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대로 놀 수 있겠다 싶었던 사이코역… 뇌도 빼고 본능적으로 연기했어요

김민정 기자 2024. 5. 27. 0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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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에이트 쇼’ 8층役 천우희 인터뷰

“연기할 때 정말 준비를 많이 하는 편인데, 이번에는 다 벗어던지고 직관과 본능으로 연기해보고 싶었어요.”

'더 에이트 쇼' 8층 역 천우희. "새로운 역할을 접점으로 (연기 폭이) 확장되는 것 같다"고 했다. /넷플릭스

관객의 기억에 남을 또 다른 천우희(37)가 왔다. ‘써니’ ‘한공주’ ‘곡성’ ‘해어화’ ‘멜로가 체질’ ‘스마트폰을 떨어뜨렸을 뿐인데’ 등 매번 다른 장르에서 새로운 얼굴을 보여준 배우 천우희가 이번엔 공감 능력 바닥의 안하무인 악당이 됐다. 넷플릭스 드라마 ‘The 8 Show’(더 에이트 쇼)의 ‘8층’ 역. 화려한 외양에 언제나 눈을 반짝이며 타인의 고통에서 쾌락과 영감을 얻는 한국 드라마에 전례 없는 캐릭터다. 23일 만난 배우 천우희는 “대본을 보고 ‘머리 풀고 제대로 놀아볼 수 있겠는데’ 싶었다(웃음)”며 “하지만 혼자만 결이 다를까봐 전부 폭발은 못 시켰다”고 했다.

황당한 인물이지만 천우희라 설득된다. 이번 작품의 한재림 감독은 로맨틱 코미디부터 센 역할까지 두루 소화하는 그를 “한국의 에마 스톤”이라고 표현했다. 천우희는 “‘8층’ 연기에 고민되는 부분이 많았는데, 아주 현실적인 인물로 그리면 시청자가 봤을 때는 혐오스러울 것 같았다”며 “현실에 발을 딛지 않은 비현실적 인물로 표현하면서도 관객에게 피로감을 주지 않도록 신경 썼다”고 했다. 과감한 장면도 많았지만 다른 인물들의 괴로움을 지켜보며 즐거워하는 연기가 뜻밖에 가장 쉽지 않았다고. “뇌와 심장을 꺼내놓고 연기하자는 생각으로 했다”고 했다.

거침없이 쌓아온 연기 이력은 이제 어떤 배역을 맡든 관객에게 신뢰감을 준다. 조용하고 내성적인 얼굴, 상처받은 얼굴, 광기 어린 얼굴, 현실적인 직장인의 얼굴, 모두 그의 얼굴이다. “정말 겁이 많은 편인데 그 두려움이 오히려 계속 새로운 도전을 하게 하는 것 같아요. ‘이것도 할 수 있어’라는 자신감보다 ‘내가 할 수 있을까’ 두려운 마음이 오히려 동력이 되는 것 같달까요. 해냈을 때 오는 만족감이 스스로에 대한 자신감으로 돌아와요.”

2004년 데뷔해 얼굴을 알린 건 2011년 영화 ‘써니’의 살벌한 고등학생 ‘상미’ 역을 통해서다. 그에게 청룡영화상 여우주연상을 안긴 영화 ‘한공주’(2014)는 어느새 개봉 10주년. 집단 성폭행 사건의 피해자를 연기한 이 영화는 그에게 초심 같은 영화다. 그는 “제작비도 없었고 한 명 한 명 마음을 모아 열정으로 만들어나간 영화였다”며 “(배우 생활) 초반에 그런 소중한 마음을 배울 수 있었던 것, 그리고 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진심으로 대할 수 있었다는 것이 가장 고맙다”고 했다. 그런 경험이 연기를 계속하게 만든다고 했다. 앞으로 또 어떤 얼굴로 찾아올까. 천우희는 “배우로서 사랑받는 것도 좋지만 출연한 작품의 생명력이 오래가는 배우면 좋겠다”며 “언제나 작품으로 관객에게 기대감을 주고 싶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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