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칼럼] 부산 청년인구 첫 50만 붕괴

윤정길 기자 2024. 5. 27. 03:05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일자리 찾아 수도권으로…당장은 현실적 대안 없어
산은 이전이 변화의 물꼬, 지역 정치권 사활 걸어야

우리 사회는 심각한 인구 문제에 직면해 있다. 특히 부산은 전국 대도시 가운데서도 급속한 노령화와 최하위권의 저출산 문제 외에도 청년세대의 일자리 문제도 벼랑 끝에 내몰린 상황이다. 청년세대는 학업과 일자리를 찾아 수도권으로 떠나고 있다. 이 상태가 지속되면 부산은 정말 ‘노인과 바다’라는 불명예를 안게 될 지도 모른다.

급기야 부산의 청년(15~29세) 인구가 역대 처음으로 50만 명 아래로 떨어졌다는 우울한 소식이 들려왔다.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부산지역 15~29세 인구(주민등록 기준)는 49만9644명으로 지난 3월 말(50만1647명)보다 2003명이 줄었다. 부산의 청년 인구가 50만 명 아래로 떨어진 것은 관련 통계가 국가통계포털에 공시되기 시작한 1992년 이후 처음이라고 한다.

한 때 400만 도시였던 부산은 지난해 말 전체 인구 330만 명이 붕괴됐다. 2020년 340만 명 붕괴된 이후 불과 3년이라는 짧은 시간동안 일어난 일이다. 출산율은 낮은 데다 청년 인구가 수도권으로 유출되면서 브레이크 없는 트럭이 내리막길을 질주하는 위태로운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머지 않은 미래에 큰 사달이 날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년이 부산을 떠나는 이유는 뭐니뭐니 해도 일자리다. 올해 초 발표된 통계청 자료에서 지난해 부산의 순유출 인구 1만1432명을 사유별로 보면 ‘직업’이 9939명(86.9%)으로 대다수를 차지했다. 떠난 청년들의 행선지는 수도권인데, 올해 1분기 수도권 3개 시·도(서울 인천 경기)로 순유출된 부산 15~29세 인구는 총 3029명으로, 같은 기간 수도권으로 순유출된 부산 전체 인구(4054명)의 74.7%를 차지했다. 4명 중 3명꼴이다.

생활 기반이 없는 수도권으로 떠나는 청년들의 심정도 좋지만은 않다. 많은 청년이 나고 자란 부산에서 일하며 뿌리를 내리고 싶어 하지만 일자리가 없어 떠날 수 밖에 없는 실정이다.

일자리의 부재는 ‘학자금 푸어’로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부산지역 ‘취업 후 학자금 상환’ 총체납액(정리된 체납액+미정리 체납액)이 56억 원에 육박하며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특히 ‘미정리 체납액’은 사상 처음으로 40억 원을 넘어서며 총체납액의 72%를 차지했다. 체납된 학자금 가운데 상환이 이뤄진 경우는 28%에 불과하다는 의미다. 취업을 못하니 대학 때 빌려쓴 학자금을 갚지 못하는 ‘청년 도산’은 정해진 수순이다.

지난해 부산의 연간 청년 실업률은 8.1%로 코로나19 팬데믹 첫해였던 2020년(10.6%)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2022년(6.8%)과 비교하면 1.3%포인트 상승했다. 반면 지난해 전국 청년 실업률은 5.9%였다.

당장은 청년 일자리 문제를 해소할 수 있는 현실적인 방안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 우려스럽다. 역외기업 유치가 실업률 해소에 도움이 되겠지만, 작은 변화로는 당면한 큰 문제를 풀어내기에 역부족으로 보인다. 정부가 경기도 일원에 추진하는 대규모 반도체 단지 같은 획기적인 산업의 변화가 지역에서 발생하지 않고서는 말이다.

2030부산엑스포 개최가 성공했다면 부산의 미래는 크게 변했겠지만 이마저도 물거품이 된 현재 상황에서 결국 부산은 기존 제조업을 확대하면서 새로운 먹거리인 금융과 관광, 블록체인 같은 새로운 산업이 일어나지 않으면 안된다. 그 중심에 있는 것이 산업은행의 부산 이전이다. 국책금융기관인 산업은행이 부산으로 이전할 경우 파급력은 상상을 초월할 것이다. 부산이 명실상부한 동북아의 금융 허브 도시로 발돋움하는 것은 물론 수출입은행이나 기업은행 등도 시너지 효과를 위해 부산으로 터전을 옮기는 당위성을 갖게 된다.

하지만 이달 말 개원하는 22대 국회에서 산업은행의 부산 이전 문제가 해결될 지는 안갯 속이다. 21대 국회 때도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과제였음에도 거야(巨野)인 더불어민주당의 노골적인 반대로 부산 이전을 위한 산업은행법 개정은 이뤄지지 않았다. 이번 총선에서 수도권에서 압승을 거둔 민주당이 부산지역 염원인 산업은행 이전에 협조적으로 나올 것이라고 보는 시각은 많지 않다.


22대 국회 개원 초반에 산업은행 부산 이전 문제를 매듭짓지 못한다면 이 이슈는 다음 대선 때인 2027년 3월까지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하고 묶여 있을 가능성이 크다. 때문에 부산지역 22대 국회의원들의 책임이 막중하다. 안된다고 손을 놓고 있을 것이 아니라 사활을 걸고 대통령과 여권은 물론 민주당 인사들을 만나 적극적인 설득을 해야 할 것이다. 확 달라진 부산의 미래는 산업은행 이전에서 시작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윤정길 편집국 부국장

Copyright © 국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