조직보다 더 악랄하게 사건을 조작하는 범죄집단"이라고 했다. 자녀 입시비리 의혹 등으로 당선 무효형을 선고받고 대법원 판단만을 앞둔 조국 대표도 검찰 수사의 문제점을 지적해 왔다.

급기야 재판 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듯한 발언도 나왔다. "이화영 전 부지사에게 유죄를 선고한다면 그 이유를 상세히 설시(알기 쉽게 설명하는 것)하라"는 변호인의 발언이다. 그 이유로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대선 출마가 충분히 예견되는 상황인데, (대북 송금) 사건 결과는 향후 대한민국 정치권력 향배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정치적 사건"이 거론됐다. 이 전 부지사를 대리하는 변호인은 5월21일 수원지법에서 열린 이 전 부지사의 보석청구 심문기일에 "이 전 부지사에 대한 유죄 판결은 이 대표에 대한 유죄로 추정하는 유력한 재판문서"라며 이처럼 밝혔다. 법조계에선 '재판부에 대한 위협'이라는 문제 제기까지 나왔다.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이 5월16일 서울중앙지검에서 열린 취임식에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야권, 검찰을 '기소청'으로…강화된 '검수완박' 예고

야당의 공세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민주당은 검찰 개혁 태스크포스(TF)를 발족하고 "22대 국회에서 검찰 독재를 끝내겠다"고 했다. 그 일환으로 검찰을 사실상 '기소청'으로 만드는 내용의 검찰 개혁법을 예고했다. 검찰의 직접수사 폐지, 수사와 기소 분리가 골자다. 이는 문재인 정부 시절 2대 범죄(경제·부패)로 축소된 검찰의 직접수사권마저 없애겠다는 취지다. 검찰의 직접수사 범위는 2020년 '검수완박법(형사소송법·검찰청법 개정안)'을 통해 6대 범죄(공직자·선거·부패·경제·방위사업·대형참사)로 줄었다. 민주당은 2022년 다시 법을 개정해 이를 2대 범죄로 한정했다.

한편, 이번 검찰 인사로 인해 떠오른 사건도 있다. 문재인 전 대통령 일가 사건이다.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이 전주지검장 시절 문 전 대통령 사위였던 서아무개씨의 특혜 채용 의혹을 다룬 일이 그것이다. 이 지검장의 인사 이동에 따라 사건도 서울중앙지검에 이첩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이 지검장의 관련 사건 해결 의지도 강해, 지난해 서울로의 인사도 고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이는 현재로선 가능성이 낮은 듯하다. 박영진 신임 전주지검장(50·31기)은 사건 수사에 대한 의지를 밝혔고, 전주지검 측 역시 "대검찰청과도 사건 이첩 등과 관련해 논의하거나 협의한 사실이 없다"고 못 박았다.

특혜 채용 의혹은 이상직 전 민주당 의원에게서 비롯됐다. 타이이스타젯 실소유자인 이 전 의원은 2018년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중진공) 이사장으로 임명됐다. 그 대가로 문재인 전 대통령의 전 사위 서씨의 타이이스타젯 채용이 이뤄졌다는 것이 의혹의 골자다. 항공업계 실적 악화 속에서 실무 경험이 없는 서씨가 전무이사로 임명된 것은 의구심을 더 증폭시켰다. 이와 관련한 수사 대상은 청와대 관계자들이다. 전주지검은 문 전 대통령의 딸 문다혜씨와 청와대 관계자들 간 금전 거래 정황을 포착해 지난 2월 유송화 전 청와대 춘추관장 등 청와대 관계자들을 불러 조사했다. 유 전 관장은 김정숙 여사를 담당한 청와대 제2부속실 출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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