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이은 '배임' 농협은행…금감원, 중앙회 '인적교류' 끊어낼까

이경남 2024. 5. 27.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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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협은행, 3월 이어 또 배임 2건 적발
금감원, 농협중앙회 과도한 경영 개입 탓 지적
농협중앙회-농협금융 인적교류 중단되나

농협은행에서 또다시 배임사고가 발생함에 따라 금융감독원의 내부통제 개선의 칼날이 농협금융지주는 물론 농협중앙회 전체를 겨냥하는 속도가 빨라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특히 금감원은 농협은행에서 발생하고 있는 금융사고의 근본 원인 중 하나로 금융 전문성이 떨어지는 농협중앙회와의 인적교류를 꼽고 있다. 이에 향후 농협중앙회가 농협금융지주 및 계열사의 주요 인사에 관여하는 것은 물론 '장'급 인사 시에 진행되는 인적교류도 힘들어 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서울시 서대문구 농협은행 본사 전경. /사진=농협은행 제공

연이은 금융사고…'중앙회' 책임 묻겠다는 금감원

지난 22일 농협은행은 53억원 규모의 공문서 위조 및 업무상 배임과 11억 규모의 업무상 배임이 발생했다고 공시했다. 이번에 두 건의 배임사고가 적발되면서 올해들어서만 3건의 배임사고가 적발된 셈이다. 앞서 농협은행은 지난 3월 6일 110억원 가량의 업무상 배임이 발생했다고 공시한 바 있다. 

이번에 발생한 두 건의 배임사고 모두 일선 영업점에서 대출을 취급하는 과정에서 담보물을 '고가'로 감정해 대출금액을 부풀리기 위해 이뤄진 것으로 확인됐다. 부동산 경기가 악화하면서 담보물의 가치가 떨어졌고 배임으로 적발된 것이다.

일단 농협은행 측에서는 이번에 적발된 배임 모두 내부감사를 통해 적발됐다고 설명한다. 즉 구축해놨던 내부통제 시스템이 작동하고 있기 때문에 이러한 금융사고 적발이 가능하다는 게 농협은행 측의 입장이다. 

다만 금감원은 농협은행에서 이러한 금융사고가 발생한 근본적인 원인을 지목하고 있다. 농협은행의 모기업인 농협금융지주의 지배구조 탓에 기인한다고 보는 것이다. 농협금융지주는 다른 금융지주와 달리 지분 100%를 모두 농협중앙회가 쥐고 있다. 금융전문성이 떨어질 수 있는 농협중앙회가 지분을 바탕으로 인사 등 다양한 곳에서 영향력을 발휘하다 보니 금융사고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실제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역시 이같은 점을 꾸준히 지적해왔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금감원이 농협금융에 대한 정기검사에 돌입한 이후 "원칙적으로 갖고 있는 금산분리 원칙, 내부통제 합리적인 지배구조법 상 규율체계가 흔들릴 여지가 있어 이런 지점을 챙겨봐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인적교류 제동 본격화할까

금감원은 특히 농협중앙회가 농협금융지주와 산하 계열사의 장악력 유지를 위해 진행하고 있는 중앙회-농협금융 간 인적교류가 가장 큰 문제라고 보고 있다. 

실제 금감원은 최근 적발된 농협은행의 배임사고 역시 농협중앙회와 농협금융간의 인적교류가 원인이 됐다고 본다. 대표적인 것이 '시군지부장' 자리다. 시군지부장은 전국구로 깔려있는 농협중앙회, 농협경제지주, 농협금융지주 등 범농협 인프라에 대한 시너지 극대화를 위해 마련될 '총괄' 자리다.

금감원 고위 관계자는 "금융의 전문성이 떨어지는 농협중앙회 출신 인사가 금융업도 총괄하는 시스템을 운영한 것이 결국 금융사고가 발생하게 된 원인 중 하나라고 본다"고 말했다. 

금융권 한 고위 관계자는 "농협중앙회는 농협금융지주의 CEO 인선 뿐만 아니라 실무부서 부장 급 인사에도 인력을 파견해왔다"라며 "인적교류를 통한 시너지를 내기 위함이 명목이지만 농협중앙회의 장악력을 유지하기 위한 수단으로 인사권을 사용해 왔던 셈"이라고 말했다. 

이어 "현재 금감원이 추구하는 바가 농협중앙회의 농협금융에 대한 과도한 영향력 행사 금지인데 이 중 핵심은 이와 같은 인적교류를 막는 것"이라며 "앞으로 농협금융 인사의 추이가 어떻게 바뀌는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인적교류가 이뤄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상황임도 고려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농협은행의 간판은 사실 그렇게 오래되지 않았다. 지난 2012년 3월 농협금융지주가 농협중앙회로부터 신경분리 하면서 출범했다. 다른 농협금융의 계열사도 이전에는 농협중앙회의 각종 사업분야가 같은해 분리하면서 간판을 걸었다. 따라서 '장 급'이상의 인력은 중앙회 출신 인사들로 구성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얘기다. 

익명을 요구한 농협금융 한 관계자는 "2012년 계열사들 설립 당시 입사했다고 하더라도 아직 부장급으로 승진하기에는 시간이 부족한 상황이기 때문에 신경분리 이전 신경사업 분야에서 경력이 있었던 장급 중앙회 출신 인사들이 올 수 밖에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이어 "결국 시간이 지나면 해당 계열사에서 입사한 직원들이 장급으로 승진할 것이기 때문에 감독원 역시 이같은 점을 고려해 시간을 줄 필요도 있다"고 봤다. 

금감원 측은 "지주회사법, 은행법 등 관련 법규에서 주요출자자의 부당한 영향력 행사를 금지하고 있다"라며 "지배구조법 상 관련 사항에 대해 살펴보고 개선사항이 있을 경우 개선을 지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경남 (lkn@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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