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속 과학이야기] 국민의 건강을 지키는 바이오 측정표준

배영경 한국표준과학연구원 바이오물질측정그룹장 2024. 5. 27.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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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전, 모르는 발신자로부터 연구실 전화벨이 울렸다.

한국표준과학연구원(KRISS) 바이오물질측정그룹은 최고 수준의 바이오 물질 측정 기술을 바탕으로, 우리 삶을 더 안전하게 만들어주는 표준물질을 개발해 오고 있다.

그 임신부가 아마도 받았을 산전 태아검사의 결과가 우리의 표준물질로 인해 더 정확했기를, 그리고 궁극적으로 우리의 바이오 물질 측정표준이 더 많은 이의 삶에 작게나마 도움을 줄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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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영경 한국표준과학연구원 바이오물질측정그룹장

5년 전, 모르는 발신자로부터 연구실 전화벨이 울렸다. 수화기 너머로는 예상했던 다소 딱딱하고 사무적이 아닌, 매우 다급하고 걱정스러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자신을 나이 많은 임신부로 소개한 그는, 필자가 속한 그룹에서 개발한 '비침습적 태아 산전검사(NIPT)용 표준물질'에 대한 언론보도를 보았는데 이 검사를 믿을 수 있는지 물어봤다.

비침습적 태아 산전검사는 출산 전 임산부의 혈액을 분석해 다운증후군과 같은 태아의 염색체 이상을 진단하는 검사다. 산모의 혈액에 존재하는 미량의(5% 수준) 태아 DNA를 분석해야 하기에 고도의 기술이 요구된다.

시험기관에서 수행하는 태아 산전검사가 정확할 수 있도록 길잡이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표준물질이다. 표준물질은 흔히 '답안지가 주어진 문제'에 비유된다. 표준물질(문제)과 정확한 측정 결과(답안지)를 시험기관에 제공하면 각 기관은 자사의 측정 방식을 개선하거나 장비를 교정하며 검사 정확도를 높인다.

한국표준과학연구원(KRISS) 바이오물질측정그룹은 최고 수준의 바이오 물질 측정 기술을 바탕으로, 우리 삶을 더 안전하게 만들어주는 표준물질을 개발해 오고 있다. 팬데믹에 신속히 대응하기 위해 개발한 코로나바이러스 유전자 표준물질이 대표적이다. 이는 진단키트를 생산하는 산업계와 코로나 유전물질을 대상으로 실험하는 연구실에 신속히 보급돼 진단의 신뢰성과 정확도는 높이는 것은 물론 국가적 감염병 대응 시스템 구축에 기여했다.

최근에는 암 조기진단에 필요한 측정표준을 만들기 위해 암 유래 유전자 비율을 분석하고 해당 유전자를 식별할 수 있는 표준물질을 개발하고 있으며, DNA 손상 복구과정에서 발생하는 DNA 조각 검출 기술도 연구하고 있다. 이러한 연구 모두 우리가 어느 의료기관을 방문하든 올바른 질병 진단을 받을 수 있도록 신뢰성·동등성을 유지하려는 노력의 일환이다.

KRISS는 국가측정표준 대표기관으로서 1975년 설립 이래 최고 수준의 측정표준을 확립하고, 국가표준의 국제적 신뢰성 확보로 국가과학기술 및 산업 경쟁력 강화에 기여해왔다. 2000년대 들어서는 국가측정표준 확립·유지·보급이라는 고유한 임무에 더해 양자, 우주기술, AI, 첨단바이오와 같은 첨단 측정과학 기술을 연구하고 있다.

이에 발 맞춰 바이오물질측정그룹도 첨단바이오의약품 개발에 탄탄한 측정의 근간을 마련하고자 지속해서 새로운 측정표준을 확립하고 있다. 그간 축적해 온 측정 기술을 토대로 차세대 표적항암제, 첨단 백신, 유전자치료제 등 미래 의약품 개발과 규제에 과학적 기준을 제시하고자 한다.

필자도 세 아이의 엄마이기에, 기사를 보고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의사도 아닌 과학자에게 무턱대고 전화를 건 그 임신부의 심정이 어떠할지 누구보다 잘 알 수 있었다. 연구실에서 일상적으로 다루는 실험데이터들이 세상에 나아가 우리 삶 속에 녹아든다는 사실을 한 번 더 깨닫고, 막중한 책임감을 느끼는 계기가 됐다. 그 임신부가 아마도 받았을 산전 태아검사의 결과가 우리의 표준물질로 인해 더 정확했기를, 그리고 궁극적으로 우리의 바이오 물질 측정표준이 더 많은 이의 삶에 작게나마 도움을 줄 수 있기를 바란다. 배영경 한국표준과학연구원 바이오물질측정그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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