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수산칼럼] ‘해저도시’의 꿈, 해양과학기술로 실현하다

김동성 한국해양과학기술원 책임연구원 2024. 5. 27. 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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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성 한국해양과학기술원 책임연구원

인간은 오래 전부터 깊은 바다속이나 우주에서 생활하는 모습을 상상해 왔다. 이러한 상상을 구현한 것이 영화 ‘아쿠아맨’ 속의 해저도시나 미래형 우주도시인 스페이스 콜로니 등이다. 그런데 최근 과학기술의 발달로 이런 상상이 현실이 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바다속에서 인간이 거주하는 데 필요한 공간을 건설하기 위한 연구사업이 한국해양과학기술원( KIOST)을 비롯한 23개 기관 참여 아래 진행되고 있다. 이를 통해 2026년에는 해저 30m에 실제로 인간이 생활할 수 있는 해저기지가 만들어질 예정이다.

지금도 바다속에 구조물을 지어 활용하고 있는 사례는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두바이에 있는 ‘아틀란티스 더 팜 호텔’은 객실과 시설의 일부를 수중에 지어 운영하고 있다. 한쪽 벽면 전체가 통유리로 만들어진 ‘언더워터 스위트룸’에서는 바다속을 유유히 헤엄치는 물고기들을 볼 수 있다. 괌에는 수중 전망대인 ‘피시아이 마린파크’가 있다. 물에 들어가지 않고 창을 통해 바다속 세상을 경험할 수 있어 관광객의 필수 방문코스로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에도 울릉도 천부 해중전망대나 울진 국립해양과학관의 해중전망대가 있으며, 세계 여러 곳에서 호텔이나 레스토랑 등으로 활용되고 있는 수중구조물을 찾아 볼 수 있다.

그러나 KIOST가 생각하는 해저공간 활용은 접근방식이 조금 다르다. 그동안은 인간이 잠시 머물 수 있는 생존공간으로서 의미가 컸다면, 이제는 장기적으로 인간이 거주할 수 있는 생활공간으로서의 의미가 더 크다. 해수면 상승 등으로 인간의 생활공간이 위협받고 있고, 에너지 부족과 육상 자원의 고갈 등으로 대안 마련이 시급한 상황에서 인류가 직면한 난제를 해결하는 돌파구로 바다가 주목받고 있기 때문이다.

KIOST를 비롯한 연구팀은 지난 2022년에 ‘해저공간 창출 및 활용기술개발’ 1차년도 사업을 통해 해저공간 플랫폼의 개념설계를 완성했다. 또한 테스트 베드 부지에 대한 해저지반 조사와 해저지진 위험도 평가, 내진보강 연구를 통해 울산시 울주군의 나사리 전면 해상을 해저공간 플랫폼 최적 입지로 선정했다. 이곳은 조선해양플랜트 및 관련 산업단지와 가까워 해저공간 플랫폼 실증 사업 연계에 최적지다.

현재 해저 연구공간, 거주공간, 수중데이터센터, 수중챔버 기술을 포함한 해저공간 플랫폼 기술과 체류자의 건강과 안전을 위한 의료기술, 수중 에너지 공급 및 수중통신 ICT 기술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최종적으로는 수심 30m에서 3인이 30일간 실제 체류할 수 있는 모듈형 수중 구조물을 설치, 개발된 기술을 실증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함께 설치되는 수중데이터 센터는 최적의 방열성능을 위해 해수의 흐름을 이용한 무동력 해수 냉각 시스템을 활용하며, 이를 통해 기존 육상 데이터센터 대비 소모전력 50% 이상의 감소와 탄소 저감을 이룰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해저공간 플랫폼은 우주정거장과 같이 첨단 해양과학기술이 융복합되는 첨단 집약체다. 우주보다 더 극한의 환경인 바닷속에 건설되기 때문에 구조 기계 조선 해양공학 등 관련 분야의 최첨단 기술이 종합적으로 필요하며, 해양산업 분야에 미치는 파급효과도 막대할 것으로 예상된다. OECD는 해양산업의 총 가치가 2030년에는 3조 달러(약 4000조 원)에 육박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처럼 해저공간을 활용하는 기술은 관광·레저 분야는 물론, 자원 및 에너지 개발, 해양안전, 해양환경, 군사, 과학, 의료 등 다양한 분야에서 막대한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을 것이다.


인간은 오래 전부터 바다에 의지하며 살아왔으나 본능적으로 바다를 두려워했다. 해저도시를 건설하기 위한 과학자의 노력은 이러한 두려움을 없애고 인간의 활동 무대를 육지에서 바다로 옮기는 획기적인 전환점이 될 것이다.

가까운 미래에 상상 속에서나 그리던 ‘해저도시’의 꿈이 현실이 되는 날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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