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진 “제 기능 못하는 공수처·연동형 비례제, 사막화 정치의 결과물” [소신파들이 되돌아본 21대 국회]

김현우 2024. 5. 27. 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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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 싸우는 정치… 결과는 국민 불행
더 많은 유권자 참여·투명성 확보해야
AI시대, 어려운 개헌 요건도 고쳤으면”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은 지난 22일 세계일보와 인터뷰에서 21대 국회의 특징을 두고 “정치의 사막화”라고 요약했다. 이견은 적대시하고 토론은 배척하며 주류 의견에만 편승하다 정치가 “풀 한 포기 나지 않는” 사막이 됐다는 거다. 특히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와 연동형 비례대표제, 대통령실 특별감찰관과 북한 인권재단 사례를 들어가며 “여야가 합의하지 못한 채로 강행했을 때 만들어낸 결과”라고 지적했다.

22대 총선 민주당 공천과정에서 ‘비명횡사’의 상징적 인물이 된 박 의원은 인터뷰 당일에도 아침 7시부터 90분간 지역구인 솔샘역에서 출근하는 시민들에게 26번째 의정보고서를 나눠 주고 있었다. “여러분 덕분에 행복했다”며 되레 목청을 높여 인사했다. 바쁜 출퇴근 시간이었지만 박 의원을 알아보고 인사를 건네는 시민도 적잖았다. 박 의원은 그들에게 “어디 이사 안 간다”라고 웃으며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 세계일보 자료사진
그는 “(국회의원이 되기 전) 원외 16년은 원내 8년을 위한 자강의 시간이었다. 다시 시작하는 원외 생활도 실력을 쌓기 위한 시간”이라고 했다. 다음은 서울 강북을 지역사무실에서 진행한 박 의원과의 일문일답.

─21대 국회를 돌아본다면

“대화가 상실됐고 이견과 토론, 합의는 적대시됐다. 정치가 풀 한 포기 나지 않는 사막이 됐다. 20·21대 국회도 그랬지만 22대 국회가 더 그럴 것 같다. 정치에서 시끄럽게 싸우는 것은 당연하고, 그 싸움 덕에 일정한 합의점에 도달한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지금은 계속 싸우기만 하는 것 같다. 공수처·연동형 비례제·특별감찰관·북한인권재단을 봐라. 공수처는 수사를 못 하고 다양성을 확보하자던 연동형 비례제는 기생정당을 만들었다. 특별감찰관은 공석이 된 지 5년이 넘었고, 북한인권재단은 출범하지도 못했다. 검찰 개혁의 결과는 대선주자 윤석열의 등장이었고, 그 결과는 온 국민의 불행이었다. 일방적 개혁이 언제나 더 좋은 결과를 만들어내지 않는다.“

─여야 막론 당원 직접민주주의가 화제다

“특정 소수가 아닌 더 많은 시민과 더 많은 당원이 의사결정에 참여하는 것이 좋은 방향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검증 가능하고 투명한 의사결정 과정이 전제돼야 한다. 의사결정 과정이 늘어나더라도 더 많은 유권자를 참여시키되, 제도적으로 투명성을 확인할 수 있게끔 해야 한다.”

─총선 경선 과정도 투명성이 떨어지지 않았나

“강북을 경선을 전국 권리당원이 했다. 이런 절차를 결정하고 최종적으로 전략공천을 결정한 것은 또 소수였다. 더 많은 사람이 정치에 관심 갖게 하고 참여할 경로를 여는 것도 중요하지만 제도적 개선도 필요하다.“

─5.18 전후 개헌이 잠깐 언급되다 다시 쑥 들어갔다

“묵은 숙제다. 분권형 대통령제와 4년 중임제는 합의에 이른 것 같다. 개헌 요건이 너무 어려운 것도 좀 고쳤으면 한다. 국회 과반이 발의하면 전국 선거에서 바로 국민 투표를 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유선 다이얼 돌리던 시대 헌법이 스마트폰 시대와 AI시대를 규정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이 22일 오전 7시, 솔샘역 개찰구에서 시민과 만나 인사를 하고 있다. 박용진 의원실 제공
─낙천 이후에도 공개 활동을 했다

“임기가 아직 남았으니 해야 할 일을 하는 거다. 멕시코·인도네시아·우리나라·튀르키예·호주 등 5개국 협의체, 믹타(MIKTA) 의장단 회의에도 다녀왔고 의정보고서도 배포하고, 공수처장 청문회도 진행했다. 국회의원으로서 당연히 할 일이다.”

