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보다] 알테쉬, 한국 상륙 작전

조정인 2024. 5. 26. 2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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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보다 14회 Ⅱ] 알테쉬, 한국 상륙 작전

평택항 세관으로 화물차들이 쉴 새 없이 들어옵니다.

중국에서 들어온 화물들을 내려놓기 위해서입니다.

손푸름/평택직할세관 특송통관과 주무관
저희가 아침 6시 반부터 밤 11시 반까지 통관 작업을 하고있습니다. 하루에 13시간 정도 되는데 밥 먹고 하는 시간 빼면 거의 한 12시간 정도 한다고 보시면 됩니다.

[평택세관 / 재검사 대상으로 분류된 직구 제품들]

이곳, 평택세관에서 처리할 수 있는 물량은 하루 최대 14만 건.

그런데 들어오는 물량은 하루 20만 건에 이릅니다.

이승희 / 평택직할세관 특송통관과장
지금 이제 대기하고 있는 컨테이너가 한 100대 정도. 지금 다 쌓아놓을 곳이 없기 때문에 반입된 부두에서 대기를 하다가..

평택항이 문을 연 지 5년 만에 하루 처리 물량은 26배 늘었습니다.

중국의 쇼핑 플랫폼 알리, 테무가 한국 서비스를 시작하면서부터입니다.

이승희 / 평택직할세관 특송통관과장
개장해서 2019년 처리 물량이 150만 건이 조금 넘습니다. 그런데 지난해 2023년도에 전체 처리한 물량은 4천만 건이 넘습니다. 90% 이상이 중국 플랫폼을 통해서 들어오고 있습니다. 가장 많은 게 이제 알리고요, 그 다음에 테무.

어느 순간 국내에 들어와 한국에서 쿠팡 다음으로 많이 쓰는 쇼핑 플랫폼이 된 알리와 테무.

그런데 이게 끝이 아니라고 합니다.

박승찬/중국경영연구소장·용인대 중국학과 교수
단순하게 그냥 우리가 구매 사이트 쇼핑 플랫폼 이렇게 아는 것은 매우 잘못된 생각이다

패션을 전공한 윤대성 씨. 주로 알리와 테무에서 옷과 액세서리를 삽니다.

윤대성 /알리 테무 이용자
거미 친구들은 천 원대예요. 이것도 한 몇백 원
(몇백 원에 무료 배송해준 거죠?) 그렇죠. 이거는 옷깃 여기 끝 라인에 장착하는 거고 비싸 봤자 3천 원.
(목걸이는?) 그것도 한 2천 원

파격적인 의상을 시도해 보고

윤대성 / 알리 테무 이용자
그게 제일 비쌀 거예요. 알리에서 샀는데 3만 몇천 원?
이런 걸 한국에서 구하기 힘들거든요.
이런 느낌. 이렇게 여기가 좀 아무것도 없고. 방한용은 아닌 거죠. 패션용

마음에 안 들 땐 버리면 그만입니다.
윤대성 / 알리 테무 이용자
이게 1만 원대 너무 사이즈가 커서. 이게 한국 쇼핑몰이 아니다 보니까 크기가…. 좀 수선하기는 아깝죠.

부담 없이 이것저것 사는 게 습관이 됐습니다.
윤대성 /알리 테무 이용자
싸니까 그래서 이거 살까 이거 살까 고민할 필요도 없고 그냥 이것도 예쁘고 저것도 예쁘네. 그럼 둘 다 사는 거죠. 쇼핑하는 즐거움을 주죠.

고물가 시대, 초저가 전략으로 생활 깊숙이 파고들고 있는 차이나 커머스.

그 시작은 알리였습니다.

박승찬/중국경영연구소장·용인대 중국학과 교수
알리 같은 경우는 중국 정부가, 특히 시진핑 정권이 들어서고 일대일로 하면서 그 덕택에 시작했어요. 그 일대일로를 따라서 그 연선 국가들, 중앙아시아 유럽 러시아 이런 쪽으로….
미국을 바로 못 들어갔기 때문에 그렇게 성장을 쭉쭉 해왔죠.

