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은 게 죄인가요?… ‘노실버존’ 헬스장 분통 [현장, 그곳&]
업계 “미숙한 기구 사용 사고 우려”... 지자체 차원 인식 개선 노력 필요
"나이 먹어도 쾌적한 곳에서 운동하고 싶고, 열정도 있습니다."
26일 오후 9시께 성남시 분당구 정자동의 한 호텔 헬스장. 이곳은 회원권을 결제해야 이용할 수 있는 운동 시설이다. 흰머리가 무성한 한 노인이 접수대를 향해 회원권을 문의하자, 안내 직원이 나이를 묻더니 75세 이상은 회원권 발급이 안 된다고 응대했다. 몇 번의 실랑이 끝에도 단호한 대응이 이어지자 노인은 굳은 표정으로 발길을 돌렸다.
주민 노현선씨(76)는 "나이 때문에 이용을 못 한다니 어이가 없다"며 "늙으면 같이 운동도 하지 말라는 거냐"고 한숨을 내쉬었다.
같은 날 오전 11시께 수원특례시 영통구 이의동의 한 프리미엄 헬스장도 상황은 마찬가지. 이곳에서 고령의 노인도 이용할 수 있냐고 문의하니, 안내 직원은 "연세가 많으면 이용이 조금 어렵다"고 답했다. 별도로 나이 제한을 알리는 안내문 조차 없이 노인의 이용을 거부하고 있었다.
헬스장 관계자는 "고령의 노인의 경우 먼저 안전이 우려되기도 하고 노인들은 기구를 잘 사용할 줄 모르거나, 사용한 자리에 대한 정리가 안되는 등 이용객들의 불편함을 초래하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고령사회에 진입한 경기도내 일부 헬스장에서 노인들의 이용을 거부하는 '노실버존'이 생겨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더욱이 제재할 방법이 마땅치 않아 노인들의 권리를 위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날 경기도 등에 따르면 도내 헬스장은 총 3천695곳이며, 65세 이상 노인 인구는 212만2천718명(2023년 12월 기준)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체 경기도 인구(1천364만8천156명)의 15.5% 수준으로 고령사회 기준인 14%를 넘는 수치다.
하지만 일부 호텔 내 헬스장과 프리미엄 등을 내세운 일부 영업장에서 암암리에 노인의 이용을 거절하는 상황이다. 개인 사업장이고, 제재 근거가 없는 탓에 지자체도 마땅한 수단이 없어 노인들도 대응할 방법이 없다.
게다가 노키즈존도 과거엔 없는 개념이었던 만큼, 내년부터 65세 이상이 인구가 20%가 넘는 '초고령사회'에 진입하는 우리나라에서 노실버존이 만들어지면 노인 혐오 문제로 번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박승희 성균관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합리적 이유 없이 노인의 이용을 금지하는 건 노인혐오로 발전할 수 있기 때문에 지자체 차원에서 인식 개선 노력이 필요하다”며“ 다만, 노인복지시설에도 헬스장을 확대해 노인들이 편하게 운동할 수 있는 곳도 여러 곳 마련하는 접근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도 관계자는 “인식 개선 활동이 필요하다는 것은 공감한다"며 “다만, 영향력이 적을 수 있으니 중앙 부처에서 먼저 대국민 인식 개선 사업을 진행하고 지자체는 뒤따르는 순서가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오종민 기자 fivebell@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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