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100대 기업, 무엇이 달라졌나[100대 기업 10년의 지각변동]

2024. 5. 27.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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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브, 엔터업계 최초로 대기업집단 지정
방시혁 이사회 의장, 동일인(총수)로
HD현대, GS 제치고 재계 순위 8위 안착
GS, GS칼텍스 차입금 상환으로 순위 하락
쿠팡, 전년 대비 18계단 상승한 27위
자산 규모 11조원에서 17조원으로 확대

[커버스토리 - 100대 기업 10년의 지각변동]

사진=연합뉴스

지난해 말 기준 자산총액 5조원 이상의 ‘공시대상 기업집단’이 2022년 82개에서 88개로 늘었다. 새롭게 대기업집단에 지정된 곳은 하이브, 현대해상화재보험, 영원, 대신증권, 소노인터내셔널, 원익, 파라다이스 등이다. 엔터테인먼트 회사로는 처음 하이브가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됐고 한화에 인수된 대우조선해양(현 한화오션)은 대기업집단에서 제외됐다. 몸집을 불린 쿠팡은 재계 순위 27위로 뛰어올랐다. 올해 변화의 특징을 살펴봤다. 

◆ 포인트 1. 엔터사의 등장

가장 큰 변화는 엔터테인먼트 업계 1위로 올라선 하이브의 등장이다. 하이브는 자산이 5조원을 넘기며 85위로 입성했다. 엔터테인먼트 회사가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공정위는 “K팝의 세계화로 엔터 산업이 성장했다”며 “계열사 영업실적 증가와 차입금 증가 등이 신규 지정 이유”라고 설명했다. 

하이브의 자산은 2022년 말 4조8100억원에서 지난해 말 5조2500억원으로 9.15% 늘어나면서 대기업집단이 됐다.

하이브의 대기업집단 지정은 예견된 일이다. 하이브는 엔터테인먼트 산업 후발주자임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업계 최초로 연간 기준 매출 2조원을 돌파, 2조1781억원을 기록했다. 전년(1조7762억원) 대비 22.6% 성장한 수치다. 영업이익은 2958억원으로 같은 기간 24.9% 늘었다. 방탄소년단(BTS) 없이 달성한 실적이다. 

하이브는 2005년 빅히트엔터테인먼트로 출범했다. 2013년 선보인 BTS를 앞세워 글로벌 영향력을 확대했고 다수의 레이블을 인수하면서 현재 65개에 달하는 계열사, 관계사 등을 보유하고 있다. 

하이브의 성과는 K팝 시장의 흥행과 맥을 같이한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표한 ‘2023년 상반기 콘텐츠산업 동향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콘텐츠산업 매출은 약 69조3000억원이다. 이 가운데 음악이 차지하는 비중은 8.9%(6조1380억원)다. K팝 팬덤 중심의 실물 음반 시장 활성화 및 포토카드, 화보집 등 관련 상품 수집 증가로 대형 엔터테인먼트사 중심의 성장이 두드러지면서 전년 대비 15.2% 확대됐다. 

대기업으로 지정된 하이브는 앞으로 주요 경영사항 등을 모두 자본시장에 공개해야 한다. 지배구조, 재무구조, 경영활동 등 대부분이 해당 사항으로 무조건 일주일 이내 공시해야 한다. 비상장 회사(직전연도 자산총액 100억원 이상)라도 중요 사항은 알려야 한다. 특수관계인이 지분을 5분의 1 이상 보유한 계열사는 100억원 미만 규모라도 특이사항을 공시해야 하는 의무가 생긴다. 3개 이상의 계열사 출자가 고리와 같이 연결되는 순환출자도 금지된다. 일정 규모 이상의 내부거래는 반드시 이사회 의결을 거쳐야 한다.

방시혁 이사회 의장은 친족 일감 몰아주기 등 부당이익 제공이 금지된다. 친족 및 임원 등 특수관계인의 주식 보유 현황에 대해서도 공시해야 한다. 의무 위반 시 법인에는 1억원 이하, 개인에게는 10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새로 진입한 영원, 대신증권 등도 같은 규제를 받게 된다. 

◆ 포인트 2. 재계 순위 라이벌, 현대와 GS

상위 10위권에서도 변화가 생겼다. HD현대와 GS의 순위가 바뀌었다. 지난해 9위였던 HD현대가 올해 8위로 올라서며 GS를 제쳤다. HD현대는 10대 그룹 가운데 유일하게 순위가 올라선 기업이다. HD현대의 자산 규모는 2022년 말 80조6700억원에서 84조7900억원으로 늘었고, GS는 81조8400억원에서 80조8200억원으로 줄었다. 조선업이 살아나면서 신규 선박 수주가 증가한 것이 자산 증가의 요인이었다. 반면 GS는 1조원 규모의 GS칼텍스 차입금 상환으로 자산이 줄었다. 

위경재 하나증권 연구원은 “길었던 터널의 끝자락”이라며 “빛이 들기 시작했다. 2010년 이후 약 10여 년간 부진했던 국내 조선업이 반등을 시작했고 HD현대는 본격적인 턴어라운드를 시작했다”고 분석했다. 

