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헌의 히스토리 인 팝스] [213] 코리안 드림
베트남 언론에 따르면 최근 한국 파견 근로자 선발 1차 시험 전국 응시자 수가 약 4만5000명으로 경쟁률은 거의 3:1에 달한다고 한다. 웬만한 국가고시 수준의 열기를 보여주는 것은 한국 이주 노동이 상대적으로 높은 임금과 안전한 노동 환경을 보장해 준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코리안 드림’이라고 불러도 크게 어색하지 않은 상황이다.
모든 이민자, 혹은 이주노동자들은 더 안전하고 더 나은 삶을 꿈꾸며 미지의 땅에 도착한다. ‘아메리칸 드림’은 19세기 이후 이러한 꿈의 집약체를 대변하는 이름이다. 인종이나 종교, 출신 계급 따위에 규정되지 않고 개인의 능력으로 노력만 한다면 모든 사람이 부유하고 풍족한 삶을 누릴 수 있다는 이 꿈의 이상은 단결된 미국을 만드는 데 중요한 이데올로기적 역할을 했다.
하지만 많은 학자가 지적하듯이 하류층 미국 시민이 아메리칸 드림으로 사회적으로 좀 더 평등해지거나 정치적 영향력이 커졌다고 볼 근거는 명확치 않다. 미국의 부와 권력은 항상 최상위 상류 계급의 전유물이 되어 왔고, 20세기의 끄트머리에 이르러 미국 시민들조차도 아메리칸 드림에 대한 신뢰를 상실하게 되었다는 주장도 있다.
21세기 세계 대중음악계의 기린아가 된 래퍼 카녜이 웨스트는 2010년의 그의 걸작 앨범을 통해 ‘아메리칸 드림’의 본질을 다음과 같이 요약한다.
“사람들이 목사의 장황한 설교를 들으려 하지 않는 건/ 신이 손에 쥐고 있던 패 전체가 완전히 까발려졌기 때문이다/ 지금의 아메리카는 젖과 꿀이 흐르는 땅이 아닌, 피와 눈물이 흐르는 땅이다(People don’t even want to hear the preacher spill or spiel/ Because God’s whole card has been thoroughly piqued/ And America is now blood and tears instead of milk and honey).”
그 많은 꿈 뒤에 도사리고 있는 현실은 여전히 잔인하다. 20만명이 넘는 16개국 이주 노동자가 한국의 고용노동부가 지정한 사업장에서 밤낮없이 일하고도 못받은 임금이 1200억여 원에 달한다는 2022년 통계가 우리를 다시 돌아보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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