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바늘구멍 뚫고도… 수개월째 ‘알바’ 전전

이병기 기자 2024. 5. 27.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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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지역 임용대기자 222명 ‘기약없는 대기’
코로나 끝나자 복직자 늘고 정원 긴축… 더 적체
市 “이례적 사회 현상… 충원 예측 어려워”
인천시청 전경. 경기일보DB

 

#1. 김상식씨(가명·28)는 지난해 9월 ‘인천시 지방공무원 임용시험’에 최종 합격했다. 그러나 해가 바뀌고 8개월이 지난 현재까지 자신이 다닌 대학 인근 식당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 시험은 합격했지만, 임용이 되지 않아 생계를 이어가려면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 특히 김씨는 언제 임용 연락이 올지 몰라 어떤 계획도 세우지 못한 채 휴대전화만 바라보고 있다.

#2. 이미리씨(가명·31)도 마찬가지. 그도 비슷한 시기 공무원 시험에 합격했지만, 아직까지 민간 회사원 신분이다. 주변에서 “공무원 합격한 것이 맞느냐”는 말을 수없이 듣다보니 스트레스만 늘어가고 있다. 대략적인 임용 시점조차 알 수 없으니 답답하기만 하다. 이씨는 “공무원이 되려고 시험을 치렀지만, 이 같은 임용 지연은 늑장대응이자 탁상행정이라고 생각한다”며 “벌써부터 공직 사회에 부정적인 인식을 가지게 됐다”고 말했다.

지방공무원 시험에 합격하고도 수개월 간 임용되지 못한 대기자들이 기약 없는 기다림에 발만 동동 구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6일 인천시에 따르면 지난 3월 말 기준 인천지역 임용대기자는 모두 222명에 이른다.

기관별로는 인천시 15명, 강화군 5명, 중구 3명, 동구 7명, 미추홀구 17명, 연수구 12명, 남동구 48명, 부평구 22명, 계양구 51명, 서구 42명 등이다. 대부분은 지난해 임용시험에 응시해 합격했다.

통상 인천시와 군·구는 1년6개월을 기준으로 퇴직 및 휴직, 복직 인원을 예상해 신규 임용 모집인원을 추산한다.

때문에 결원이 1개월 만에 발생하면 어떤 대기자는 비교적 빠르게, 또 다른 대기자는 길게는 1년이 다 되도록 말 그대로 ‘대기’해야 하는 처지에 놓인다.

특히, 최근 수년간은 코로나19가 끝나고 금리까지 오르면서 인사 부서가 예상하지 못한 복직자들이 늘어 신규 임용자가 들어가야 할 자리가 부쩍 줄었다.

여기에 지난 2022년 정권이 바뀌면서 긴축적 정원관리로 공무원 채용 기조가 급감한 것도 대기인력이 늘어나는 원인 중 하나로 분석된다.

박진솔 인하대 행정학과 교수는 “현행 지방공무원 임용령에 따라 시험 뒤 1년이 되면 자동으로 임용되지만, 그 전까지 피해는 고스란히 대기자가 짊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자체는 충원계획을 주먹구구식으로 정하지 말고 현장 수요를 제대로 파악해 인력을 적재적소에 충원하는 인사시스템을 갖춰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임용 시기가 조금 달라질 수 있는 것이지, 우리가 예측을 잘못했다고 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면서도 “다만, 금리가 오르면 이자를 갚기 위해 복직하는 공무원들이 늘어나는 것처럼, 사회적 현상들까지 모두 예측하기는 어려운 것이 사실”이라고 해명했다.

이병기 기자 rove0524@kyeonggi.com
ltjang@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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