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세계화 기로에 선 K무역] ① “호주와 한국은 상호보완적 관계...호주 광물, 한국 공급망 안정 도움 줄 것”

정미하 기자 2024. 5. 27.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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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리 퀸 호주 무역투자대표부 대표
호주 천연자원·핵심 광물, 한국 산업·넷제로 전환에 도움
호주인, 한국산 TV·휴대전화 등 한국산 다수 보유
우주산업, 위스키, 보건 분야 무역 확대 기대
한·호주 FTA 체결 10주년 맞춰
윤 대통령 호주 방문 기대

최근 세계 각국이 보호무역주의 장벽을 높이 쌓아 올리고 있다. 미·중 무역 갈등이 심화되고, 중국의 과잉 생산 억제를 겨냥한 서방의 압박이 유럽연합(EU)으로까지 확대되는 분위기다. 수출주도형 경제성장을 추진해 온 한국으로선 전 세계를 휩쓰는 보호무역 기조가 큰 타격이 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이런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미국 등 단일 경제에만 의존하는 관행을 끊고, 수출국을 다변화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조선비즈는 한국의 주요 수출입국을 중심으로 그들이 바라보는 한국 시장을 소개하고, 이를 통해 한국 기업이 어떻게 보호무역주의 시대에 새로운 수출 돌파구를 만들어낼 수 있을지 분석하고자 한다.[편집자 주]

‘행운의 나라’(The lucky country). 호주인은 물론 각국 사람들이 호주를 부르는 칭호다. 호주는 2022년 국내총생산(GDP) 기준으로 세계 12위 경제 대국이고 정치적으로 안정돼 있다. 무엇보다 천연자원과 핵심 광물이 풍부하다. 호주는 전기차 배터리 생산에 쓰여 ‘미래의 석유’라고 불리는 리튬, 니켈 매장량 세계 2위 국가다. 코발트와 희토류 매장량도 각각 세계 2위, 6위다.

이렇듯 땅만 파도 자원이 나오는 ‘자원 부국’ 호주는 한국에 있어 최대 광물 공급 국가다. 한국이 1970년대 산업화에 나섰을 때 호주는 철광석, 석탄, LNG를 한국에 수출했고, 호주는 수익금으로 에너지 산업을 확립했다. 한국은 지금도 호주에 천연자원 수입을 의지한다. 2022년에 한국의 천연가스, 철광석 수입액 1위 국가는 호주였다.

줄리 퀸 호주 무역투자대표부(Austrade, 한국의 코트라 격) 서울 무역투자청장이 7일 서울 종로구 교보빌딩 주한호주대사관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 조선일보 박상훈 기자

한국은 광물 수요의 약 95%를 수입에 의존한다. 이에 전기차, 배터리, 반도체 등 첨단산업 분야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선 이들 산업의 기반이 되는 핵심 광물 공급망을 안정적으로 확보해야 한다. 하지만 한국의 핵심 광물 33종에 대한 대(對)중국 수입액은 지난해 93억 달러로 2020년(33억 달러)보다 약 3배 늘어나는 등 중국 의존도가 높다. 이에 윤석열 정부는 지난해 핵심 광물 공급 확보 계획을 발표하고, 2030년까지 중국에 대한 수입 의존도를 80%에서 50%로 줄이기로 했다. 핵심 광물 부국인 호주가 한국에 가장 적합한 전략적 파트너로 떠오르게 된 것이다. 한국은 핵심 광물 공급망 안정화 전략의 일환으로 2021년 한·호주 핵심 광물 협정을 맺었다.

반대로 호주는 1994년부터 30여 년간 자원 수출로 활황을 누렸다. 하지만 전기차 배터리 핵심 소재인 리튬과 니켈 가격이 전기차 수요 둔화와 공급 과잉으로 하락하면서 직격탄을 맞았다. 올해 2월 기준, 리튬과 니켈 가격은 고점 대비 각각 85%, 64% 떨어졌다. 이를 반영하듯 지난해 호주의 총수출액은 전년보다 12.4% 감소했다. 여기다 리튬 최대 생산국, 코발트와 희토류 생산량도 세계 상위 5위권 안이지만, 아직 가공은 미미하기에 2030년까지 ‘세계적으로 중요한’ 생산자가 되는 것을 목표로 세웠다. 이와 더불어 전 세계 각국이 목표로 하는 넷 제로(Net Zero·탄소중립) 전환에 필요한 자원과 핵심 광물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미래 성장 동력으로 삼고 있다.

