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덕꾸러기’ 백로로 생태교육을…청주시, 환경교육 현장 가보니[현장에서]

이삭 기자 2024. 5. 2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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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청주시가 22일 오전 흥덕구 송절동 백로 서식지에서 진행한 환경교육 ‘백로와 함께 사는 길’에 참여한 서경중 환경동아리 학생이 망원경으로 백로를 관찰하고 있다. 이삭 기자.

22일 오전 충북 청주시 흥덕구 송절동 백로 서식지. 대규모 아파트 단지 인근에 자리잡은 서식지 곳곳에는 왜가리·중대백로·해오라기 등 다양한 종의 백로들이 둥지를 틀고 있었다.

백로들은 새끼들에게 먹이를 주기 위해 분주하게 날아다녔다. 둥지를 손보려는 듯 커다란 나뭇가지를 부리에 물고 하늘을 활공하는 중대백로도 있었다. 서식지는 부모 백로로부터 먹이를 받아먹으려는 새끼들의 울음소리로 가득했다.

송절동 백로 서식지는 8000㎡규모로 2000년도 이전부터 백로들이 서식해왔다. 국내에서 확인되는 백로류는 18종으로, 이 중 7종이 이곳에 산다. 지난해 2100여마리 백로가 이곳에서 1300여개의 둥지를 틀었다.

이날 백로 서식지에 23명의 학생이 찾았다. 청주 서경중 환경동아리 학생들이다. 이들은 망원경을 들고 백로들의 모습을 유심히 관찰했다. 수첩을 들고 백로들의 모습을 메모하는 학생도 있었다.

“저기 보세요. 둥지에 백로 새끼 세 마리가 모여있어요.” 전숙자 환경교육강사의 설명에 손벽을 치며 감탄했다. 학생들은 백로 서식지에 떨어진 백로의 깃털과 알껍데기 등을 유심히 관찰하기도 했다.

전 강사는 “원래 이곳은 백로들의 서식지였다”며 “논·밭이었던 곳에 사람들이 집을 짓기 시작하면서 소음·냄새 민원이 발생했고, 백로가 갑자기 애물단지가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금은 백로 서식지에 새끼들이 많아 시끄럽지만 백로가 모두 성장하는 6월 중순이면 소음도 거의 없다”며 “사람이 오기 이전부터 살던 백로들을 쫓아내기 위해 나무를 베는 등 서식지를 파괴하는 것은 백로들에 미안한 일”이라고 덧붙였다.

한때 ‘천덕꾸러기’로 불렸던 백로는 이제 교육자료로 활용되고 있다. 청주시와 청주국제에코콤플렉스가 진행하는 환경교육 ‘백로와 함께 사는 길’을 통해서다.

충북 청주시가 22일 오전 흥덕구 송절동 백로 서식지에서 진행한 환경교육 ‘백로와 함께 사는 길’에 참여한 서경중 환경동아리 학생들이 백로를 관찰하고 있다. 이삭 기자.

청주시는 오는 10월까지 모두 10차례 환경교육을 진행할 계획이다. 8차례는 청주지역 초·중학생 240명을 대상으로 진행되고, 나머지 2차례는 하반기 신규임용 공무원 60명을 대상으로 열린다.

참가자들은 흥덕구 문암동 문암생태공원에 있는 청주국제에코콤플렉스에서 백로의 생태·모습·습성 등의 강의를 들은 뒤 1㎞ 정도 떨어진 송절동 백로서식지로 이동해 망원경 등으로 백로를 관찰하게 된다.

교육에 참여한 신예원양(서경중 3년·15)은 “다양한 종류의 백로가 신기했고 자연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알게됐다”며 “시민들에게 불편을 준다는 이유로 백로들이 서식지에서 내쫓기는 것이 불쌍하다”고 말했다.

청주시가 이번 환경교육프로그램을 준비한 이유는 백로와 시민들과의 공존을 위해서다. 청주지역에서는 수년 전부터 백로 서식지를 두고 많은 문제가 발생했다.

2015년 서원구 수곡동 청주남중 뒷산에 서식하던 백로들이 문제가 되자 서식지 나무 120여 그루를 베어내는 ‘간벌’을 했다. 이후 백로들은 2016년 청주남중에서 1.6㎞ 떨어진 서원구 모충동 서원대 여자기숙사로 집단 이주해 또 다른 문제를 낳기도 했다.

청주시는 이 같은 부작용을 차단하기 위해 송절동 백로 서식지를 보존하고 시민들과의 공존방안을 모색 중이다. 지자체와 시민들이 나서 백로 배설물 및 사체 수거, 방역, 탈취제 살포 등의 정화 활동도 한다.

정현민 청주시 환경정책팀장은 “시민들의 불편이 없도록 백로 서식지 주변 청소 등에 노력하고 있다”며 “주민들의 이해를 구하고 환경교육 측면에서 환경교육을 진행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삭 기자 isak84@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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