알리의 성장 비결은 막강한 물류망이었습니다.
박승찬/중국경영연구소장·용인대 중국학과 교수
알리 익스프레스가 중국 내 200개가 넘는 물류센터(차이니아오)를 직접 운영을 하고 있거든요. 이 차이니아오로 어떤 나라에도 배송을 빠른 시간에 할 수 있는 장점을 갖고 있다


평택항에서 직선거리로 400여km밖에 떨어져 있지 않은 중국 산둥성.

이곳에 한국전용 물류창고를 세워 ‘3일 배송’으로 한국 소비자들을 공략했습니다.

알리보다 늦게 출발한 테무, 하지만 성장세는 더 빠릅니다.

지난해 7월 한국에 진출한 뒤 불과 1년도 안 돼 한국의 쇼핑 플랫폼들을 제치고 알리 바로 다음 순위로 올라섰습니다.

이은희/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
테무는 슬로건이 억만장자처럼 쇼핑하기입니다. 다시 말하면 천 원 미만짜리도 많고 몇천 원짜리도 너무 많으니까 내가 사고 싶은 거 다 살 수가 있죠. 이것저것 막 사고 사는 과정도 재미있어서 매일매일 그 애플리케이션에 들어가는….

박승찬/중국경영연구소장·용인대 중국학과 교수
테무의 전략은 일단은 시장을 먹자 주의입니다. 그래서 가격이 알리도 이겨내지 못합니다. 테무의 가격은 그 어떤 플랫폼도 이길 수가 없습니다. 왜냐하면, 적자 경영을 하니까 보조금을 주니까

테무의 모회사 핀둬둬는 나스닥에 상장해 끌어모은 막강한 자본력으로 초저가 전략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박승찬/중국경영연구소장·용인대 중국학과 교수
예를 들면 의류나 패션 같은 경우는 한 25~30% 정도 보조금을 주고 서로 가격 경쟁 입찰을 시켜서 가장 싼 샐러를 입점시키는 거죠.

모회사를 등에 입고 성장하고 있는 차이나 커머스 회사들.
이은희/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
알리의 모기업, 테무의 모기업이 자본금 거의 260조~270조 하는 국제적으로 엄청난 모기업이에요. 시장을 장악하기 위한 마케팅 비용을 얼마든지 쏟아부을 수 있는 그런 모기업의 규모다. 이렇게 볼 수가 있는 거죠.

그렇다면 이들이 한국 시장 공략에 나선 이유는 뭘까.
박승찬/중국경영연구소장·용인대 중국학과 교수
알리의 1단계는 일대일로를 통해서 중앙아시아 유럽 중동으로 가는데, 2단계가 동남아를 포함한 한국입니다. 한국에서의 성공은 동남아로 갈 수 있는 매우 중요한 밑거름을 만들어주는 겁니다.
테무는 미국 다음 단계로 일본하고 한국을 지금 들어오고 있죠. 그래서 만약 알리가 먼저 한국 시장에서 한국 소비자를 잡아버리면 테무가 들어갈 자리가 없어지는 것입니다.

초저가 전략의 목적이 한국 기업과의 경쟁에 있지 않다는 겁니다.
박승찬/중국경영연구소장·용인대 중국학과 교수
한국 시장을 두고도 알리와 테무 간에도 서로 간에 치열한 출혈 경쟁이 아마 진행될 겁니다.

구로에서 30년 넘게 기계 공구를 판매해 온 최영돈 씨.

요즘 고민이 깊습니다.

최영돈 / 기계공구상가 사장
바글바글했어. 차 댈 데가 없을 정도로 빡빡했고, 한 20~30명씩 몰려다니면서 물건 사러 오는 사람도 많았죠. 진짜 이야기할 시간이 없었어요. 화장실 갈, 밥 먹을 시간도. 보통 밥을 2~3시에 먹었으니까….

