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상은 과거, 현재, 미래의 성노동자를 위한 것”…션 베이커 감독 ‘아노라’ 칸 황금종려상
심사위원·여우주연상 동시 수상
성매매 노동자를 다룬 션 베이커 감독의 미국 영화 <아노라>가 25일 폐막한 제77회 칸국제영화제에서 최고상인 황금종려상을 받았다.
베이커 감독은 수상 소감에서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정말 모르겠다”며 자신의 상은 “과거, 현재, 미래의 성노동자 여러분을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아노라>는 성매매 업소에서 스트리퍼로 일하던 아노라(극중 애니)가 러시아 갑부의 아들 이반과 깜짝 결혼한 이후의 이야기를 다룬다.
아들이 성노동자와 결혼한 사실을 알게 된 이반의 부모는 하수인을 보내 결혼을 무효화하려 한다. 자신을 둘러싼 혼란스러운 상황을 본 이반은 그냥 집을 떠나버린다. 적대관계처럼 보이는 애니와 하수인들은 사실 비슷한 처지의 하층민들이다. 영화는 이반을 찾기 위해 협력하게 된 애니와 하수인들의 어색한 상황을 유머러스하게 풀어냈다.
<아노라>는 베이커 감독의 세 번째 칸 진출작이다. 그는 <플로리다 프로젝트>(2017)로 칸영화제 감독 주간에, <레드 로켓>(2021)으로 경쟁 부문에 초청됐다. 그는 작품마다 포르노 배우, 트랜스젠더, 홈리스 등 소수자와 사회 문제를 독특한 방법으로 풀어냈다.
2등 상인 심사위원대상은 인도의 여성 감독인 파얄 카파디아가 연출한 <올 위 이매진 애즈 라이트>가 받았다.
프랑스 감독 자크 오디아르의 <에밀리아 페레스>는 심사위원상과 여우주연상 등 2개 주요 부문을 수상했다. 중복 수상을 피하는 칸영화제에서 한 영화가 2개 부문을 수상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영화는 남성에서 여성으로 성전환 수술을 하려고 하는 멕시코 마약 조직의 두목과 그를 돕는 여성들의 이야기다. 아드리안나 파즈, 카를라 소피아 가스콘, 설리나 고메즈, 조이 살다나가 여우주연상을 공동 수상했다. 남우주연상은 요르고스 란티모스 감독의 <카인즈 오브 카인드니스>의 주인공인 제시 플레먼스에게 돌아갔다.
여배우들에게 히잡을 씌우지 않았다는 이유로 이란에서 징역 8년형과 태형 등을 받고 이란에서 탈출해 유럽으로 망명한 모하마드 라술로프 감독은 <더 시드 오브 더 새크리드 피그>로 특별각본상을 받았다.
김한솔 기자 hansol@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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