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속도로서 여성 운전자가 사라졌다…11년째 생사도 모른다

소봄이 기자 2024. 5. 27.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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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임숙, 3분 간격 교통사고 연관성 제기…물증 없어[사건속 오늘]
보험 12건 가입…5년 뒤 '사망 신고'한 남편 "억울해서 못 살겠다"

(서울=뉴스1) 소봄이 기자 = 폭우가 쏟아지던 2013년 5월 27일 오후 8시쯤, 경상남도 진주시 남해고속도로 24번 나들목에서 모닝 차량 운전자가 연기처럼 사라졌다.

세간을 떠들썩하게 만든 운전자는 강임숙 씨(55). 11년째 강 씨가 사라진 흔적은 물론 생존 반응조차 나오지 않고 있다.

"보험금을 타기 위해 사라진 척 성형 수술했다"는 소문이 무성한 가운데, 가족들은 강 씨가 세상을 떠났을 거라고 믿고 있다. 강 씨가 실종된 그날,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

('그것이 알고싶다')

◇3분 간격 발생한 교통사고…모닝車 운전자가 사라졌다 그날, 남해고속도로에서는 3분 간격으로 교통사고가 발생했다. 먼저 서 모 씨(가명) 부부가 타고 있던 BMW 차량이 우측에 있던 가드레일을 들이받고 멈췄다. 약 3분 뒤, 모닝 차량을 몰던 강 씨가 서 씨 부부 사고 현장 바로 맞은편에 위치한 중앙분리대에 충돌했다.

사고 목격자는 119에 "여기 교통사고가 발생했는데 중요한 건 운전자인지 조수석에 있는 사람인지 도로 위에 떨어져 있다"고 신고했다. 이 목격자는 주로 아줌마들이 하는 파마를 한 여성이 의식 있는 채로 쓰러져 있었으며, 자기 차량의 불빛을 보고 팔을 흔들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목격자는 당시 상황에 대해 "2차선에 사람이 일직선으로 누워 있었다. 차가 오니까 피하려고 했는지 몰라도, 누운 채로 두 바퀴 정도 굴렀다"고 말했다.

그로부터 8분 후, 사고 차량을 견인하기 위해 레커차 4대가 차례대로 도착했다. 먼저 인근 휴게소에 있던 레커차 두 대 중 A 레커차는 후진해서 서 씨 부부 쪽에 도착했고, B 레커차는 역주행해서 왔다. 나머지 두 대의 레커차는 강 씨 쪽으로 향했다.

20분 후 신고를 받은 119와 경찰이 교통사고 현장에 도착했다. 단순 빗길 교통사고로 보였지만, 서 씨 부부는 가드레일 밖에서 경찰을 기다리고 있었고 강 씨는 사라진 상태였다. 강 씨 차 안에는 지갑, 휴대전화, 신발 등 소지품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

당시 강 씨 차를 견인하려다 실패한 B 레커차 기사는 "견인할 때부터 차 안에는 아무도 없었다"고 증언했다. 이에 경찰은 강 씨가 사망 후 유기됐을 가능성에 무게를 실었다.

('그것이 알고싶다')

◇역주행 레커차, 강 씨 유기했나…"범칙금 낼까 봐" 해명

수사 초기, 경찰이 지목한 용의자는 현장에 가장 먼저 도착했던 A 레커차와 B 레커차 기사다. 이 중 서 씨 부부 쪽에 역주행으로 온 B 레커차 기사가 강도 높은 조사를 받았다.

B 기사가 차의 방향을 돌리는 과정에서 강 씨를 쳤다는 가설이 나왔다. 당시 B 기사가 A 기사에게 "내가 왔었다는 것을 경찰에게 비밀로 해달라"고 말했고, A 기사는 이를 나머지 두 대의 레커차 기사들에게 전달했다.

