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 부풀리기'와 보험 CEO 유혹[우보세]

권화순 기자 2024. 5. 27. 0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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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실적 뻥튀기 유혹에 사로잡힌 CEO의 마음부터 잡아야 한다.

글로벌 금융회사와 달리 우리나라 보험 CEO 임기는 3년 전후로 짧다.

CEO의 단기 성과주의를 막을 고차원적인 처방에 보험의 미래가 달렸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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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보는 세상]
[편집자주]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가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입니다.

"새 회계제도(IFRS17) 도입 이후 보험사들이 공격적이고 임의적으로 회계처리를 하고 있다. 부동산 PF(프로젝트파이낸싱) 정리하는 것처럼 (금융당국이) 몇몇 보험사는 문 닫게할 용기가 있어야 한다."(한승엽 이회여대 교수)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본점에서 열린 세미나(16일)에서 역대급(?) 쓴소리가 나왔다. 대회의실에 모인 수 백명의 보험 전문가와 업계 관계자들이 술렁였다. 보험사들이 공격적, 임의적 회계처리를 하는데도 금융당국이 수수방관 한다는 뉘앙스의 비판이다. 주제 발표 직후 토론회에서 업계 관계자들은 "실적 부풀리기가 아니다"는 적극적인 반론보다 "현실적으로 어쩔 수 없다"는 힘없는 해명을 할 뿐이다.

회계 원칙만 정해주고 나머지는 보험사 자율에 맡기는 보험회계 도입 후 실적이 드라마틱하게 좋아진 건 사실이다. 지난해 보험사 53곳의 당기순이익은 13조원으로 전년 9조원 대비 45.5% 급증했다. 우리나라 금융 역사상 손에 꼽을 극적인 이익성장세다. 올 1분기에도 5대 손해보험사의 순익은 1조9921억원으로 전년도 대비 26.9% 늘었다.

사상 최대 순익 릴레이가 영업을 잘 해서인가. 그렇지 않다. 새 회계 덕분에 미래의 이익을 현재 이익으로 가급적 많이, 그리고 빨리 빼 먹는 '구멍'이 여럿 생겼기 때문이다. 과당경쟁으로 발생한 비용(설계사 수당)은 최대한 뒤로 미루고 이익은 최대한 빨리 반영할 수 있다. 특히 '할인율 효과'로 미래 이익(CSM)을 끌어다 올해 실적에 대폭 반영(상각)하는 게 얼마든 가능하다. 할인율 '거품'만 빼도 지난해 순익은 13조원이 아니라 9조원이란 추정이 나온다. '순익 잔치'에 과세당국도 "법인세를 더 거둬야 하는 것 아니냐"며 눈을 부릅떴다.

금융당국은 근본처방을 내놓겠다며 보험개혁 회의를 소집했다. 그동안에도 비슷비슷한 이름의 대책은 있어왔고, 효과는 번번이 1년을 못 넘겼다. 게다가 이번에 터진 IFRS17는 너무 복잡하다. 업계 한 고위 관계자는 "솔직히 CEO가 작정만 하면 새 제도는 얼마든 피해갈 수 있다. 회계상 이익을 부풀릴 방법은 널려 있다"고 실토한다.

이제부터는 고차원적이고 파격적인 개혁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실적 뻥튀기 유혹에 사로잡힌 CEO의 마음부터 잡아야 한다. 조직 하부에서 제 아무리 단기납 종신보험을 만류하고, 낙관적 해지율에 따른 파산 위험을 경고한들 무슨 소용인가. 결국 월급쟁이 CEO의 욕심 문제다. 단기 성과 주의를 마음대로 펼칠 IFRS17란 기회가 눈 앞에 주어졌다. 유혹을 뿌리칠 CEO가 몇명이나 될까.

글로벌 금융회사와 달리 우리나라 보험 CEO 임기는 3년 전후로 짧다. 오너가 있어도 IFRS17를 정확히 이해하기엔 한계가 있다. 평가는 제각각이지만 업계에선 메리츠금융지주의 파격 인사에 주목한다. '77년생' 김중현 메리츠화재 대표가 CEO에 발탁됐다. 사명감을 갖고 긴 호흡으로 경영하란 인사 메시지로 읽혔다. '60년대생' CEO가 무능하다거나 메리츠가 정답이란 말을 하려는 것은 아니다. CEO의 단기 성과주의를 막을 고차원적인 처방에 보험의 미래가 달렸다는 뜻이다.

권화순 금융부 차장


권화순 기자 firesoo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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