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플로이드 죽음’ 잊어가는 미국
4주기에 ‘경찰 개혁’ 재추진
전쟁·경제로 시민 관심 이탈
2020년 5월25일(현지시간) 미국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에서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가 경찰의 과잉 진압으로 숨졌다. 백인 경찰 데릭 쇼빈은 플로이드의 목을 9분30초 동안 무릎으로 짓눌렀다. “숨을 쉴 수 없다”고 20번 넘게 외쳤지만 쇼빈은 풀어주지 않았다. 플로이드는 바닥에 엎드린 채 의식을 잃었고, 끝내 숨졌다. 이 모습은 10대 소녀가 촬영한 영상을 통해 빠르게 퍼져나갔다. 미 전역에서 ‘흑인의 생명은 소중하다(BLM)’라고 외치는 항의 시위가 벌어졌다.
4년이 지난 지금, 미국 사회는 얼마나 달라졌을까. 로이터통신은 ‘BLM 운동’이 사람들의 머릿속에서 점차 흐릿해지고 있다면서 “플로이드의 죽음은 인종 평등과 정의를 외치는 계기가 되었지만, 근본적인 제도 개혁으로 이어지지는 못했다”고 평가했다.
일부 진전도 있었다. 우선 책임자 처벌이 이뤄졌다. 플로이드를 살해한 쇼빈은 징역 22년6개월을 선고받고 수감 중이며, 현장에 있던 다른 경찰관 3명도 살인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았다. 플로리다 등 일부 주에서는 경찰의 무력 사용을 제한하는 새 법이 시행됐다.
하지만 연방의회 차원의 제도적인 변화는 이뤄지지 못했다. 사건 직후에는 경찰 개혁이 필요하다는 여론이 높아지면서 경찰의 목조르기 금지, 긴급 체포영장 제한, 면책특권 제한 등을 담은 ‘조지 플로이드법’이 논의됐다. 이 법안은 2020년과 2021년 두 차례 하원을 통과했지만, 상원 문턱은 넘지 못했다.
플로이드 4주기를 앞둔 지난 24일 미네소타주의 일한 오마르 하원의원을 포함한 민주당 의원들이 다시 한번 ‘조지 플로이드법’을 발의했지만 전망은 밝지 않다. 이 법을 승인했던 과거와 달리 현재 하원은 경찰의 강경 대응을 강조하는 공화당이 우위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 큰 문제는 11월 대선을 앞두고 치안 문제에 관한 관심 자체가 떨어졌다는 점이다. 예일대 로스쿨의 호르헤 카마초 박사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 전쟁과 우크라이나 전쟁, 경제 문제 등이 이미 핵심 쟁점이 된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최근 발표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흑인 유권자들도 인종차별보다 물가 상승과 주택 위기 등 경제 문제에 더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흑인에 대한 경찰의 과잉 진압 논란은 반복되고 있다. 지난달에는 한 흑인 남성이 경찰의 무릎에 목 주위를 눌려 “숨을 못 쉬겠다”고 외치다 숨졌고, 이달 초에는 집에 혼자 있던 흑인 공군 병사가 소란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의 총격으로 사망했다.
최혜린 기자 cher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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