─낙천 확정 열흘 만에 지원 유세에 나갔는데, 당시 심정은

“전당대회와 대선 경선 때 다녀본 곳들인데 약속을 했었다. 모두 민주당이 어려울 때는 더 어렵고 민주당이 잘 나갈 때는 더 서러운 지역이었다. 당이 잘 될 때는 자신이 안 됐고, 당이 어려울 때는 당연히 안되는 곳이다. 지원을 부탁하길래 꼭 오겠다고 약속했다. 제가 간다고 결과가 바뀌진 않겠지만 그 어려운 선거운동을 하는 사람들에게 작은 힘이라도, 격려라도 되고 싶어서 그랬다. 개인적으로는 박용진이 낙심하지 않았다는 점도 보여주고 싶었다. 진짜 험악한 일을, 말도 안 되는 일을 당했는데도 의젓하다. 씩씩하다. 미래를 보고 있다는 모습도 보여주고 싶었다.”

─설암에 걸렸었다고 했다

“수술해서 제거했다. 의사가 건강 관리를 잘하라고 했다.”

─‘트루먼쇼’에 비유했었는데, 지금은 괜찮나

“그런 말 있지 않나. 우리가 돈이 없지 가오가 없냐. 국회의원 배지는 정치 면허증 격이다. 면허증 없이 할 수 있는 것도 많다. 지금부터 쉬는 기간이다. 정치를 24년을 했고 국회의원으로는 8년을 살았다. 지금 쉬는 기간도 뭔가를 준비할 수 있는 기간이 아닐까. 감옥 독방 길이가 딱 업무용 책상 정도 된다. 한 평 반쯤 되는 그 답답한 공간을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다르다. 바쁘려면 엄청 바쁜 공간이다. 신문도 봐야 하지, 책도 읽어야지, 편지도 써야 하지, 운동도 해야지, 면회하러 가야지, 팔굽혀펴기 하루에 천 개씩 해야 하지 너무 바쁘다. 그때 읽은 책들, 그때 생각들, 그때 만든 자양분이 의정 생활을 하는 동안 큰 힘이 됐다.”
─8년간 가장 잘한 것과 아쉬운 점을 꼽는다면

“유치원 3법, 현대자동차 세타엔진 리콜, 이건희 차명계좌, 재벌개혁과 공정경제, 자본시장 개정법까지 꽤 많더라(웃음). 박용진도 혜택을 본 법이 있다. 의정활동 기간 계약했던 리스 차량을 반납하고 새로 중고차를 알아보고 있는데, 중고차 딜러들이 ‘요즘 현대차는 중고차도 정말 괜찮다’고 한다. 현대차 리콜 사태 이후 현대차가 많이 잘해지지 않았나. 시장 신뢰도 회복되고 판매량도 늘고 10만㎞ 무상 보증도 한다. 딜러들이 관리를 잘한 걸 수도 있겠지만 무상으로 보증을 하기 때문에 차 상태가 좋다고 하더라. 우리 국민에게 작은 혜택이라도 드릴 수 있고, 보증이라는 경제의 기본적인 틀도 잡았다는 데서 자부심이 있다. 아쉬운 것은 삼성생명법(보험회사의 계열사 채권, 주식 보유 한도 산정 기준을 공정가액으로 변경하는 내용)과 주식 공매도 정책에 대한 합리적 기준을 마련하지 못한 점이 아쉽다. 또 사학재단 개혁, 법무부 특활비 등도 있다. 돌아보니 아쉬운 점도 많다.“

─의정활동 중 가장 힘들었던 기억은

“유치원 3법 당시, 한유총 집회 때가 힘들었다. 박용진 악법, 사회주의, 공산주의 정책이라면서 떨어뜨리겠다고 협박도 하고 그랬다. 재벌개혁을 할 때도 힘들었다. 동료 의원, 고등학교·대학교 선배, 지역 주민 등 여러 경로로 압력과 회유가 들어왔다. 그런 거 하나 뿌리치면 사람 하나 잃는 건데.” 

─총선 본 투표 사흘 전에 문재인 전 대통령을 만났다

“정말 애정을 갖고 조언을 해주셨다. 같은 얘기를 두 번, 세 번 반복해가시면서 강조했다. 세력을 만드셔라. 더 미래 지향적이었으면. 박용진이 국회의원 한다고 고슴도치가 된다면 얻는 것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둥글둥글한 판다가 될 필요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앞으로 정치인 박용진의 행보는

“아직 정하지 않았다. 한두 달 정도 놀 계획이다.”

─당권 도전에도 나서보고 대선에도 뛰어들어 봤다

“박용진이 당권·대권 도전을 하여서 그런 생각을 흉중에 갖고 있다는 것은 다들 아실 것이다. 그러나 당장 뭘 할 건지는 따로 고민해보지 않았다.“

김현우 기자 wit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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