B 기사는 현장에 빨리 도착하기 위해 역주행을 했으나, 당시 어떤 차도 견인하지 못하자 역주행 탓 범칙금을 낼까 걱정돼 이 같은 발언을 했다고 진술했다.

그는 사람을 치었으면 느낌이 있었을 텐데, 그런 느낌이 전혀 없었다면서 결백을 주장했다. 실제로 B 기사의 차량에는 강 씨의 혈흔이나 옷가지 등 아무것도 발견되지 않았고 특이 사항도 없었다.

B 기사는 "일단 제가 역주행으로 들어갔으니까 경찰이 저를 많이 의심하더라. 차는 국과수에 보름 정도 있었고, 저도 1~2년 가까이 조사를 받았다. 일도 제대로 못 하고 스트레스도 많이 받았다"고 토로했다.

('당신이 혹하는 사이')

◇깨진 앞 유리에 낀 머리카락…BMW 부부는 "조작" 2차 사고 부인

강 씨 차량 앞 유리 조수석 부분에서는 14가닥의 머리카락이 발견됐다. DNA 분석 결과, BMW 조수석에 타고 있던 서 씨 아내의 머리카락으로 밝혀졌다.

이에 경찰은 서 씨 부부가 사고를 당한 뒤 먼저 깨어난 아내가 차량 밖으로 나와 도움을 요청하던 중 강 씨 차량에 치였다는 가설을 세웠다. 이후 정신을 차린 서 씨가 이 상황을 보고 강 씨를 해코지한 뒤 유기했을 가능성을 고려했다.

사고 당시 서 씨 아내는 흉부나 복부, 골반 등 왼쪽에만 상당히 심한 충격이 가해졌다는 진단이 나왔다. 따라서 차 안에서 혼자 걸어 나오기 쉽지 않았을 것이며 이 상태로 가드레일을 넘어가는 것조차 힘들다는 분석이 나왔다.

법과학기술연구소 박승범 소장도 서 씨 아내가 가드레일을 직접 넘어갔다기보다 강 씨와의 2차 사고로 인해 가드레일 바깥쪽으로 날아왔을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도로교통사고 감정사는 모닝 차량을 분석한 결과 "전형적인 차량과 보행인의 충격 손상, 조수석 쪽 깨진 앞 유리는 사람의 머리로 충격을 준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서 씨 부부는 머리카락 자체가 '조작'이라며 모닝에 부딪힌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남편은 "아내를 119 들것에 옮길 때 견인차 기사들이 도왔는데, 이때 머리카락을 뽑아 (무언가를 감추기 위해) 증거를 조작한 게 아닐까 싶다"고 목소리 높였다.

아내는 가드레일을 넘어간 기억이 없다면서도 "아무리 사고로 정신이 없었어도 2차 사고를 당할 수도 있는데 길가로 나가지, 왜 길 가운데로 나가겠냐. 모닝에 부딪혀서 가드레일 뒤로 넘어갈 정도면 내가 온몸이 골절돼 죽었지, 어떻게 살아있겠냐"고 황당해했다.

경찰은 서 씨 부부가 사고 직후 의식을 잃었을 때부터 레커차가 도착한 시간까지 현장에서 일어난 일을 알아보기 위해 서 씨 부부와 레커차 기사를 대상으로 최면수사를 진행했다.

그 결과, 이들의 증언에는 한 가지 일치하는 점이 있었다. BMW 조수석에 타고 있던 여성과 같은 옷차림을 한 여성 즉, 서 씨 아내가 당시 고속도로 위에 누워있다는 모습을 봤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서 씨 부부는 강 씨와의 2차 사고 의혹을 강하게 부인했다. 담당 경찰은 서 씨 아내가 강 씨 차량과 충돌한 뒤 단기 기억상실을 겪은 것으로 추정하며 "상식적으로 (사고 나지 않았다는 것이) 이해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궁금한 이야기 Y')

◇"10만원만 빌려주세요"…맨발로 갓길 걷던 여성 정체는

강 씨 실종 사건이 발생한 당일, 사고 지점 인근에서 우산도 없이 비를 맞으며 갓길로 걷고 있는 여성을 봤다고 증언한 목격자가 등장했다.