2024년은 한국과 호주가 자유무역협정(FTA) 체결한 지 10주년이 되는 해다. 이에 맞춰 한국에서 호주의 무역과 투자를 책임지고 있는 줄리 퀸(Julie Quinn) 호주 무역투자대표부(Austrade, 한국의 코트라 격) 서울 무역투자청장을 조선비즈가 만났다. 퀸 청장은 코로나19 팬데믹 초기였던 2021년 1월부터 한국 및 몽골 담당 고위 무역 및 투자위원직을 시작했다. 퀸 청장은 호주의 상품 및 서비스 수출을 늘리고, 한국 투자자를 호주로 유치하는 역할을 한다. 2020년 호주 무역투자대표부에 입사하기 전까지 30년 동안 건강 및 생명공학 분야에서 일했고, 한국에 오기 직전에는 호주 멜버른에 있는 무역투자대표부의 건강 우수 센터 책임자로 일했다.

퀸 청장은 호주가 갖고 있는 천연자원과 핵심 광물을 통해 “한국의 핵심 산업과 넷제로 전환을 지원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더불어 우주산업, 위스키를 비롯한 음료 시장, 보건 분야에서 무역 확대를 추진할 수 있다고 봤다. 퀸 청장은 “올해 한·호주 FTA 발효 10주년을 맞아 윤석열 대통령이 호주를 방문하기를 희망한다”고 했다.

─한국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2021년 1월 초에 한국에 도착해 2주 간의 격리를 거쳤다. 검역소에서 눈이 내리는 경복궁과 북악산을 감상했고, 한국에서 약 3년 6개월 동안 지내면서 한국 생활과 문화를 경험할 수 있는 특권을 누렸다. 남편과 KTX를 타고 원주 뮤지엄 산, 안동 하회마을, 진해 군항제, 경주 석굴암과 불상을 경험했다. 또한 한국에 도착하자마자 한국인의 ‘열심히 일하는’ 문화도 경험했다.”

철광석을 운반하는 트럭이 서호주 필바라 지역의 포트 헤들랜드 남쪽에 위치한 도로를 따라 이동 중이다. / 로이터

─2023년 1~7월 기준, 호주의 수출입국 순위에서 한국은 수출 3위, 수입 4위다. 한국 입장에서 호주는 수출 8위, 수입 5위 국가다. 한국이 호주의 무역 동반자로 중요한 이유는.

“호주와 한국은 70년 넘게 신뢰를 기반으로 상호보완적인 경제 관계를 유지했다. 호주는 자원과 에너지의 안전한 공급을 보장하면서 한국의 산업화를 도왔고, 한국의 철강·자동차·선박 수출에 있어 필수적인 동반자다. 호주의 핵심 광물은 한국 기업이 이차 전지, 태양 전지, 수소 연료 전지, 전기차 분야에서 선두를 유지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한국과 호주의 주요 수출입 품목은.

“금액 기준으로 철광석, 석탄, 천연가스는 호주가 한국에서 가장 많이 수출하는 품목이다. 그다음으로 식품과 농산물, 특히 한국에서 많은 사랑을 받는 호주산 소고기가 한국으로 수출된다. 한국은 호주 전체 농산물 수출의 약 6%를 차지한다. 호주는 한국의 이상적인 식량안보 공급망 파트너다. 밀과 보리를 포함한 곡물, 오렌지, 포도, 체리와 심지어 방울양배추가 한국으로 대량 수출된다. 반대로 한국은 호주에 휘발유, 자동차, 기계 등을 수출한다. 한국 브랜드는 호주에서 가장 인기가 있으며 인지도도 높다. 많은 호주인이 한국산 TV, 휴대전화 등 가전제품을 보유하고 있다. 2023년에는 기아차가 호주에서 네 번째로 많이 팔린 자동차(7만6120대)였고, 현대차(7만5183대) 역시 5위를 차지했다.”

─호주는 리튬, 니켈, 코발트 등 핵심 광물을 보유하고 있다. 한국과 연계한 핵심 광물 수출 계획은.

“호주는 광대한 천연자원은 물론 채굴 분야에서 첨단 전문 지식을 보유하고 있다. 호주는 신뢰할 수 있는 에너지 및 자원 수출국으로 한국에 필요한 가공 광물을 공급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호주는 이미 리튬과 같은 핵심 광물을 한국에 수출하는 중이다. 호주는 52개의 핵심 광물을 보유하고 있는데, 이는 전 세계 공급망에서 큰 역할을 한다. 미래의 공급망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이토록 다양하고 풍부한 자원을 호주 외에서 찾기는 힘들 것이다. 무역투자대표부는 매년 서울에서 한국 투자자와 고객이 호주와 파트너십을 맺을 수 있도록 지원 범위를 확대하고 있다.”

─넷제로 달성 과정에서 호주는 한국에 어떤 역할을 할까.

