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Heavy Duty 코글란] 에베레스트 장비는 없어도 가족들 즐겁게 할 장비는 있다

윤성중 2024. 5. 27. 0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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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비가 내렸다.

코글란은 캐나다에서 1959년 설립됐다.

창립자 노만 코글란Norman Coghlan은 자신의 이름을 붙인 브랜드를 만들기 전 미국과 캐나다에서 캠핑용 랜턴, 스토브, 램프 등의 부품을 판매하는 유통업자였다.

처음에 코글란은 난방용품을 주로 다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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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비가 내렸다. 게다가 평일이었다. 가게 주변엔 사람이 얼마 없었다. 오후까지 손님도 들어오지 않았다. '가게 문을 닫고 오늘은 이만 쉴까?'라면서 고민했다. 그러다가 나는 가만히 앉아서 '사업'에 관해서 생각했다. 망하지 않고 계속 살아 있는 브랜드의 비결은 뭘까? 궁금했다. 나는 가게 한쪽에 진열되어 있는 코글란Coghlan's의 장비들을 만지작댔다. 코글란이 저 궁금증에 대한 답이 될까 싶었다. 왜냐하면 코글란에서 만든 제품들은 '보잘 것 없는' 것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보잘 것 없는 장비란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아웃도어 장비들, 그러니까 텐트, 침낭, 스토브 같은 크고 무거운 장비를 뜻하는 게 아니라 아주 작은 장비들을 가리킨다. 있으면 좋고 없어도 상관없는 제품들 말이다. 이를테면 깔때기, 지퍼 고리, 파리채, 나일론 수선 키트, 수건, 라이터, 부싯돌, 양초, 텐트 펙 설치용 고무망치, 빨래집게, 빨랫줄 등이 그것이다. 코글란은 이러한 액세서리를 주로 만든다. 디자인이 아주 단순하며 가격도 저렴하다. 일반 철물점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것들을 캠핑용 카테고리로 묶어 한 곳에 나열한 것 같다. 그것이 코글란의 마케팅 전략일까? 나는 코글란의 끈질긴 생명력의 근원이 무엇인지 찾아보기 시작했다.

코글란은 캐나다에서 1959년 설립됐다. 창립자 노만 코글란Norman Coghlan은 자신의 이름을 붙인 브랜드를 만들기 전 미국과 캐나다에서 캠핑용 랜턴, 스토브, 램프 등의 부품을 판매하는 유통업자였다. 그러다가 캐나다 매니토바주 위니펙 시내에 작은 창고를 마련해 본격적인 개인 사업을 시작했다. 처음에 코글란은 난방용품을 주로 다뤘다. 차차 텐트, 침낭, 매트리스 같은 제품도 추가해 판매했는데, 자신의 가게에 캠핑용 스토브와 랜턴을 가져와 수리를 요청하는 손님들이 늘어났다. 또 손님들 중 많은 수가 스토브를 이용해 토스트를 만들 수 있는 장비를 찾았다. 당시 코글란의 가게엔 다른 브랜드에서 만든 아웃도어용 토스터가 있었는데 곧 제품이 단종될 것이란 소식을 접한 코글란은 해당 브랜드의 토스터 재고를 모두 구입했다. 이 토스터는 나중에 코글란에서 '캠프 스토브 토스터'라는 이름으로 제작돼 팔렸다. 토스터의 인기는 상당했다. 코글란은 무려 700만 개에 달하는 토스터를 조립하고 포장하느라 바빴다. 손님들은 토스터만 구입한 게 아니라 다양한 캠핑용 소품들을 찾았는데, 이후 코글란은 아웃도어용 액세서리도 제작해 토스터와 함께 팔았다. 지금 코글란에서 취급하는 제품 가짓수는 무려 600개에 달한다.

몇 년 전 코로나가 유행할 때 코글란은 다시 한 번 전성기를 맞았다. 이 시기 전 세계적으로 캠핑이 유행하면서 코글란의 제품이 매진되고 급기야 제품을 쌓아놓은 창고가 텅텅 비는 일이 발생한 것이다. 당시 코글란 대표 제프 스티븐스Jeff Stevens는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여기서 에베레스트를 오를 수 있는 장비는 구입할 수 없습니다. 하물며 텐트도 없죠. 하지만 그 아웃도어 활동 모두를 연결하는 작은 것들은 구할 수 있죠. 별 것 아닌 이 제품들이 당신의 가족들을 더 즐겁게 할 거예요."

코글란의 끈질긴 생명력은 틈새시장을 공략한 마케팅 효과에 있을까? 아니면 아웃도어 활동 인구가 많은 지역에서 탄생한 덕분일까? 나는 오랫동안 고민했다.

'21세기 HEAVY DUTY'는 월간<山>의 필자가 가상의 아웃도어 편집숍 주인이라는 설정으로 진행합니다. 수록된 제품 소개 기사는 편집숍 주인이 튼튼Heavy Duty하고 좋은 아웃도어 장비를 손님에게 추천하는 콘셉트로 작성됐으며 업체로부터 제품을 협찬받거나 비용 지원을 받은바 없음을 밝혀둡니다.

월간산 5월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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