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리포트] 불황에도 홀로 빛난 무신사, '1조 클럽' 육박 비결

황정원 기자 2024. 5. 27. 0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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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리포트 - 무신사의 이유 있는 성장] 신진 브랜드 유통 진출의 장… 8000개 브랜드 둥지
[편집자주] 신발 커뮤니티에서 국내 대표 패션 플랫폼으로 도약한 무신사의 성장 잠재력이 높게 점쳐진다. 이미 젊은 남성 패션을 장악하고 여성, 글로벌, 오프라인까지 공략하고 있다. 인수·합병(M&A)은 물론 자체 브랜드(PB)까지 모두 성공하며 국내 첫 유니콘 패션 플랫폼으로 자리 잡았다. 누적 투자 유치액만 4300억원에 이르는 무신사의 '연타석 홈런'은 현재 진행형이다.

무신사가 패션업계 불황 속에서 나홀로 질주를 이어가고 있다. 올해는 무신사스탠다드를 필두로 오프라인 매장을 확대하며 고객과의 접점을 늘리는 모습이다. /그래픽=김은옥 기자
고물가와 소비위축에 패션업계가 가장 먼저 타격받은 가운데 무신사만은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올해는 자사 브랜드 무신사스탠다드 오프라인 매장을 확대하며 몸집을 더 불리고 있다.

무신사는 업계 침체 속에서도 지난해 연 매출 9931억원을 올리며 전년 대비 40.2% 증가했다. 이대로라면 올해 '1조 클럽'에 무난히 입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2018년에 사상 첫 매출 1000억원대를 달성한 이후 최근 5년간 무신사는 연평균 52.2%씩 지속적인 성장을 보였다. 무신사의 연결기준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2018년 1081억원·269억원 ▲2019년 2197억원·493억원 ▲2020년 3319억원·456억원 ▲2021년 4613억원·542억원 ▲2022년 7083억원·31억원 등이다.
최근 5년간 무신사는 연평균 52.2%씩 지속적인 성장을 보였다. /그래픽=김은옥 기자
2023년 영업이익은 86억원 손실을 기록했다. 이에 대해 무신사 측은 "임직원 대상 일회성 주식보상비용 413억원 지급, 인건비 및 감가상각비 증가, 지급수수료 증가 등 영업비용이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신발 사진 커뮤니티서 8000개 브랜드 입점 플랫폼으로


무신사의 시작은 2001년 온라인 커뮤니티 프리챌에 개설한 '무신사'(무진장 신발 사진이 많은 곳)이다. 국내·외 최신 패션 트렌드와 정보를 살펴볼 수 있는 미디어 채널이 희박하던 시절 글로벌 유명 브랜드의 한정판 운동화 사진과 다양한 패션 정보를 소개하고 패션과 신발을 좋아하는 사람이면 누구나 소통할 수 있는 곳으로 사랑받았다.
이후 2003년 '무신사닷컴'을 별도로 구축하고 2005년 '무신사 매거진'을 창간하며 독자적인 콘텐츠를 생산하기 시작했다. 2009년 처음으로 커머스 기능을 도입하면서 '무신사 스토어'가 탄생했다.
지난해 무신사에서 연간 거래액 10억원을 돌파한 업체가 전년 대비 46% 증가한 500여개로 집계됐다. /그래픽=무신사
무신사는 유통 채널을 확보하기 어려웠던 국내 신진 디자이너 브랜드의 판로를 개척해주는 역할에 주력했다. 기존에 패션 시장에서 크게 주목받지 못했던 스트리트 캐주얼 스타일 브랜드와 손잡으며 새로운 온라인 패션 시장을 만들어 갔다. 디스이즈네버댓, 커버낫, 로맨틱크라운 등 많은 1세대 스트리트 캐주얼 브랜드가 무신사 스토어에 입점해 판로를 확대하고 성장할 수 있었다.

신진 패션 브랜드는 백화점의 선택을 받거나 오프라인 매장을 열어야만 매출이 보장된다는 패션업계의 공식이 깨졌다. 누구든 무신사에 입점하는 것만으로 브랜드를 키워나갈 수 있는 세상이 열린 것이다.

