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人] 백재욱 대신경제硏 대표 "밸류업, 기업에 끌려갈 필요 없다"

조민정 2024. 5. 27. 06:32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올해 상반기 한국 증시는 정부가 추진하는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기대감으로 들썩였다.

밸류업 프로그램은 기업가치 제고와 주주환원에 대한 관심을 끌어올리며 그동안 한국 증시를 박스권에 잡아뒀던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할 마중물로 여겨졌다.

-- 큰 틀에서 밸류업 프로그램을 평가해달라.

-- 기업 입장에서는 밸류업 프로그램의 수혜를 받기 위해 어떤 부분에 중점을 둬야 할지 궁금할 것 같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세제 지원은 '용돈 줄테니 공부하라'는 것…지속 가능하지 않아"
"日 밸류업 모범기업 뽑아 분석해보니 지수 수익률의 3배…주가 차별화"
"지배구조에 하나의 정답이 있는 건 아냐…행동주의 투자자 활성화 긍정적"
인터뷰하는 백재욱 대신경제연구소 대표 (서울=연합뉴스) 이재희 기자 = 백재욱 대신경제연구소 대표가 지난 23일 서울 중구 대신파이낸스센터에서 연합뉴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4.05.27 scape@yna.co.kr

(서울=연합뉴스) 조민정 기자 = 올해 상반기 한국 증시는 정부가 추진하는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기대감으로 들썩였다.

밸류업 프로그램은 기업가치 제고와 주주환원에 대한 관심을 끌어올리며 그동안 한국 증시를 박스권에 잡아뒀던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할 마중물로 여겨졌다.

하지만 정책의 상당 부분을 기업의 자율성에 맡기면서 기업가치 재평가의 핵심인 지배구조 개선까지는 기대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왔다.

백재욱 대신경제연구소 대표는 27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패널티나 인센티브 카드는 꺼내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했다.

자녀에게 공부하라고 회초리를 들거나, 용돈을 주는 것보다 공부를 왜 해야 하는지를 깨닫게 하는 것이 더 필요하고 중요한 일이라는 것이다.

대신경제연구소는 1984년 증권 부설 연구소로 설립돼 경제와 금융시장을 연구·분석해왔으며 10년 전부터는 기업지배구조와 ESG(환경·사회적 책무·기업지배구조 개선) 연구에 집중하고 있다. 자본시장과 기업지배구조 양 측면 모두에 전문성을 가지고 있는 것이 장점이다.

다음은 백 대표와의 일문일답.

-- 큰 틀에서 밸류업 프로그램을 평가해달라.

▲ 방향성에 후한 점수를 주고 싶다. 일각에서는 '일본을 따라했다' '단기 성과에 집착한다' 또는 '인센티브나 지원책, 패널티가 빠졌다'고도 하지만 기업 거버넌스 개선과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에는 분명히 기여하는 방향으로 정책이 추진되고 있다고 본다.

-- 자율성을 강조하다 보니 실효성이 떨어지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많다.

▲ 밸류업 프로그램 추진 발표 이후에 증시 흐름을 보면 지원책이 나올 것 같으면 주가가 오르고, 그렇지 않으면 주가가 내린다. 패널티나 인센티브에 의해서 이 프로그램이 움직인다면 그 패널티나 인센티브가 없어지거나 바뀌면 제도가 제대로 추진될 수 없게 된다. 패널티는 '매만 피하고 보자'라는 수동적인 태도를 부르고 인센티브는 본질 그 자체보다 보상을 위해 움직이게 만든다. 패널티나 인센티브는 이 정책을 단기적으로 보게 된다는 점에서 바람직하지 않다. 부모가 자녀에게 공부를 시킬 때 회초리를 들거나 용돈을 줘서 공부를 하도록 한다면 지속 가능한 일이 아니지 않나. 기업이 시장을 바라보고, 투자자를 위해 기업 가치 제고가 필요한 일이라고 인식하고 이행을 해야 제대로 장기적인 효과가 난다.

-- 세제 지원 등 인센티브에도 반대하시나.

▲ 패널티보다는 인센티브가 낫다고 본다. 하지만 정부가 '지원책이 없으면 참여 안 하겠구나'하고 기업에 끌려갈 필요는 없다. 언급되는 세제 혜택을 보면 기업, 투자자들이 평소에 바라던 것들을 이야기하고 있다. 기업 입장에서는 평소에 원하던 세제 혜택을 이참에 받고자 하는 것으로 생각된다.

-- 이런 인센티브가 없어도 기업들이 참여할 것으로 보나.

▲ 처음에는 당연히 참여도가 떨어지긴 할 것이다. 하지만 일본의 사례를 보면 밸류업에 참여한 기업들이 시장에서 선택을 받고 기업가치가 올라가는 것들을 보고 나면 결국에는 따라오게 될 것이라고 본다. 일본 밸류업 사례를 보면 정책을 제대로 따르지 못하는 기업으로 낙인찍히는 것을 견디지 못하는 국민성이 보인다. 이것을 우리나라에 비춰보면 거꾸로 '남들이 하면 나도 해야 한다'는 국민성이 발휘될 것으로 본다. 결국은 일본보다 더 빠른 기간 안에 정책이 안착할 것으로 기대한다.