한산한 구로기계공구상가

코로나 때도 그럭저럭 버텨냈었지만 알리 테무의 공습에는 속수무책입니다.

알리에서 38,000원 정도에 판매되는 전기 드릴.

국내에서 판매되는 제품과 같다고 표기돼 있지만 가격은 국내 최저가의 절반 수준입니다.

최영돈 사장 / 기계공구상가 사장
테무나 이런 것 때문에 한 50% 정도 줄었어요. 우리는 상상할 수 없는 가격에 날라 다니는데 소비자들은 그게 좋은지 나쁜지 모르잖아요. 일단은 사고 보니까

2022년 테무가 상륙한 미국.

테무 진출 1년 만에 미국판 다이소라 불리는 달러트리가 1000개의 점포를 폐쇄했습니다.

제조업도 비상입니다.

박승찬/중국경영연구소장·용인대 중국학과 교수
미국의 의류 패션 협회 같은 경우는 다 죽는다는 거죠. 미국의 제조연맹 같은 경우는 그냥 이렇게 했을 때는 우리 일자리 더 잃어버립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대부분 알리나 테무를 통해 들어오는150달러 미만의 직구 제품들은 각종 검사 의무를 면제받습니다.
송치영 회장 / 사단법인 한국산업용재협회
저희 같은 경우에는 적게는 수백만 원에서 많게는 수천만 원 들이고 기간도 적게는 3개월에서 어떤 경우에는 1년 이상 걸려서 안전인증을 받아서 판매하고 있는데, 한두 대씩이라고 그렇게 (인증 없이)들어오면 나중에 안전에 문제가 생겼을 경우에는 아무도 책임질 수가 없는 거죠.

5년 동안 알리를 이용해 온 조한조 씨.
조한조 / 알리 이용자
약간 모험이죠. 못 쓰는 거는 이번에 실패했다 그냥 생각하고 커피 한잔 마셨다 생각하죠. 잘못 돼도.

싼 맛에 사들인 물건들.

아직 포장조차 뜯지 않은 제품들도 꽤 있습니다.

조한조 / 알리 이용자
2개를 샀는데 1개를 설치하다 보니까 웬만한 우리 아파트 규격에 안 맞아요. 그래서 그걸 제가 억지로 끼면서 설치했다가 펑 터지고 집이 전기가 나갔어요.

알리에서 1000원 정도에 산 휴대전화 거치대
이거 잘 못 버텨요. 이게 금새 이렇게 막 구부러지고 해서 ..

새 상품을 주문했는데 중고나 다름없는 가방이 왔습니다.
이런 건 줄 알았으면 안 샀을 텐데...

스테인리스 수도꼭지는 녹이 다 슬었습니다.
한 1년 됐는데, 처음에 왔을 때 너무 가볍더라고요. 겉에만 이걸 발라놓은 거더라고요.

사놓고 쓸 수 없었던 물건, 얼마나 될까?

대략 지난 1년만 따져봐도 112달러, 15만 원 정도를 버린 셈입니다.

조한조 / 알리 이용자
좋은 걸 찾기 위해서 일부분 손해 봤다고 생각했는데 지금 보니까 손해 본 게 많네요. 너무 많네요.

구입한 물건을 아예 못 받은 적도 있습니다
조한조 / 알리 이용자
통관 보류가 됐다고 나오더라고요. 지적 재산 침해로 인해서 통관 보류됐다 이렇게 나오더라고요. 판매자는 아니다 이거 다 허가받은 거고 제대로 된 거라면서 저한테 어떤 문서를 하나 보내주더라고요.

피해를 호소할 곳도 없었습니다.
조한조 / 알리 이용자
지금 물건은 통과해서 보류 중이지 뭐 결정 난 게 아무것도 아니기 때문에 무조건 기다려라. 그리고 우리(알리) 규정은 3개월 동안 안 왔을 때 환불이다.

올가을 결혼을 앞둔 최상욱, 홍은영 씨.

알리에서 웨딩드레스를 주문했습니다.

