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뷰] '개딸 직접 민주주의'로 향하는 민주당 앞날은

김주훈 2024. 5. 27.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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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쇄 탈당에 놀란 민주당, 당내 선거 '당원'에 개방 추진
이재명·개딸 눈치에 공개 반대 없어…제도화 '우려'는 존재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강성 지지자들로 구성된 더불어수박깨기운동본부 회원들이 지난해 3월 3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더불어민주당 당사 앞에서 이 대표 체포동의안 표결에 반란표를 던진 민주당 의원들을 겨냥하는 집회를 하고 있다. 이 수박은 겉은 민주당, 속은 국민의힘이란 뜻이다. 2023.03.03. [사진=뉴시스]

[아이뉴스24 김주훈 기자] 국회의장 후보 선출 사태로 촉발된 소위 개딸(강성 지지층)의 집단 반발이 더불어민주당 체질 변화로 까지 이어지고 있다. 연쇄 탈당에 등 떠밀려 '당원권 강화'를 추진하지만, 당 내에서는 관례까지 침범하는 '당심'이 우려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 국회의원 의사결정 침범한 '당심'…어디까지 허용해야 하나

민주당이 당원권 강화 문제를 다룬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불과 1년 전에도 기득권으로 대표되는 대의원 제도를 개선하고 권리당원의 의사 반영을 확대해야 한다는 요구는 분출된 바 있다. 지난해 6월 당 혁신을 주도하기 위해 출범한 '김은경 혁신위원회'는 현역 의원으로 대표되는 기득권 체계를 혁신한다는 명분으로 당대표·최고위원 선출 규정 변경 필요성을 언급했다.

기득권으로 규정된 대의원 투표 비중을 삭제하고 '권리당원' 비중을 확대하자는 혁신안이 결국 관철되진 못했지만, 같은 해 12월 당이 60 대 1 이상인 대의원과 권리당원의 전당대회 투표 반영 비율을 20 대 1 미만으로 조정하는 내용의 당헌 개정안을 확정하는 초석이 됐다. 당시 이재명 대표는 "단번에 넘어서긴 어려운 벽이어서 한 걸음씩 점진적으로 바꿔 나간다는 점을 이해하고 용인해 주면 좋겠다"며 향후 대의원과 권리당원의 표 등가성 확보 의지를 드러냈다.

그로부터 5개월여 만에 민주당은 '당원권' 강화 카드를 다시 꺼내 들었다. 추미애 당선인의 국회의장 후보 낙마로 인해 대규모 연쇄 탈당이 발생하면서다. 이번 사태로 탈당한 당원만 2만명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 직접 편지를 작성한 이 대표는 당원의 역할 강화를 위한 당 제도 개선을 약속했다. 당이 '당원 민주주의' 강화를 위해 대표적으로 개선을 약속한 제도는 당내 선거다. 이번 사태를 촉발한 국회의장단부터 원내대표 경선 등이다.

하지만 이번 당원권 강화 문제는 앞선 제도 개선과 사뭇 분위기가 다르다. 당내 선거인 국회의장단 경선과 원내대표 경선은 국회의원 고유 권한의 영역으로, 당심이 들어올 공간은 없었다. 더욱이 그동안 당은 당직은 당원이, 선출직 공직자는 민심 반영을, 원내직은 국회의원이 뽑는 것이 관례였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박찬대 원내대표 등 지도부와 제22대 국회 당선인들이 지난 22일 오후 충남 예산군 스플라스 리솜에서 열린 제22대 국회의원 당선인 워크숍에서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 2024.05.22. [사진=뉴시스]

◇ '수박 색출'에 반대는 못하지만…"권리당원 50%는 '양문석' 혼자"

문제는 강성 지지층의 의사표현에 대한 우려는 끓이질 않는다는 것이다. 당은 표면적으론 이들을 '중도층'이라고 규정하고 있지만, 이들은 명단까지 제작해 '수박 색출'(친명계 지지자가 비명계를 일컫는 명칭)에 나설 정도로 극단적 행동도 보이고 있다. 국회의원의 자유로운 의사 결정이 왜곡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하지만 표면적으로 이 문제에 대한 우려를 드러내는 인사는 소수다. 쓴소리를 냈던 비명계 인사들은 지난 총선 과정에서 컷오프(공천배제)와 탈당으로 자취를 감췄고, 이 대표 연임 필요성이 공공연하게 나올 정도로 '이재명 체제'가 확립된 민주당에선 이견 표출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더욱이 이 문제에 대한 반대 의견은 곧 강성 지지층과의 전면전을 시사할 수 있는 만큼, 목소리를 내기 어렵다는 분위기다.