인터뷰하는 백재욱 대신경제연구소 대표 (서울=연합뉴스) 이재희 기자 = 백재욱 대신경제연구소 대표가 지난 23일 서울 중구 대신파이낸스센터에서 연합뉴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4.05.27 scape@yna.co.kr

-- 정책 발표 이후 '저PBR(주가순자산비율)' 종목은 이미 주가가 크게 올랐다. 지수 개발 등 정책 본격화 이후에도 상승 여력이 있을까.

▲ 그렇다. 다만 기대에 의한 상승은 무차별적이었지만 정책이 시행된 이후에는 밸류업 프로그램을 잘 이행하는 기업과 그렇지 않은 기업 간의 옥석가리기가 강하게 나타날 것이다. 일본의 사례를 분석해본 결과 'JPX Prime 150 지수'(일본 밸류업 지수) 공개 이후 올해 4월 30일까지 모범사례(연구소 자체 분석) 29개 기업으로 구성된 포트폴리오의 수익률(43.4%)이 동 기간 닛케이225지수 수익률(13.4%)을 크게 상회했다. 반면 JPX Prime 150지수의 수익률은 10.5%로 오히려 시장 지수 수익률보다 낮았다는 점을 주목해볼 만하다. 지수 발표 이전에 (기업가치 제고를) 잘했던 기업보다 정책 시행 이후 개선 계획을 잘 발표하고 시행하는 기업들의 주가가 크게 올랐다는 의미다.

-- 기업 입장에서는 밸류업 프로그램의 수혜를 받기 위해 어떤 부분에 중점을 둬야 할지 궁금할 것 같다.

▲ 정부의 가이드라인을 보면 기업의 자율성을 첫머리에 강조했다. 어떤 내용이 꼭 포함되어야 한다기보다는 밸류업 프로그램의 여러 내용 중 기업의 현실에 맞춰 할 수 있는 것을 하라는 의미라고 본다. 저는 3가지 정도를 기업들이 신경 쓰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첫째, 투자자 관점에서 기업 현황을 다면적으로 분석·평가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다. 둘째, 중장기 목표와 그에 연계된 이행방안을 제시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경영진과 이사회가 주주와의 소통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 일본 밸류업 프로그램에서 우수한 성과를 거둔 기업들을 분석한 결과 이 세 가지를 잘 하는 기업들의 주가 성과가 두드러져 상관관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 주주환원에 큰 관심이 모이고 있지만 결국 밸류업은 지배구조개선이 본질 아닌가. 이러한 부분에 대한 논의는 부족한 듯하다.

▲ 공감한다. 그러나 건강한 몸을 만들기 위해 우선 해야 할 것은 아픈 부분을 치료하는 것이다. 미흡한 주주환원을 우선 잘 보완한 다음 각 기업별로 자신에게 맞는 거버넌스 개선, ESG 경영을 꾸준히, 충실히 이행할 필요가 있다.

인터뷰하는 백재욱 대신경제연구소 대표 (서울=연합뉴스) 이재희 기자 = 백재욱 대신경제연구소 대표가 지난 23일 서울 중구 대신파이낸스센터에서 연합뉴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4.05.27 scape@yna.co.kr

-- 한국 시장은 대주주의 영향력이 크고 지분 관계도 복잡하다. 지배구조 개선을 위해 이사회의 역할과 책임을 더 키워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 대주주가 높은 지분율을 확보하고 경영을 통제하는 기업과, 소유가 분산된 기업에게 똑같은 거버넌스 체계를 요구하는 것은 무리다. 지배구조에 하나의 정답이 있는 것은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사회, 사외이사, 감사위원회 등 주식회사의 기구에 관해 과도하게 법제화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

-- 기업의 지배구조 감시 역할을 하는 행동주의펀드의 존재감이 최근 들어 더욱 커지고 있다. 그에 비해 성과는 아직 크지 않은 것 같은데.

▲ 해외처럼 국내에서도 행동주의 투자자들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고, 이들이 자본시장의 건전한 발전에 기여하는 바가 크다고 평가한다. 다만 아직도 기업이나 대중의 부정적인 인식이 크다. 이는 기업을 공격해 단기차익을 노리는 일부 '기업공격형' 행동주의 투자자들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행동주의 투자자는 기업공격형, 가치투자형, 선관주의형, 책임투자형 4가지 유형으로 구분해볼 수 있는데, 이중 기업공격형을 제외한 나머지 3개 유형은 기업과 '윈-윈'이 가능하다고 본다. 최근에는 이런 유형의 행동주의 투자자가 늘고 있어 시장에 긍정적이라고 생각한다.

chomj@yna.co.kr

▶제보는 카톡 okjebo

Copyright © 연합뉴스. 무단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