무신사에 따르면 지난해 연간 거래액 10억원을 돌파한 입점사가 전년 대비 46% 증가한 500여개로 집계됐다. 온라인 중심 패션 브랜드의 '매출 최대 한계치'로 꼽히는 100억원을 넘은 브랜드도 36% 증가했다.

소비자들이 무신사로 몰리자 기성 브랜드와 글로벌 럭셔리 브랜드도 잇따라 입점했고 현재는 8000개 이상의 브랜드가 무신사 안에 둥지를 틀었다.



누적 투자 4300억원… 국내 첫 유니콘 패션 플랫폼


무신사는 2019년 세콰이어캐피탈로부터 투자를 유치하며 2조원 이상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아 국내 10번째 유니콘 기업이 됐다. 패션 플랫폼으로는 첫 번째였다.

2021년 세콰이어캐피탈과 IMM인베스트먼트가 참여한 1300억원 규모의 시리즈B 라운드에 이어 지난해에는 사모펀드 KKR(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에서 주도하고 자산운용사 웰링턴 매니지먼트가 참가한 시리즈C 라운드에서 2000억원 이상의 투자를 유치했다. 이때 인정받은 무신사 기업 가치는 3조원대다. 누적 투자 유치 규모는 4300억원에 이른다.

이렇게 유치한 투자금액을 무신사는 신진 브랜드 발굴에 고스란히 투자하고 있다.

2018년 국내 최초 패션 전문 벤처캐피탈(VC) 기업 무신사 파트너스를 설립했다. 무신사 파트너스는 패션, 뷰티, 라이프스타일 분야를 중심으로 잠재력이 높은 기업을 발굴하고 이들의 건강한 성장을 돕는다. 지난해 하반기 기준 70여개 브랜드에 투자를 진행했다.
무신사가 패션업계 불황속에서도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며 오프라인 매장 확대에 나섰다. 사진은 무신사 스탠다드 동성로 외관. /사진=무신사
올해 가장 눈에 띄는 전략은 무신사 스탠다드의 오프라인 매장 강화다. 대형마트, 백화점 등이 줄줄이 매장 문을 닫는 중에 무신사는 오히려 과감하게 오프라인 확장에 투자하고 있다. 유통업계 역시 무신사 스탠다드 매장을 들이는 데 열을 올리고 있다. 2021년 1호점을 낸 이래 올 초 10호점을 오픈했고 연내 최대 30호점을 오픈할 계획이다.
한국이 좁아진 무신사는 글로벌 진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2022년 9월 플랫폼 형태로 웹과 모바일 앱을 통해 일본, 미국, 태국, 싱가포르, 캐나다 등 13개국에 서비스를 시작했다. 무신사 글로벌 스토어에는 글로니, 디스이즈네버댓, 로우클래식, 스탠드오일, 타입서비스 등을 비롯한 1500여개의 K패션 브랜드가 입점했다. 입점 브랜드는 지속해서 늘어날 전망이다.
무신사 도쿄 팝업스토어에 입장하기 위해 대기 중인 일본 소비자들. /사진=무신사
가까운 일본은 온라인 스토어를 운영하는 것 외에 오프라인 팝업스토어와 B2B 쇼룸 운영, 브랜드의 직진출과 브랜딩 현지화 지원 등 공격적인 비즈니스를 펼치고 있다.

지난해 도쿄와 오사카에서 진행한 팝업스토어에는 일본 패션업계 관계자와 인플루언서를 비롯해 3만명 이상이 방문하며 좋은 반응을 얻었다. 지난해 7월과 올해 2월에는 각각 2024 봄여름(S/S), 가을겨울(F/W) 쇼룸을 운영하며 일본의 패션·유통 바이어를 대상으로 국내 디자이너 브랜드를 소개했다.

무신사 관계자는 "앞으로도 글로벌 스토어와 B2B 쇼룸 등을 통해 국내 중소 규모 디자이너 브랜드의 일본 판로를 넓힐 계획"이라며 "일본의 온라인 플랫폼, 브랜드, 오프라인숍을 비롯해 다양한 카테고리의 일본 로컬 브랜드와 크리에이터와의 협업도 기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황정원 기자 jwhwang@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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