하지만 당내 선거에 당심이 반영되는 것은 "우려스럽다"라는 여론은 존재한다. 양문석 당선인은 지난 21일 이 대표가 주재한 '당원 난상토론'에서 "국회의원 후보 뽑을 때 일반 시민 50%, 권리당원 50%인데, 뽑힌 후보가 총선을 통과했다"며 "국회의장단·원내대표를 뽑을 때는 국회의원 50%, 권리당원 50%를 (적용하면) 왜 안 되는 것인가"라고 발언했고 당원들의 환호를 받았다.

양 당선인의 발언을 두고 당 재선 의원은 <아이뉴스24>와의 통화에서 "양 당선인 혼자 주장하는 것이고, 지금 초선 국회의원도 아닌데 무슨 영향력이 있느냐"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중도층 이탈에 대한 우려가 있는 것은 사실이고, 어떤 민주주의가 구현될지 개인적으로도 예측하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라면서 "처음 도입하는 제도니 당원 표심 10~20% 정도가 적당하다는 생각이지, 50%까지 확대하자는 주장은 하지 않는다"고 했다.

지난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제22대 국회 전반기 국회의장단 후보 선출 당선자 총회에 추미애, 우원식 국회의장 후보가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사진=정소희 기자]

◇ "의원 100명 줄이자는 얘기" vs "권리 나누는게 문제인가"

한 당선인은 성난 당원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선 '신뢰' 구축이 필요하지 제도화가 해법이라는 주장은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했다. 그는 "재선급 이상에서 지지한 우원식 의원도 사실 강성이라면 강성인 만큼, 추 당선인과 크게 차이점을 못 느껴서 이뤄진 결과로 보인다"며 "문제는 개별 의원의 판단이었고 불신에 대한 신뢰를 얻어야 하는 부분인데, 원인과 결과가 바뀌듯이 제도가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한 당 관계자도 "선거에서 선택을 받은 의원이 양심에 따라 재량껏 투표하는 것이 일반적인 규범"이라면서 "대의제 민주주의에선 당론을 최소화하는 것도 일반적인 것인데, 당원의 목소리를 경청하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당론 투표를 넘어 모든 의사 결정에 당원의 의견을 반영하기 위한 제도화는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대의민주주의 문제점을 명분으로 내세우지만, 대의제로 선출된 국회의원들이 모순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모든 사안에 대해 전국민 투표를 해야 하는 것이고, 국회의원을 100명으로 줄이자는 얘기를 스스로 하는 것과 똑같다"고 했다.

반면 '당원 민주주의' 강화는 당내 일부의 우려처럼 '강성 지지층'을 위한 제도가 아닌, 국회의원의 특혜를 축소하고 민주주의를 확립하기 위한 방안이라는 반론도 존재한다.

한 지도부 관계자는 "소수가 독점하면 권력이 되고 다수가 누리면 권리가 되는 만큼, 권리를 나누는 것이 문제인가라는 생각이 든다"며 "건강한 민주주의는 결국 더 많은 사람의 감시와 견제 그리고 균형이 있을 때 가능하지 소수가 독점하면 민주주의 원칙과 맞지 않다"고 했다.

한 재선 의원은 "솔직히 이번 '당원 민주주의' 강화가 어떤 것이 정답인지는 모르겠지만, 대중정당으로서 민주당이 당비를 내는 분들의 집단지성을 인정해야 하는 부분은 맞다"며 "민주당 지지율이 6%p가 빠졌는데, 결과만 보면 이들을 모두 강성 지지층이라고 보는 것이 부적절하다면 당이 중심인 권리당원에게 역할을 더 부여하는 것이 우리가 가야 될 길이라고 본다"고 했다.

/김주훈 기자(jhkim@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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