“2021년에 합의한 호주·한국 포괄적 전략적 파트너십을 통해 양국 지도자는 넷제로 목표 달성을 위한 의지를 확인했다. 호주는 매년 9월 한국에서 열리는 수소 산업 전시회 ‘H2MEET’에 고위급 대표단을 파견한다. 그만큼 한국을 에너지 전환의 핵심 파트너로 보고 있고, 수소 기술·자본·구매 부문에서 파트너를 찾고 있다. 이와 더불어 ‘한국 CCUS(탄소 포집·활용·저장) 추진단’은 오는 20일부터 24일까지 호주를 방문할 예정이다. 이들은 호주 파트너, 서비스 제공업체, 계약업체 등을 만나 한국 에너지 기업의 호주 내 프로젝트 개발을 지원할 예정이다.”

─넷제로를 놓고 세계 각국이 경쟁을 벌이고 있다. 한국이 넷제로 분야에서 호주와 협력해야만 하는 이유는.

“호주와 한국은 경제적 보완 관계다. 호주는 천연자원, 핵심 광물, 재생에너지가 풍부할 뿐 아니라 첨단 광산 기술 덕분에 세계의 산업 발전을 선도하고 있다. 다행히도 호주는 세계 최고 수준의 재생 에너지 자원을 보유하고 있어 한국과 같은 파트너와의 협력을 통해 청정에너지를 생산, 수출해 탈탄소화에 기여할 수 있다. 또한 호주는 세계에서 정치적으로 안정된 국가 중 하나다. 최근에 벌어진 세계의 정치적 불안정성을 고려할 때, 이런 조합은 한국의 미래 공급망 안정화에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

호주 시드니 오페라하우스를 찾은 사람들. / 로이터

─한국과 호주 간 무역이 확대될 산업을 꼽자면.

“한국의 위성 개발이 한창이고, 호주의 국토가 넓고 하늘이 맑다는 점을 고려하면 양국은 향후 우주 발사 분야에서 협력할 수 있는 잠재력이 있다. 호주는 1950년대부터 로켓 발사, 우주 추적에 나서는 등 오랜 우주 탐사 역사가 있다. 호주는 우주 관련 문제를 풀기 위해 2018년 ‘호주 우주국’(Australian Space)도 설립했다. 한국 기업인 이노스페이스는 2025년 호주 아른험 우주센터에서 처음으로 로켓을 발사할 예정이다.”

─우주 산업 외 다른 산업 영역은.

“한국의 위스키 소비가 증가하고 있기에 호주산 위스키의 수출 확대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지난해 호주는 14만 호주달러 어치의 위스키를 한국으로 수출했다. 호주는 국제 수상 경력이 있는 위스키를 생산하고 있다. 또한 호주는 고유한 기후와 토양 덕분에 여러 개의 포도 재배 및 와인 생산 지역이 있다. 한국에서 인기가 높아지고 있는 남호주산 레드 와인 외에 화이트 와인도 훌륭하다. 개인적으로 호주산 ‘샤르도네’와 내가 가장 좋아하는 ‘피노 그리지오’를 권한다.”

─또 다른 산업 분야도 있을까.

“호주의 보건 분야는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 호주는 한국 제약 및 생명공학 기업이 초기 단계 임상 시험을 위해 선택하는 장소 중 하나다. 호주는 FDA 및 유럽 규제 기관에서 인정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고품질의 빠르고 효율적인 임상 시험 서비스를 제공한다. 지난 8일부터 10일에 열린 ‘바이오코리아 2024′에도 임상 시험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호주는 또한 청력 건강 분야의 선두 주자다. 청각 보조 기기 전문기업 코클리어(cochlear)는 서울에 사무실을 뒀고, 또 다른 호주의 의료기기 기업인 레스메드(Resmed)도 서울에 사무소를 두고 수면 무호흡증 기기를 공급 중이다.”

─한국과 호주의 무역과 투자를 촉진할 방법은.

“관광은 상대국의 제품과 서비스에 대한 인식을 높이는 비공식적이지만, 효과적인 방법이다. 호주와 한국을 오가는 항공편이 많기에 호주인들은 한국에서 한국 음식과 한국 문화를 쉽게 경험할 수 있다. 한국인은 호주에서 소고기와 와인을 경험할 수 있다. 특히 시드니, 브리즈번, 멜버른, 퍼스에는 호주에 거주하는 한인들이 모여있어, 한국 문화를 호주에 전파하는 통로 역할을 한다.”

─양국 무역을 늘리는 데 일조하고 있는 한국 기업이 있다면.

“한화디펜스 오스트레일리아는 호주 방위군과 계약을 체결한 이후 호주 질롱에 제조 시설을 건설했다. 또한 호주 공급업체와 강력한 파트너십을 구축했다. 이를 통해 양방향 무역이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 참고로 신원식 국방부 장관은 지난 4월 한화디펜스 오스트레일리아의 호주 생산공장을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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