웨딩 촬영 하루 전에야 가까스로 받은 웨딩드레스.

홍은영 / 알리 이용 피해자
웨딩드레스가 이 작은 거에 들어갈 수 있나. 근데 분명히 적혀 있는 건 웨딩드레스 송장 번호가 맞으니까. 근데 딱 들었는데 쇳소리가 이렇게 덜렁덜렁 나는 거였죠.

결국, 웨딩드레스는 입지 못했습니다.
홍은영 / 알리 이용 피해자
그냥 이걸로 입었습니다. 어쩔 수 없었어요. 선택의 여지가 없었기 때문에, 촬영 날짜가 다음 날이라. 결국 수액을 맞았어요. 너무 힘들었어요.

알리에 항의한 끝에 한 달이 지나서야 환불을 받아냈습니다.
홍은영 / 알리 이용 피해자
알리 고객센터에서 하는 말은 환불 밖에 해드릴 게 없는데요. 직접 (판매자한테) 연락하세요. 그래서 저는 좀 화가 났죠.

알리와 테무를 이용한 사람 가운데 81%는 배송이나 품질, AS 등에 대한 불만을 토로했습니다.

또 다른 차이나 커머스인 쉬인과 틱톡숍.

미국에서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습니다.

박승찬 / 중국경영연구소장·용인대 중국학과 교수
쉬인 같은 경우는 완전히 특화된 패션 의류로 시작했는데, 패스트 패션 기업들은 도저히 쉬인을 이길 수 없다 이 정도까지 나오는 이야기입니다. 미국에서.

틱톡숍의 추격도 무섭습니다.
박승찬 / 중국경영연구소장·용인대 중국학과 교수
재미 흥미 위주로 하기 때문에 이쁘다고 해서 클릭하면 바로 결제가 됩니다. 알리나 테무나 쉬인이 가장 두려워하는 존재가 바로 틱톡숍이고요.

미국 내에서만 1억 5천 만 명의 사용자를 보유한 틱톡은 불과 3개월 만에 15조 원가량의 매출을 올렸습니다.

지난해 말 틱톡숍 상표를 국내에 출원한 틱톡코리아.

한국에 본격 진출할 것이란 관측이 많습니다.

쉬인은 최근 가입자 수가 68만 명까지 늘어 ‘알.테.쉬’란 신조어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들 차이나커머스와 관련한 소비자들의 불만도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툭 하면 터져 나오는 알리와 테무 제품의 유해 물질 검출.

유해물질 논란 등이 이어지면서 알리와 테무의 국내 이용자 수는 지난달 소폭 감소했습니다.

박선영/서울 동대문구
개인정보 유출 위험성도 있고 아무래도 중국에서 만든 거라 좀 익숙하지 않은 것도 있어서 안 쓰고 있어요.

정부도 규제에 나섰습니다.
이정원/국무조정실 국무2차장(지난 14일)
어린이 제품 34개 품목과 전기·생활용품 34개 품목 은 KC 인증이 없는 경우에 해외 직구를 금지하도록 하겠습니다.

하지만 소비자 선택권을 침해한다는 반발에 부딪히기도 했습니다.
성태윤/대통령실 정책실장(지난 20일)
해외직구 KC인증 도입 방침은 전면 재검토하고 KC인증과 같은 방법으로 제한하지 않고 소비자의 선택권과 안전성을 보다 균형있게 고려할 수 있는 방안을….

차이나 커머스의 국내 상륙이 불러올 파장은 적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이은희/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
이런 속도라고 할 것 같으면 굉장히 앞으로도 생각하지 못한 속도로 국내 쇼핑 시장이 또 잠식될 수도 있다 이렇게 볼 수가 있는 거죠.

박승찬/중국경영연구소·용인대 중국학과 교수
우리 기업들이 좀 더 깊은 고민을 하고 해야 할 것 같고, 그런 부분에서 전문가나 정부가 많은 도움을 줘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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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인 기자 (rower@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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