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현의 끼니] 대만과 밀크피시

박상현 맛 칼럼니스트 2024. 5. 27. 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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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어디건 바다를 끼고 사는 나라에는 역사적으로 그 나라를 먹여 살린 생선이 있다.

대만 역시 먹을 것이 귀했기에 무한정 잡히는 밀크피시는 정말 요긴한 생선이었다.

우리 조상들이 명태를 뭐 하나 버리지 않고 먹었듯, 대만 사람들 역시 밀크피시를 그렇게 먹었다.

밀크피시가 대만 역사에서 어떤 의미를 갖는 생선인지 흥미롭게 탐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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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어디건 바다를 끼고 사는 나라에는 역사적으로 그 나라를 먹여 살린 생선이 있다. 북대서양과 인접한 대부분의 국가는 대구가 먹여 살렸다. 심지어 유럽이 15세기부터 대항해시대를 개척할 수 있었던 것도 말린 대구 덕분이었다. 포르투갈은 정어리가 먹여 살렸다. 살코기만 발라내서 담은 정어리 통조림은 오늘날 포르투갈의 대표적인 관광상품이 되었다. 소금에 염장한 청어는 네덜란드를 먹여 살렸을 뿐만 아니라 막대한 부를 안겨주기도 했다. 일본은 해안선이 워낙 길어 다양한 생선을 먹었지만 ‘저장성’의 측면에서 보면 전갱이 청어 연어가 먹여 살렸다고 봐도 무방하다. 우리나라 역시 일본 못지않게 다양한 생선을 먹었는데 역사적으로 보면 명태 조기 멸치 청어를 많이 먹었다.

대만에서 일상적으로 먹는 다양한 밀크피시 요리들.


이런 맥락에서 대만에서는 ‘밀크피시’를 빼놓을 수 없다. 속살이 우윳빛이라 붙여진 이름인데, 대만 사람들은 한자로 ‘슬목어’라 적고 ‘스무어’라 읽는다. 우리에겐 그리 익숙지 않은 생선인데 주로 남태평양에 서식하기 때문에 우리 해역까지 올라오는 경우는 거의 없다. 하지만 수온이 계속 상승하면 언젠가 우리 바다에서도 지천으로 잡힐지 모를 일이다.

대만 역시 먹을 것이 귀했기에 무한정 잡히는 밀크피시는 정말 요긴한 생선이었다. 그래서 악착같이 먹었다. 우리 조상들이 명태를 뭐 하나 버리지 않고 먹었듯, 대만 사람들 역시 밀크피시를 그렇게 먹었다. 우리나라에서 산후조리를 위해 미역국을 먹듯 대만에서는 밀크피시 머리에 각종 한약재를 넣어서 끓인 슬목어 머리탕을 먹는다. 그만큼 영양이 풍부하다.

‘국민생선’의 반열에 오르기 위해서는 그에 어울리는 역사적 서사도 필요하다. ‘스무어’라는 이름에는 대만의 민족영웅 정성공과 관련한 일화가 따른다. 명나라 말기 관료였던 정성공은 ‘반청복명’을 외치며 청나라에 대항했던 인물이다. 장기적인 반청운동의 거점으로 대만을 선택한다. 하지만 당시 대만은 네덜란드 동인도회사가 40년 가까이 지배하고 있었다. 정성공은 치열한 전투 끝에 대만에서 네덜란드 세력을 몰아낸다. 덕분에 정성공은 대만에서 민족영웅의 반열에 오르게 된다. 대만의 선주민들은 감사의 표시로 정성공에게 밀크피시를 대접한다. 정성공이 주민들에게 “션머위(무슨 물고기냐?)”고 물었는데, 주민들은 이를 잘못 알아듣고 ‘스무위’라는 이름을 하사한 것으로 이해했다는 것이다.

정성공이 몰아낸 네덜란드 동인도회사의 거점이었던 대만 서남부 타이난시는 여전히 밀크피시 어획량이 많은 곳이다. 덕분에 밀크피시 전문점이 많다. 탕 죽 구이 조림 찜 등 다양하게 먹는다. 그 중에서 특히 죽이 인기다. 타이난의 아침 풍경은 밀크피시 죽집에 늘어선 사람들 풍경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타이난시를 방문한 관광객도 반드시 한번은 먹어보는 음식이 밀크피시 죽이다.


타이난에는 밀크피시 박물관도 있다. 밀크피시가 대만 역사에서 어떤 의미를 갖는 생선인지 흥미롭게 탐구할 수 있다. 일본의 영향을 많이 받는 대만답게 박물관에서는 정말 다양한 상품을 판매한다. 그 중 두 가지만 소개하면, 첫째는 조미한 밀크피시를 찌고 건조해서 만든 ‘밀크피시 플로서’. 짭조름한 것이 밥 위에 올려 먹으면 감칠 맛이 풍부하다. 가격도 적당해 선물용으로도 그만이다. 둘째는 밀크피시 아이스바. 생선으로 어떻게 아이스바를 만들었는지 정말 궁금한 분들은 경험 삼아 한번 도전해 보시길 권한다. 맛은? 글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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