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을 잡아야 제품이 팔린다”… ‘신토불이’가 돌아왔네
가수 배일호의 노래 신토불이(身土不二)가 1993년 히트를 쳤다. 우루과이라운드(UR) 협상으로 수입 농산물이 밀려 들어온다는 우려에 농협을 중심으로 신토불이 운동이 펼쳐지면서 큰 인기를 끈 것이다. 고속도로에는 ‘신토불이’가 써 있는 플래카드가 쫙 붙어있었다.
잊혔던 신토불이 운동이 30년 만에 돌아왔다. 이번에는 농민이 중심이 아니라 기업이 앞장서고 있다. 기업들이 지역과 손잡고 지역을 앞세운 제품을 쏟아내고 있는 것이다. 유통업계에선 “지역을 잡아야 팔린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지역 앞세운 상품 쏟아진다
편의점 세븐일레븐은 지난 21일 ‘창녕마늘떡갈비시리즈’ 2종을 출시했다. 전국 최대 마늘 산지인 경남 창녕에서 마늘을 공급받아 삼각김밥과 김밥을 만들었다. 편의점 CU는 창녕의 햇양파로 만든 간편식 시리즈를 선보였다. CU 관계자는 “창녕 양파 간편식 시리즈를 통해 소진할 것으로 예상되는 양파의 양은 30t에 달한다”고 말했다.
편의점뿐 아니다. 롯데웰푸드는 지난 3월 경남 남해군과 상생 발전을 위한 업무 협약을 체결했다. 롯데웰푸드는 남해 유자 50t을 구매해 빼빼로를 만들었다. 더본코리아는 경북 상주와 손잡고 상주 배와 꿀을 넣은 ‘상주 꿀배버블 맥주’를 출시했다. 더본코리아는 앞서 충남 예산 특산물인 사과를 활용한 ‘애플리어’ 맥주와 제주 감귤 농축액을 넣은 ‘감귤오름’ 맥주를 선보이기도 했다.
◇지역 잡아야 고객 잡는다
지역을 앞세운 제품 출시와 함께 기업들은 지역을 특화하는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파리바게뜨는 지난 13일 제주 송당 동화마을에 특화 매장을 열었다. 제주 느낌이 물씬 나게 인테리어를 하고, 제주 오메기떡을 넣은 빵, 흑돼지를 담은 바게뜨 등 특화 상품을 판다. 파리바게뜨는 “각 지역이 가진 고유의 가치와 특성을 반영한 제품과 공간을 꾸준히 선보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롯데아울렛은 다음 달 30일까지 100여 농가의 판로 개척과 지역 축제 활성화를 위한 ‘롯컬마켓’을 진행한다. 올해 설 명절 기간에 처음 선보였는데, 호응이 좋아 또다시 기획했다고 한다. 롯데프리미엄아울렛 점포에서 지역 특산물을 판매하는 방식이다. 43년째 완도 다시마를 구매하고 있는 농심은 최근 완도 장보고 수산물 축제에 참가해 대표 라면인 너구리 부스를 운영하며 완도산 수산물을 알리는 활동을 했다.
신토불이를 다시 불러온 주역으로는 맥도널드가 꼽힌다. 맥도널드는 지난 2021년부터 국내 농산물을 활용한 메뉴를 출시하는 ‘한국의 맛’ 프로젝트를 하고 있다. 창녕 마늘 130t, 진도 대파 100t을 사며 지역 농가 소득에 기여했다는 평이 나온다. 맥도널드는 국내 농식품 산업 발전에 이바지한 공로를 인정받아 작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상도 받았다.
◇상생이 매출도 끌어올린다
기업이 앞다퉈 ‘지역 잡기’에 나서는 건 단순히 선행을 위해서만은 아니다. 지역을 앞세운 제품이나 지역과 함께하는 행사가 새로운 걸 찾는 MZ세대 소비자에게 호응을 얻고 있기 때문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올드한 이미지였던 신토불이가 새로 태어난 것 같다”며 “MZ세대는 ‘로컬은 힙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실제 맥도널드는 국내산 식재료를 활용한 메뉴를 작년 말 기준 1900만개 팔았다. 롯데웰푸드가 이천 쌀로 만든 ‘우리 쌀 빼빼로’는 생산 물량 10만여 개가 완판됐다. 편의점 GS25는 지난 1월 대구 지역의 유명 소품 숍(모남희)과 제휴해 키링, 생리대 파우치 등을 출시했는데, 완판됐다. 지난 2월 충북 청주의 카페 ‘카페노리’와 손잡고 출시한 젤리는 150여 종의 젤리 중 매출 1위에 오르기도 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최근 지역 특산물을 활용한 상품을 개발하고 소비하는 로코노미(로컬+이코노미)가 하나의 산업으로 떠오르고 있다”며 “고객에겐 새로운 경험을 선사하고 지역에도 도움이 돼 기업들이 신토불이를 앞세운 전략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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