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트먼-머스크에만 AI 운명 맡길순 없어”

뉴욕=김현수 특파원 2024. 5. 27.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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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경제 석학 애스모글루 인터뷰
“소수의 AI 독점, 민주주의 훼손
사람중심 규제 마련 가장 시급”
“샘 올트먼이나 일론 머스크 같은 실리콘밸리 소수에게 인공지능(AI) 운명을 맡길 순 없다.”

세계적인 정치경제 석학 대런 애스모글루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교수(사진)는 21일(현지 시간)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AI는 증기기관이나 컴퓨터 발명에 버금가는 기술 혁명”이라며 “소수 기업이 개발 방향을 정하는 AI는 불평등을 야기하고 민주주의를 훼손할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산업혁명, 정보화 혁명만큼의 파급력을 가져올 AI 혁명이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나 머스크 테슬라 CEO,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 등 미국 테크 경영진이 좌우하는 상황에 경고음을 낸 것이다.

애스모글루 교수는 세계 지도자들의 필독서로 꼽히는 저서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로 유명하다. 윤석열 대통령도 대선후보 시절 ‘인생의 책’으로 꼽은 바 있다. 최근에는 저서 ‘권력과 진보’에서 역사적으로 소수 엘리트가 기술을 이용해 사회적 편익을 독점하려 했던 역사를 풍부한 사례를 통해 증명하며 AI 독점을 경고했다.

애스모글루 교수는 “실리콘밸리 소수 기술 리더들은 현재 AI를 (사람 수준의 지능을 갖춘) 인공일반지능(AGI)과 자동화로 이끌고 있다. 이것만으로 생산성 향상과 일자리 창출이라는 목표에 도달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가장 시급한 문제는 올바른 AI 규제와 정책을 채택해 사람 중심의 AI를 구현하는 것”이라며 “한국이 기술과 더불어 인적 자원을 활용해 성장한 것이 AI 시대에 교훈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애스모글루 교수는 30일 ‘AI 대혁신의 시대와 한국 금융의 미래’를 주제로 동아일보와 채널A가 주최하는 ‘2024 동아국제금융포럼’에서 ‘AI와 경제 및 사회의 미래’에 대해 기조강연에 나선다.

“AI ‘사람 중심’ 개발을… 韓도 자동화보다 생산성 향상 나서야”

[2024 동아국제금융포럼]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 저자 대런 애스모글루 교수 인터뷰
기술이 곧 번영을 의미하진 않아… 올바른 규제-정책이 뒷받침될때
새로운 일자리 창출 이루어질것… 韓 ‘포용적 시장’ 성공모델이지만
관치경제-부정부패 잔재 남아있어…완전한 포용적 제도까지 갈길 멀어

대런 애스모글루 매사추세츠공대(MIT) 교수는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소수가 좌우하는 기술은 불평등을 심화시키고 민주주의를 훼손할 것”이라며 “인공지능(AI)은 인간을 보완할 수 있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애스모글루 교수 제공
“인공지능(AI) 활용 방점을 인건비 절감에 둘 것인가, 사람을 돕는 데 둘 것인가. 한국도 선택해야 한다.”

세계적인 정치경제 석학 대런 애스모글루 매사추세츠공대(MIT) 교수는 21일 동아일보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노동을 핵심 인적 자원으로 보고 이 자원의 역량과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신기술을 활용하는 것이 중기적 성과, 공동 번영, 민주주의 측면에서 훨씬 낫다”며 한국이 ‘사람 중심 AI 기술’ 활용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조언했다.

스스로를 ‘AI 회의론자’라고 밝힌 애스모글루 교수는 “AI가 임금 상승을 돕고 더 의미 있는 일자리를 창출하며 더 나은 생산성 성과를 제공할 수 있는 올바른 규제와 정책 채택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대런 애스모글루 교수가 “2024 동아국제금융포럼을 기대하고 있다”며 친필로 작성한 축하 메시지.
포용적 정치와 경제 제도가 국가 흥망성쇠의 열쇠라고 주장해 온 애스모글루 교수는 한국 경제에 대해서도 “한국이 북한이나 다른 나라들보다 더 높은 수준의 ‘포용적 시장’을 형성할 수 있는 능력이 있었기에 놀라운 성공 사례가 될 수 있었다”고 평했다. 그가 정의한 ‘포용적 경제 제도’는 착취적 제도와 상대되는 개념으로 사유재산 원칙이 확고하고, 누구나 자유롭게 시장에 참여할 수 있고, 독점을 방지하며 공정한 경쟁이 보장된다. 다만 애스모글루 교수는 “한국은 아직 군사독재 시절의 관치기업(goverment-supported companies), 부정부패의 잔재가 남아 있다”며 “특히 서비스 분야 경쟁 체제를 비롯해 완전한 포용적 경제 제도까지 갈 길이 아직 멀다”고 지적했다.

―당신은 AI 회의론자인가 낙관론자인가.

“AI 회의론자라고 생각한다. AI가 유망한 기술이라는 것에 회의적인 것이 아니라 AI가 개발되고 사용되는 방향에 대해 매우 걱정하고 있다. 미국의 기술 낙관론자들은 AI가 어떻게 불평등을 심화시키고 민주주의를 훼손하며 인간의 자율성을 감소시킬 수 있는지에 대한 모든 우려를 무시하고 있다.

현재 AI 모델은 엄청난 양의 연산 능력을 기반으로 훈련되고 있고 여기에 수조 원이 든다. 근본적인 문제는 한국이나 유럽, 또는 미국의 신생 기업들이 뛰어들어 구글, 마이크로소프트(오픈AI) 또는 페이스북과 경쟁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르렀다는 점이다.”

