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쾌해도 웃기면 MZ가 좋아해? 피식대학과 유튜브코미디의 '착각'

금준경 기자 2024. 5. 26. 2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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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한 일간지의 기사 제목이다.

'엄근진'(엄격하고 근엄하고 진지한) 제작환경이 사라지니 코미디언들의 끼가 드러났다는 것이다.

그는 "코미디언은 기본적으로 '어느 정도 선은 지켜야겠다'는 마음가짐이 있어야 한다"며 "재미를 위해서라도 해서는 안 될 것들이 있다"고 했다.

과도한 방송사 자체 심의와 외부 심의, 그리고 지나치게 경직된 제작 구조가 코미디의 자율성을 해친 면은 분명 있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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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평] 웃기기만 하면 된다? 유튜브식 코미디의 맹점

[미디어오늘 금준경 기자]

▲ 피식대학 로고 갈무리

<지상파에서 몰락한 코미디, 유튜브에서 물 만났네>.

지난해 한 일간지의 기사 제목이다. '엄근진'(엄격하고 근엄하고 진지한) 제작환경이 사라지니 코미디언들의 끼가 드러났다는 것이다. 지상파 개그 프로그램 폐지 이후 코미디언들이 유튜브에서 주목 받게 되면서 방송 환경을 비판적으로 보는 시선이 굳어졌다. 지난해 백상예술대상에서 '피식쇼'의 예능상 수상 당시 이용주씨는 “저희는 이미 짜여진 틀에 맞지 않아 스스로 게임을 만들었다”고 밝혔다.

유튜브 채널 피식대학의 '메이드인 경상도' 경북 영양편의 지역비하 등이 논란이 됐다. 영양 지역을 여행하며 베이커리, 식당 음식을 혹평하고 “공무원인데 여기 발령받으면...” “휴대전화 중독이다 싶으면 한전(한국전력공사) 취직해서 영양 보내달라고 해라” 등 발언을 했다. 특산품인 블루베리 젤리를 먹으며 “할머니 살을 뜯는 것 같다”는 기괴한 말도 했다. 피식대학은 영상을 삭제하고 사과문을 올렸음에도 구독자 이탈이 이어지고 있다.

이 개그는 TV를 벗어난 유튜브식 개그의 한 단면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웃기기만 하면 된다는 것이다. 누군가를 불쾌하게 하거나 상처를 줄지라도 말이다.

그나마 이전 편에는 경상도 내 대도시 위주로 여행을 했고 해당 지역 사람이 함께 동행하면서 '티키타카'가 이뤄져 크게 논란이 되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에는 제3자의 시선에서 영양을 한결 같이 비하한다.

더구나 상당히 심각한 문제를 건드렸다. 지역 사람들에게 부족한 인프라는 현실에서 벌어지는 차별일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애착을 갖고 생활을 하고, 생업을 이어가는 이들에겐 피식대학의 콘텐츠는 상처가 될 수 있다. 베이커리와 식당 주인에게 무례한 맛 평가를 한 것도 마찬가지다.

넷플릭스 콘텐츠 '코미디 로얄'에서 이경규씨와 정영준 메타코미디 대표의 논쟁은 메타코미디식 유튜브 코미디와 방송 코미디의 차이를 드러낸다. 피식대학도 메타코미디 소속이다.

원숭이 교미 퍼포먼스를 본 이경규씨가 불쾌함을 드러내자 정영준 메타코미디 대표는 “MZ세대들은 다 좋아하지 않을까”라며 “모두에게 보여주기 위한 코미디는 아무도 보지 않는 코미디”라고 했다. 그러면서 “더 재밌는 코미디를 만들 수 있다면 불편함을 넘으면서 그 선과 조금씩 싸워야 하는 게...”라고 했다.

반면 이경규씨는 “코미디의 기본은 공감대다. 온 가족이 볼 수 있는 선을 넘었다”고 지적했다. 코미디언 박명수씨가 지난 24일 '박명수의 라디오쇼'에서 한 발언도 일맥상통한다. 그는 “코미디언은 기본적으로 '어느 정도 선은 지켜야겠다'는 마음가짐이 있어야 한다”며 “재미를 위해서라도 해서는 안 될 것들이 있다”고 했다.

▲ 정영준 메타코미디 대표. 넷플릭스 '코미디로얄' 갈무리

피식대학만 문제인 건 아니다. 그동안 유튜브 코미디 중 일부에서 소수자나 약자를 향한 혐오발언이 쉽게 이뤄진 측면이 있다. 수용자인 젊은 세대가 원한다, 웃기면 된다는 인식이 만들어낸 결과다.

방송의 틀을 깨 높은 평가를 받은 피식대학이지만 공교롭게도 이들에게 돌아온 비판도 방송과 비교를 하는 내용이 많았다. '방송이었으면 이렇지 않았다'는 비판, '이러니 방송에서 자리를 못잡은 것 아니냐'는 식의 조롱까지 이어졌다. 과한 내용도 있지만 이 채널의 구독자들이 방송 콘텐츠를 부정적으로 여기지만은 않는다는 점을 보여준다.

과도한 방송사 자체 심의와 외부 심의, 그리고 지나치게 경직된 제작 구조가 코미디의 자율성을 해친 면은 분명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기존 방송 체제가 그렇게 자리잡게 된 이유 또한 고민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렇게 무례하고 불쾌한 코미디는 MZ세대도 안 좋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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