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배달기사도 '최저임금' 적용되나…올해 사상 첫 논의

권신혁 기자 2024. 5. 27.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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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임위, 1차 전원회의서 도급근로자 적용 논의 상정
노동계 "플랫폼·특고 느는데 보호 없어 생존권 위협"
경영계 "최저임금 확대할 때 아니야…차등적용 시급"
[세종=뉴시스] 강종민 기자 = 지난 21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최저임금위원회 제1차 전원회의에서 류기정 사용자 위원이 발언하고 있다. 오른쪽은 류기섭 근로자 위원. 2024.05.21. ppkjm@newsis.com


[서울=뉴시스]권신혁 기자 = 내년도 최저임금 수준을 정하는 최저임금위원회(최임위)에서 사상 처음으로 배달기사 등 플랫폼·특수고용종사자(특고)와 같은 도급근로자의 최저임금 적용 문제가 논의된다.

다만 노동계와 경영계의 견해차가 커 치열한 공방이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27일 최임위와 노동계 등에 따르면, 최임위는 지난 21일 열린 제1차 전원회의에서 도급근로자에 대한 최저임금 적용 논의를 안건으로 상정했다.

'도급근로자'란 일의 성과에 따라 임금이 정해지는 근로자를 뜻한다. 통상 근로자와는 달리 근로시간이 아닌 성과를 기준으로 일의 대가를 받는 것이다. 일의 성과를 내지 못할 경우 근로시간에 대한 보상을 받지 못할 수 있다.

그동안 이들이 최저임금을 받지 못한 이유는 대부분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인정받지 못해서다. 근로기준법과 최저임금제의 보호에서 벗어나 있는 것이다. 또 산재보험, 고용보험 등 사회보험의 적용 대상도 아니다. 특히 플랫폼종사자의 경우 '노동자'가 아닌 '종사자'로 불리는데, 이는 이들이 노동관계법상 임금노동자가 아니기 때문이다.

이에 노동계는 올해 도급근로자 최저임금 적용을 논의해 이들이 추후 근로자성을 판정받는 데 도움을 주는 기준을 마련하겠다고 고조돼 있는 상황이다.

지금까지 최임위에서 도급근로자에 대한 최저임금 확대 적용 논의는 없었다. 다만 올해 노동계가 경영계와 정부의 '업종별 차등적용' 요구에 대응해 최저임금 확대 적용 논의를 주장했고, 최임위는 이를 받아들였다.

노동계 "플랫폼종사자 늘어 보호 필요"…"특고종사자도 노동자다"

노동계는 플랫폼 특고 종사자 등 저임금 근로자들이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고 최근 실질임금 하락과 고물가까지 더해져 생존권이 위협 받고 있다고 주장한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2022년 플랫폼 종사자의 숫자는 약 80만명으로, 취업자의 3.0%였다. 이는 전년(2021년) 66만명 대비 20.3% 증가한 수치다.

한국고용정보원은 2022년 '플랫폼종사자 규모와 근무실태' 보고서에서 "코로나19 이후 경제의 디지털 전환이 가속돼 새로운 고용형태가 증가하고 있는데 이들은 임금노동자로 인정되지 않아 사회적 보호에서 배제돼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특히 다수는 '위장 자영업자'로 분류되는데, 최저임금을 적용해 이들이 근로자로 인정될 수 있게 돕자는 것이 노동계의 주장이다.

한국노동연구원은 '특수형태 근로종사자 근로 실태 파악 및 법적 보호 방안 연구 보고서'를 통해 2017년 기준 특고종사자의 수를 230만명으로 추정했다.

이 중 보험설계사, 보험설계사, 화물기사, 퀵서비스기사, 레미콘기사, 덤프트럭기사, 대리운전기사, 택배기사 등 7개 직종의 특고종사자들은 1개 업체에 종속된 비율이 66.3%였으며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실태조사 응답자 중 3분의2가 사업주와 종속적 관계에 있다고 답했다. 종속적인 위치에서 노무를 제공하고 그 대가로 생활하지만 고용계약이 아닌 위·수탁계약을 맺고 있기 때문에 자영업자로 분류되는 것이다. 따라서 노동법의 보호를 받지 못한다.

[서울=뉴시스] 김명년 기자 = 서울 시내에서 배달 노동자들이 신호를 기다리고 있는 모습. 2023.06.27. kmn@newsis.com


여기에 노동계에서는 최근 2년간 실질임금이 연속 하락하며 저임금 노동자의 생활 안정이 무너지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실질임금은 2022년에는 0.2%, 지난해에는 1.1% 하락했다. 고물가도 더욱 심화하고 있다. 올해 2월 신선식품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20%나 증가했다.

이에 근로자위원들은 첫 전원회의에서 최저임금법 제5조 3항을 근거로 도급근로자에 대한 최저임금 적용을 안건에 올렸다. 이 조항은 임금이 통상적으로 도급제나 그 밖에 이와 비슷한 형태로 정해진 경우 시간·일·주·월 단위로 정하는 최저임금이 적당하지 않다고 인정되면 대통령령이 정하는 바에 따라 최저임금액을 따로 정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즉, 도급근로자를 위한 별도의 최저임금제를 두자는 것이다.

경영계 "소규모 사업장·돌봄서비스 최저임금 못 받는다…차등적용이 시급"

반면 사용자위원들은 첫 회의에서 최저임금 안정화와 업종별 구분·차등적용을 주장하며 노동계의 제안에 반발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지난 16일 발표한 '2023년 최저임금 미만율 분석 보고서'에서 "일부 업종과 소규모 사업체에서 현 최저임금 수준을 감내하기 힘들어 한다"며 "최저임금 수용성 제고를 위해서는 향후 상당 기간 최저임금이 안정될 필요가 있으며, 업종에 따른 경영환경 차이 등을 감안해 최저임금을 구분적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경총에 따르면 지난해 최저임금액 미만 근로자 수는 301만1000명이며 최저임금 미만율은 13.7%다. '최저임금 미만율'은 임금 근로자 중 최저임금을 받지 못하는 비율이다. 전년 275만6000명(12.7%)보다 높아지면서 2020년부터 감소하던 미만율이 다시 증가세로 돌아서게 된 것이다.

특히 5인 미만 소규모 사업체의 경우 32.7%가 최저임금 미만 근로자로 나타났는데, 이에 대해 경총은 "소규모 사업장에선 최저임금 수준이 사실상 수용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했다.

또 최저임금 미만율을 업종별로 분석한 결과 농림어업(43.1%)과 숙박·음식점업(37.3%) 등이 타 업종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경영계와 정부가 계속해서 차등적용의 필요성을 강조한 돌봄서비스 중 '가사 및 육아도우미' 업종의 경우 미만율이 60.3%로 전체 업종 중 가장 높았다.

1차 회의에서 사용자위원들은 도급근로자 최저임금 적용 문제 논의를 반대했지만, 공익위원의 중재에 따라 다음 2차 회의에서 본격적으로 논의될 예정이다.

2차 최임위 전원회의는 오는 6월4일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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