목격자에 따르면, 해당 여성은 지갑을 잃어버렸으니 10~15만원을 빌려달라고 부탁했다. 목격자는 현금 3만 원을 빌려줬다면서 여성이 계좌번호와 전화번호를 적어갔고, 강 씨와 외모가 비슷하다고 증언했다.

이외에도 "사고 현장 근처에서 맨발의 여자가 갓길로 뛰어가는 모습을 봤다"는 주장도 나왔다. 당시 경찰이 특공대, 잠수부, 수색견 등을 동원하는 등 다각도로 수색 활동을 벌였지만, 강 씨를 찾을 수 없었다.

한편 강 씨가 총 12건의 보험에 가입돼 있고 그중 운전자 관련된 것만 6건이라는 사실이 드러났다. 게다가 강 씨가 당시 지인을 통해서 1억 원 정도 투자했는데, 투자금을 받지 못해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있었다고 한다.

이에 일각에서는 강 씨가 보험금을 타기 위해 스스로 잠적했다고 의심했다. 한 레커차 업체 직원은 "강 씨가 혼자 도망갔을 가능성이 60%다. 보험금을 노려서 그랬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실종 후 5년간 생활 반응, 소위 '살아있다'는 흔적이 나타나지 않으면 법적으로 사망한 것으로 인정한다. 하지만 보험금이 지급되려면 절차가 복잡하며 무작정 5년이 지났다고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는다.

이와 관련 강 씨의 친언니는 "그런 택도 없는 소리를 하는 게 너무 억울하다. 돈 때문에 그런 게 아니다. 우리나 동생이 돈 때문에 그럴 정도로 돈이 없지도 않고, 돈 받을 게 더 많다"고 억울해했다.

('당신이 혹하는 사이')

◇보험금 노린 아내의 잠적?…남편 "사람 잃고 돈 잃었다" 절망

지난 2018년 6월, TV조선 탐사보도 '세븐'에 따르면 강 씨의 남편은 아내를 잃고 혼자 사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때 어느 여성이 남편의 집에 직접 비밀번호를 치고 들어가 왕래하며 '여보'라고 불렀다고 한다.

이에 취재진은 이 여성을 실종된 강 씨라고 의심했다. 강 씨와 외모가 좀 달랐지만 성형수술 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봤다.

남편은 강 씨가 아니라고 극구 부인하며 "그냥 친구일 뿐이다. 여보라고 안 했다"고 주장했다. 이후 DNA, 지문 등 검사 결과 남편 말대로 해당 여성은 강 씨가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동시에 남편은 강 씨의 실종 이후 5년하고 3일이 지난 2018년 5월 30일, 법원에 강 씨의 사망 신청을 했다며 "우리 가족들은 아내가 5년 전 사고로 인해 사망했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후 남편은 2021년 5월 SBS '당신이 혹하는 사이'에 출연해 그동안의 마음고생을 털어놨다. 남편은 '세븐'에서 포착된 여성에 대해 "소문이 많았지만, 아내 사고 이후 3~4년 지나서 술 한잔 하다가 만난 사이"라고 해명했다.

남편은 현재 강 씨의 사망 신고가 확정됐다며 "애들도 있어서 보험금 6~7억원을 찾아보려고 했는데 그것도 희망이 없는 것 같다. 절망 상태다. 아내도 못 찾고, 사람도 잃고, 돈도 잃었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아내가 사라진 지 8년이 지났는데 (아직도 생사를 모르니) 세월이 지나서 죽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살아 돌아온다면 얼마나 좋겠냐. 지금 외롭게 8년째 살고 있다"고 덧붙였다.

sb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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