국내 조선 기업 5곳은 올해 5월 기준 연초 제시한 연간 수주 목표(352억 달러)의 55%에 달하는 192억 달러를 수주했다. 이미 확보한 일감은 향후 3년치로, 실적 개선 움직임은 2026년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업계 1위인 HD현대가 수주한 금액은 53억6800만 달러로 가장 많으며 연말까지 60억8000만 달러를 추가로 수주할 것으로 관측된다. 최근 공들이고 있는 방산 사업 전망도 긍정적이다. 페루 시마조선소(SIMA)와 협력해 함정 4척(6400억원)에 대해 함정 설계, 기자재 공급 계약을 확정했으며 페루 해군의 우선협상대상자 지위도 확보한 상태다. 

반면 GS는 과거에 비해 영향력이 줄어들고 있다. 2008년까지 GS는 삼성·현대차·SK·LG·롯데에 이어 6위를 기록했지만 이듬해 HD현대(당시 현대중공업)에 밀려 6위로 내려왔다. 2010년대에는 한화와 재계 순위 7위 자리를 놓고 경쟁했으나 2019년 한화에 7위 자리를 내주고 8위로 밀려났다. 당시에도 GS는 일부 계열사들의 차입금 상환으로 자산 규모가 줄었다. 

◆ 포인트 3. 급상승 기업들

빠르게 기업 규모를 키운 회사도 눈에 띈다. 쿠팡, 에코프로, 셀트리온, DB, 교보생명보험 등이다. 이들의 재계 순위는 두 자릿수 상승했다. 

쿠팡의 재계 순위는 작년보다 18계단 상승한 27위를 기록했다. 쿠팡의 자산 규모는 11조1070억원에서 1년 만에 17조6260억원까지 늘었다. 올해 쿠팡은 현대차(34조7000억원 증가), 한화(10조8000억원 증가)에 이어 매출이 가장 많이 증가한 집단 3위에 올랐다. 공정위는 쿠팡의 성장세가 △분기별 1회 이상 구매고객 수 및 구매액 증가 △멤버십 매출 증가 등의 영향이라고 분석했다. 

쿠팡의 활성고객(분기에 제품을 한 번이라도 산 고객) 수는 지난해 4분기 2100만 명에서 올해 1분기 2150만 명으로 늘었으며 고객 1인당 매출은 지난해 말 41만1600원에서 올해 1분기 41만8460원으로 증가했다. 와우 유료 멤버십 회원 수는 1400만 명에 달한다. 김범석 쿠팡 의장은 “새로운 활성고객 증가는 향후 비즈니스 성장에 기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에코프로는 자산 규모를 6조9400억원에서 11조2200억원까지 늘리며 15계단 상승한 47위에 올랐다. 계열사의 보유주식 가치 증가, 유상증자 등의 영향이다. 지난해 에코프로 계열사들의 주식은 ‘황제주’로 불리며 큰 관심을 받았다. △에코프로 △에코프로비엠 △에코프로에이치엔 등 3곳은 ‘에코프로 삼형제’로 불리기도 했다. 특히 에코프로 주가(액면분할 전 기준)는 지난해 초 10만원대에 불과했지만 하반기 100만원대까지 치솟았다. 

교보생명보험은 14계단 오른 39위에 이름을 올렸다. 교보생명은 보험계약마진(CSM, 현재 계약으로 얻을 수 있는 미래 예상 이익)을 늘리며 실적 개선에 나서고 있다. 올해 1분기 신계약 CSM은 전년(3653억원) 대비 7.69% 증가한 3934억원을 기록했다.

이외에도 셀트리온은 전년 대비 13계단 상승한 19위를 기록해 20위권에 안착했고 DB 역시 13계단 올라 35위를 기록했다. 

반면 건설업 불황의 여파로 중흥건설, 부영, HDC, 호반건설, 태영, 신영 등의 순위는 일제히 하락했다. 

◆ 포인트 4. 1조 클럽 뉴페이스

대기업 총수들의 주식재산 순위도 달라졌다. 특히 엔터사 최초로 대기업이 된 하이브 총수 방시혁 의장이 단숨에 주식재산 1조 클럽에 가입했다. 

기업분석전문 한국CXO연구소에 따르면 방시혁 의장이 보유한 주식 평가액은 2조5448억원(5월 14일 기준)에 달했다. 방 의장은 현재 하이브 주식 1315만1394주를 보유하고 있다. 올해 초 하이브 주가가 25만원 선에 근접하며 방 의장의 주식재산은 3조원을 웃돌았지만 민희진 어도어 대표와의 갈등으로 20만원 아래로 떨어져 5000억원 이상 줄었다. 현재 방 의장의 주식재산은 지난해 2월 수준으로 떨어졌다. 

그럼에도 방 의장의 주식재산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 김범수 카카오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 정의선 현대차 회장,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회장 등에 이어 6위다. 방 의장의 주식재산은 5위인 서경배 회장의 주식재산(2조6126억원)과 근접하고 최태원 SK 회장(2조1152억원), 구광모 LG 회장(2조203억원), 이재현 CJ 회장(1조8914억원) 등보다 많다.

1조 클럽에 새로 가입한 또 다른 총수는 김재철 동원그룹 창업자의 차남인 김남정 회장이다. 김 회장의 주식재산은 1조6624억원으로 총수 순위 12위에 올랐다. 김 회장은 동원그룹의 지주사인 동원산업 주식 2156만9875주를 보유하고 있다.

김 회장의 주식재산은 HD현대의 총수인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1조4225억원), 방준혁 넷마블 이사회 의장(1조3039억원), 이해진 네이버 글로벌투자책임자(1조1303억원) 등보다 많은 것으로 집계됐다. 

최수진 기자 jinny0618@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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