―AI 낙관론자들은 ‘산업혁명으로 더 많은 일자리가 창출됐다’고 주장한다.

“동의할 수 없다. 이들은 산업혁명에 대해 완전히 잘못된 그림을 그리고, 기술이 자동적으로 번영을 가져온 것처럼 얘기하고 다닌다. 이는 사실과 전혀 다르다. 산업혁명의 첫 90년은 (일자리 파괴로) 노동자 계급에 끔찍한 시기였다.

1840년 또는 1850년 이후에 민주주의와 노동조합의 인정이라는 제도적 변화와 더불어 기술 발전의 방향이 보다 친노동자적인 궤도로 바뀌면서 새로운 일자리가 창출될 수 있었다. 미국에서도 1980∼2000년 자동화 기술 도입으로 어려움을 겪은 지역은 여전히 회복되지 않고 있다. AI 역시 자동화를 우선시한다면 새로운 기술로 인한 일자리 창출은 저절로 이루어질 수 없다. AI 방향이 바뀌어야 할 이유다.”

―당신을 놀라게 한 AI 기술은 무엇인가.

“확실히 오픈AI의 챗GPT나 앤트로픽, 구글의 (언어) 모델은 사람처럼 들리고 때로는 통찰력 있는 답변과 요약을 생성한다는 점에서 인상적이다. (체스 AI) 알파제로와 (단백질 구조 파악 AI) 알파폴드는 명확한 규칙이 있는 상황에서 AI가 어떻게 도움을 줄 수 있는지 보여준 매우 인상적인 사례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AI는 아직 ‘잠재력이 무엇인지’에 대한 정보만 제공할 뿐 생산 공정에 적용할 단계는 아니라고 본다. 미국 테크 업계와 미디어가 AI에 대해 과대 광고를 하고 있다.”

―AI 투자 붐이 경기 침체를 막고 성장에 기여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현재의 AI 기술이 경기 침체를 완화할 수 있는 잠재력은 없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주장은 AI가 지구 온난화 위기를 해결할 것이라고 말하는 것과 같은 희망적 사고 범주에 속한다.”

―현재 AI 개발에 있어 가장 시급한 문제는 무엇인가.

“AI의 방향이 (사람 지능 수준의) 인공일반지능(AGI)과 자동화에 집착하는 소수의 기술 리더와 그들의 기업에 의해 결정되고 있다. 나는 (AI 기술 가속을 주장하는) 샘 올트먼의 비전이 옳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올트먼과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 같은 사람들에게만 의존해서는 올바른 비전을 찾을 수 없다.

소수가 좌우하는 기술은 불평등을 심화시키고 민주주의를 훼손할 것이며, 기술 리더들이 약속하는 생산성 향상도 달성할 수 없을 것이다. 나는 AI가 인간을 보완할 수 있는 다른 방향, 즉 임금 상승을 돕고 더 의미 있는 일자리를 창출하며 더 나은 생산성 성과를 제공할 수 있는 방향을 주장한다. 이를 위해 올바른 규제와 정책을 채택하고 올바른 규범의 개발을 장려해 현재 기술 리더들이 추구하는 반인간적인 AI가 아닌 보다 친인간적인 AI를 구현해야 한다.”

―미국 대통령 선거에 AI가 미칠 영향을 어떻게 보는가.

“(선거 개입이라는) 나쁜 목적에 아주 진보된 기술이 필요하진 않다. 딥페이크도 현재로서는 진정으로 오해를 불러일으킬 만큼 발전하지 않았다. 오히려 2016년 선거에서도 문제였던 (정치) 양극화, 국내외 ‘나쁜 선동가’들의 허위 정보 등이 문제가 될 가능성이 높다.”

―AI가 한국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는가.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빠른 고령화 국가가 됐다. 이로 인해 발생한 노동력 부족 현상을 막기 위해 많은 한국 기업들이 로봇 자동화에 투자하고 있지만 동시에 노동력도 잘 활용해 왔다. 이는 AI에도 적용돼야 할 교훈이다.

새로운 기술을 도입할 때마다 경제인들은 인건비 절감을 우선 순위에 놓을 수 있다. 그렇지만 노동력을 핵심 인적 자원으로 간주하고 이 자원의 역량과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새로운 기술을 활용하는 매우 다른 전략을 채택할 수도 있다. 나는 후자가 중기적 성과는 물론 공동 번영, 민주주의, 사회 평화와 같은 사회적 목표를 위해서도 항상 더 낫다고 생각한다.”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에서 포용적 정치·경제 제도가 국가의 흥망성쇠를 가른다고 밝혔다. 한국은 어느 정도 수준에 와 있나.

“한국은 북한보다 더 포용적인 경제 제도를 가지고 출발했다. 불평등을 줄이고 성장을 늘리려는 이승만과 박정희 정권의 노력은 다른 아시아 국가들보다 한국을 더 발전할 수 있도록 했다. 이런 한국의 성공이 권위주의적 성장 덕분은 아니다. 민주화 이후 경제 성장률과 경제 성장의 질 모두 개선됐다.

그렇지만 군사정권 시절의 잔재인 관치기업(경제)이나 부정부패의 흔적이 여전히 남아 있다. 특히 서비스 분야의 경쟁(저하)을 비롯해 완전히 포용적인 제도를 구축하기 위해선 갈 길이 멀다.”

2024 동아국제금융포럼 30일 오전 9시 서울 중구 롯데호텔 2층 크리스털볼룸
(등록 및 안내: 동아인사이트 홈페이지 www.dongainsight.com )

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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